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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Dec 24. 2021

울지 마 톤즈로, 크리스마스에 기쁠 수 있게 됐습니다

고 이태석 신부로 본 예수님의 풍경

코로나가 없던

2019년 겨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읽기가 부담스러울 땐 들어보세요. 내레이션은 더 부담스러워요(찡긋 ^.~)


성탄 전 미사를 드렸다.

합장한 손들은 신 앞에 겸손한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을 눈 감고 있었다.

본당에는 예수 탄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과 아직 다 알진 못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따뜻한 공기를 에우고 있었다. 나는 아직 다 알지는 못하는 사람에 속했는데 다음날 다큐 <울지 마 톤즈>를 보며 성탄의 의미를 조금은 묵상할 수 있었다.


크고 먼 것에서는 그 의미를 다 알 수 없어
작고 가까운 것에서 더 큰 의미를 헤아려본다.


2000년 전에 예수 탄생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연결이 잘 안 됐는데 60년 전에 태어난 이태석 신부님이 톤즈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알기 쉬웠다. 다정함과 훈육, 의술과 음악성이란 능력, 함께함으로 큰 사랑을 받은 톤즈 아이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앞서 태어난 이태석 신부님의 생일잔치가, 그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벅차게 기뻤을 것이다.


인생에 변곡점을 준 사람...... 그 전의 생활을 생각하면 돌아가는 것이 막막하고 까마득한 만큼의 크기로 기뻤을 것이다. 다음 해가 돼도 생각해보니 다행한 일이고, 그다음 해가 돼서도 그 안도함이 희석되는 게 아니라 되려 더 녹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삶은 더 많이 변했을 테니까.


이태석 신부라는 현미경으로
망원경이 보여주는 예수님의 풍경을 봤다.


더운 나라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어떤 풍경일까?

한국의 겨울은 바깥이 조금 춥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난한 사람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따뜻한 곳으로 초대하고 싶어지는 연말이다. 평소보다 두어 번쯤은 더 생각하게 되고 인색했던 마음마저도 조금은 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지난해 추웠던 크리스마스를 돌아보며

어려운 일들에 잠시 파묻혀 있는 듯해도

그 안에는 감사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나는 눈 감고도 다 보았다.




[작가의 말]

제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연인과 보내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커플이 아닌 시절에는 왠지 외롭기도 한 날이었죠.

일찍이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라고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천 년 후 현재를 사는 저와의 연결고리는 찾진 못했어요. '그 당시에 예수님과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좋았겠지!' 하고 거리를 두었거든요.


하지만 <울지 마 톤즈>로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를 보고 나서는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톤즈 사람들이, 이태석 신부님의 장례 미사에 그 많은 울음을 쏟아내는 걸 보고요. 신부님의 빈자리는 슬프지만 그를 만나 알게 된 세상은 전과는 달랐을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쁘지 않았을까요? '그분이 태어났고 그분이 나를 만났고 나는 그 전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변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변한 내가 이룰 세대는 고 이태석 신부님이 있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되었을 테니까요.'


예수님과 저와의 나이 차 약 2천 년. 너무 많이 나 몰랐는데 이제야 성탄의 기쁨이 제게도 전해집니다. 예수님과 닮으려 했던 사람과 그를 만났던 이들의 변화를 보며, 저도 이제 기쁠 수 있게 됐습니다.


성탄 축하합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 '알아주다'의 다른 이야기

청춘은 많은 시도를 통해 '처음'을 지워가는 과정입니다. 첫 해외 여행기가, 제 글쓰기의 시작이었음을 고백합니다.


20대를 갈무리한 '아프리카 여행 에세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번 보러 오세요! 당신과 공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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