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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1. 2021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아홉 @나미비아 빈트후크-세시림

장을 보고 드디어 빈트후크를 벗어나 다음 목적지인 세시림 캠핑장으로 떠났다. 계획보다 6시간 정도 늦었다. 빈트후크 사람들의 퇴근시간이었고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일몰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웠다. 게다가 세시림 캠핑장의 입장 제한 시간이 있는데 그것도 초과할 것 같았다. 해는 지고 목적지까지는 한참 멀고, 도착해서도 입장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이게 출발 당시의 상황이었다.


핸드폰 데이터도 켜지 않은 채 모르는 길을 달리는 경험. 우리 모두가 이런 오지 여행은 처음이라 어떻게 가나 싶었다. 나미비아의 일반 차량이 우리나라만큼 내비게이션 보급률은 높진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렌터카에는 당연히 내비게이션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없었다. 표지판만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 여기서 똑똑한 지석이가 핸드폰에 맵스미 어플을 준비해 왔고 이를 이용해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맵스미(MAPS.ME)는 데이터 없이 GPS만으로 길을 알려주는 어플이다.) 다들 이곳이 처음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담대하게 해내는지 놀라웠다. 동행들이 많은 의지가 됐다. 이렇게 우리 네 명의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


차 창밖으로 본 나미비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대했다. 상하로 봤을 때 땅이 1, 하늘이 9의 비율로 펼쳐져 있고 좌우로 봤을 때는 땅이 무한대 같았다. 그만큼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서,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한눈에 다 보이는 느낌이었다. 지금 달리는 곳은 맑은데 저 먼 곳은 흐리고, 저 멀리서 친 천둥번개가 이곳에서도 훤히 보였다.


도심인 빈트후크에서 멀어지자 아스팔트 도로가 비포장 도로로 바뀌었다. 차도 거의 없었다. 날은 빠른 속도로 어두워졌다. 낮에 봤던 광활한 대지는 꼭 우리가 밝힌 라이트만큼으로 작아졌다.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걸까.' 의심스러웠다. 

'첫날부터 삐걱대는데 나 한국 돌아갈 수 있을까' 좁아진 시야만큼 나는 맘을 졸였다.



보이는 것이 많지 않아 자연스레 위를 올려다봤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하늘은 더욱 커졌고 별은 갈수록 촘촘해졌다. "와... 어떻게 별이 이렇게 많을 수 있지?"

별은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으면 별은 되려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별을 반짝반짝 빛난다고 표현하는구나'

별은 쳐다볼수록 희미해지는 것 같은데 은하수는 갈수록 선명했다. 살아생전 처음 본 은하수였다. 미디어에서 본 그 별무리들이 과장되지도, 합성되지도 않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이날 알게 되었다. 우리는 박정현의 「꿈에」를 엄청 크게 틀고 별을 감상했다. 노랫말에 나오는 '그대'가 밤하늘 전체 같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난 너무 가슴이 떨려서
우리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고 있네요
이건 꿈인 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면
날 안아주네요, 예전 모습처럼
그동안 힘들었지 나를 보며 위로하네요
내 손을 잡네요, 지친 맘 쉬라며
지금도 그대 손은 그때처럼 따뜻하네요



새까만 어둠 속을 달리며 불안했지만 동시에 황홀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말은 이럴 쓰는 말이었구나.

그 비유적인 말의 진위를 눈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달리길 몇 시간…… 어둔 길 위에서 워터홀을 발견했다.




[돌발상황 #08세시림 캠핑장 입장 시간을 넘겨 세시림에 도착 가능하다. 예약한 캠핑장에 입장을 못할지도 모른다.


[돌발상황 #09길 위에 워터홀이 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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