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일곱 @남아공 케이프타운-나미비아 빈트후크
나미비아로 떠나기 위해 새벽 4시에 기상했다. 숙소에서 마련해준 리무진 버스를 타고 케이프타운 공항으로 이동했다. 케이프타운의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기사를 한국에서 확인했었는데, 너무 이른 새벽에 이동하니 도로가 한산했다. 나의 깊은 우려는 또 한 번 아무것도 아니었다.
케이프타운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백인들이 참 많았다. 이곳의 매력을 일찍이 발견한 사람들이다. 아시아인은 우리가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적었다.
잠시 대기하다 아침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왼쪽 창에 어제 저녁에 봤던 시그너힐의 야경이, 오른쪽 창엔 일출이 동시에 보였다. 난 왜 창가에 앉지 못했는가! 피곤했지만 자지 않고 계속 창가만 바라봤다. 누군가 케이프타운 여행을 오게 된다면 꼭 아침 비행기를 이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헬기 투어 수준으로 뷰가 아름다웠다.
나미비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승환의 「붉은 낙타」, 「물어본다」를 들었다. 여행가기 전부터, 사막을 꿈꾸었을 때부터 많이 들었던 음악이다. '사막이 있는 땅으로 가다니…… 드디어 가는구나…….'
호세아 쿠타코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여행사를 통해 준비해간 비자로 비자 심사를 받고 나미비아에 입국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렌터카 빌리기였다.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예지가 오기 전에 꼭 끝내두어야 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알아 봤을 때 나미비아 - 잠비아 국경을 넘는 렌터카를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해서, 우리는 현지에서 직접 이를 해결해보기로 결정했었다. tvN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에서도 나미비아 현지에서 렌터카를 대여했으니 우리도 어떻게든 차량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항에 있는 글로벌 렌터카 업체를 다 가봐도 일단 5일 이상 예약되는 차가 없었다. 게다가 국경을 넘어 반납을 하게 해주는 렌터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난감했다. 차량 렌트가 되지 않으면 이 여행은 정말 대안을 제시하기도 힘든 여정이 된다. 그러다 마지막에 둘러본 업체에서 우리가 딱했는지 나미비아 로컬 렌터카 업체를 연결해주었다.
우리 옆에서 계속 기웃기웃거리던 택시 기사의 차를 타고 로컬 렌터카 업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주유소였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알게 됐는데 나미비아에서 주유소는 만남의 장소 격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우리도 빈트후크 시내 주유소에서 로컬 렌터카 사업자를 접선했다. 우리끼리 그녀를 '나미비아 큰손'이라 불렀다.
큰손과 협상에 들어갔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나미비아 국경을 넘어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차량을 반납하는 것이었다. 큰손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차량 대여비도 예상보다 크게 불러 비싸게 느껴졌다.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이곳이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국 큰손에게 차를 빌리기로 했다.
렌트 의사를 내비치자 큰손은 우리에게 이렇게 역제안했다.
"나미비아의 모든 관광지를 돌고 빈트후크로 다시 돌아와서 차를 반납해라."
"안 된다. 루트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큰손이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 빈트후크로 돌아와서 기사를 끼고 룬두까지 가라. 잠비아로 가는 것은 인터케이프 버스를 타면 된다."
"안 된다.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기엔 우리에게 시간이 제한적이다."
그러다 합의점을 찾았다. '나미비아 룬두에서 기사에게 차량을 반납하고 추가금을 내는 것, 인터케이프 버스를 타고 잠비아로 이동하겠다'가 그 골자였다. 서툰 영어로 이 많은 대화를 하고 결국 렌터카를 빌렸다. 심각하고 진땀나는 일이었다. 훗날 이 합의점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으리란 건 상상도 못하고 말이다.
큰손과 합의점을 찾고 렌터카의 상태를 살폈다. 주유소에서 바로 기름을 채우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나미비아 USIM을 사서 지석이의 폰에 넣은 후 큰손과 연락처를 교환했다. 여기까지 일을 마치고나자 우리는 마음이 너무 급했다. 이미 예지가 공항에 도착할 시간이 지나서였다.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서둘러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그 전에 큰손을 데려다주러 큰손 집에 잠깐 들렸다. 세상에나. 이 집은 tvN 「꽃보다 청춘」에 나와서 보험료를 비싸게 부른 로컬 렌터카 업체 집이랑 똑닮았었다. 철창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출국 직전에 이 프로그램을 몰아보고 온 하국 오빠가 먼저 알아봤다. 우리가 만난 큰손이 류준열 배우와 협상하던 그 '원 레이디'였다. 큰손이 그 사람이다!
[돌발상황 #06] 공항에서 국경을 넘는 렌터카를 빌리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tvN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을 보고 이곳에 왔다면, 국경 이동이 가능한 렌터카를 빌리려고 시도한 사람이 많을 텐데 그런 렌터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우리도 당황했다. 현장에 도착하면 렌터카 옵션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때문에 예지와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늦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