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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Aug 04. 2022

[오디오] 아버지는 이런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퇴근길 아버지를 생각하며

독립할 때는 제가 닮은 여자를,

퇴근할 때는 그 여자의 남편을 떠올렸습니다.


▶ 읽기가 부담스러울 땐 들어보세요. 내레이션은 더 부담스러워요(찡긋 ^.~)


집에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노곤한 날이면

나는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이런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어린 날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께

나는

기쁘게 하는 애교를 부렸나

성나게 하는 말썽을 피웠나

나는

어떻게 아버지를 맞아들였나


집에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노곤한 날이면

나는 그게 늘 궁금하다

아버지는 이런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멕시코 산미겔데아옌데



[작가의 말]

대학 졸업 후 광화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전에 알바를 해봤는데도

첫 직장은

대학생과 회사원, 동아리 사람과 회사 사람

돈을 내고 다니는 곳과 받으며 다니는 곳의 차이를

다른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알려주더군요.


잘하는 걸로 입사를 했는데

잘하는 것의 여집합이 훨씬 컸던 시절

저는 퇴근길에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큰 근심 없이 자란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일어나고 일어나고 일어나고

걷고 앉고 뛰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참고 참고 참고

힘내고 힘내고 힘내고의

최고 성과였습니다.


제 밥 먹고 사는 일이 보통이 아니란 걸 진즉 알았다면

아버지의 퇴근길에

똥강아지처럼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가 인사도 잘하고

고사리 손으로 어깨도 많이 주물러 드릴 걸 그랬어요.


그리고 저녁 식사자리에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 가져오란 부름엔

그건 효도가 아니라며 대들고

뾰로통해지지도 않을 거예요.

저도 가끔 맥주 한 잔, 와인 한 글라스에

하루를 해장하기도 하거든요.



아직도 집에 돌아오는 길이 노곤한 날이면

저는 여전히 헤아려봅니다.

'아버지는 이런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나이가 많은 사람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위에서 나를 내려보는 따스한 시선을 느끼는 일이 적을 것 같아요.

꼭짓점에 있는 분들을 보면 저는 그 점이 늘 마음에 쓰여요.

버스에서 봄날의 햇살을 다 받아내는 멕시코 할아버지.
이를 보며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듯 새근새근 잠든 것 같아 보여요.
그 모습에 편안해집니다.

아랫사람이 위로 올려보낼 수 없는

위로를 드린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가족들을 밀어주는 힘으로 살아온 아빠!
은퇴한 아버지들이 이전과는 다른 동력을 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부지, 사랑합니다!"




▶ '알아주다'의 다른 이야기

청춘은 많은 시도를 통해 '처음'을 지워가는 과정입니다. 첫 해외 여행기가, 제 글쓰기의 시작이었음을 고백합니다.


20대를 갈무리한 '아프리카 여행 에세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번 보러 오세요! 당신과 공명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저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더군요.

이 글이 당신의 삶에도
도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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