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가 도착할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났다.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고 공항에 있을 예지가 너무 걱정됐다. 동양인이 많이 없으니 흑인들의 시선을 다 받고 있을 게 분명했다.(이것은 나의 지나친 걱정의 문장이다. 예지는 외국인의 시선을 겁내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친구의 도착 예정 시각에서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공항에 다시 올 수 있게 되었다. 셋이서 흩어져 찾아 보았으나 예지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 나미비아 공항에서 30분간 와이파이가 무료라고 알고 갔는데 그것마저 되지 않아 연락도 할 수 없었다. 철저해지려고 했는데 계속 꼬이는 기분이 들었다. 막막했다.
공항을 한참 돌아다니다 공항 레스토랑에서 데이터를 샀다. 데이터를 사용하자 요하네스버그에서 예지가 보낸 메세지가 와있었다. 홍콩에서 늦게 출발한 비행기 때문에 나미비아 행 비행기를 놓쳤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친구가 엄한 데서 혼자 떠돌고 있는 게 아니어서 안도했다. 원래 우리 시나리오였던 '예지가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로 납치해서 세시림 사막 노을 보러 가자!'가 보기 좋게 날라갔다. 예지는 예정시간보다 4시간 뒤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탔다.
'어떤 한 사람에게 일이 터져도 공동대응하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이렇게 만나기도 전에 올진 몰랐다. 이런 변수들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렌터카 빌리는 것부터 동행을 만나는 일까지, 한꺼번에 몰려오니 시작도 하지 않은 여행이 걱정만 되었다. 어떻게서든 현장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영화 연출부원처럼 속이 탔다.
'아프리카 여행, 쉽지 않구나'
예지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허기도 채우고 남아공에서 사용한 공동경비도 정산했다. 그리고 그 흔하디 흔한 몰카를 준비하기도 했다. '홍예지 지각!'이라는 팻말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성격이 참 좋다. 어려운 상황을 즐겁게 만드는 모습이 그렇다. 짜증스럽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서로 눈치가 보이고 그야말로 힘이 들게 된다. 내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까? 행운이다!
비자 심사 때문에 5시간 정도 지나서야 예지가 도착했다. 힘들었을 텐데 언제나처럼 발랄하게 등장했다. 그러곤 나 때문에 다 늦어졌다고 미안해했다. 그 마음이 이해는 갔지만 정말 괜찮았다. 오히려 친구가 마음 불편해하는 게 맘에 걸렸다. 우분투 3단 합체, 이제야 진짜 완전체가 되었다. 드디어 만났다. 예지가 오고 나니까 일시정지가 풀리고 다시 여행이 진행됐다. 늦었지만 차근차근, 빈트후크 시내로 장을 보러 갔다.
[돌발상황 #07] 출국 예정 시간에 마지막 합류 동행인 예지가 오지 않았다. 게다가 공항에 와이파이는 공항 직원들만 사용이 가능해서, 연락도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