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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Sep 18. 2023

26. 50년 경력 장인의 모자 수선

나의 영도 정착기 

어릴 때는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았다.  예쁜 옷도 사고 싶고 멋진 가방도 신발도 사고 싶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잘 차려입는 것에 대한 욕구가 사라져 버렸다. 사회생활에 딱 필요한 정도로만 챙겨 입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화장하는 일도 거의 없다. 옷쇼핑이 귀찮아서 단종되지 않는 한 같은 걸 여러 번 산다.  익숙한 옷을 좋아해서 거의 같은 옷을 입는다. 그러다 보니 해지거나 수선해야 할 일이 자주 생긴다. 


 오늘의 수선 물품은 15년 된 빨간색 야구모자이다. 조절하는 뒷부분이 떨어져서 수선을 맡겼는데 

 수선방 주인할매는 세월이 어느 땐데 그냥 버리지 또 고쳐 입냐며 혀를 끌끌 차면서도 내심 내가 가는 걸 반긴다.  할매는 50년을 바느질 일을 해왔는데 언제부턴가 흔한 바짓단 수선조차도 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이제는 많이 한가하다고 한다.  요즘엔 판매처에서 바로 수선해 주니 동네 수선집에 맡기는 사람은 앞으로도 더더 없을  같다. 사실 이 모자를 수선하는 이유는 모자가 필요해서라기 보단  한가하다는 할매의 말이 너무 쓸쓸하게 들려서이다. 수선 장인으로서의 쓰임이 다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 그러고 보니 꾸미고 싶은 욕구 외에도 많은 욕구들이 사라졌다.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별로 없고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으니 신나는 일도 줄었다.  모든 것이 무덤덤해진 이 무덤 같은 기분은 뭘까… 이런 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 이렇게 무덤으로 들어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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