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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n 30. 2021

[오디오] 백인은 놀고 흑인은 일한다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다섯 @남아공 케이프타운

▶ 읽기가 부담스러울 땐 들어보세요. Play 하면 해당 글의 나긋한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남아공은 그냥 '숙소에 좀 일찍 들어가야 하는 넓은 유럽'이라 느껴졌다. 

'숙소에 좀 일찍 들어가야 하는'이라 표현한 이유는 치안이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나서다. 비행기에서 내려볼 때도, 시내를 조금만 돌아봐도 곳곳에 빈민가가 있었다. 하지만 일찍 들어가기만 하면 크게 위험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유럽처럼 느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유럽 문화/음식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둘, 실제로 백인 비율이 높다. 거주 비율뿐 아니라 백인들이 여행도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셋, 지중해성 기후다. 날씨가 진짜 좋다.

깍두기 넷, 땅을 넓게 넓게 쓰는 게 미국 같기도 하다.



KBS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해진 백인 브로닌, 그녀가 아프리카 남아공 사람이라고 해서 의아해한 적이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백인들이 정말 많았다. 과거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백인들은 남아공 원주민을 쫓아내고 스스로를 아프리카너로 칭해 정착하며 살았다고 한다.

유럽여행을 했을 땐 유럽 사람들이 구축한 문화와 건축물에 감탄하기 바빴는데,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는 이들이 조금 미워졌다. 좋은 건 금방 알아채고 남의 것을 빼앗는 느낌이 다분해서다. 남아공이 좋으니까 일찍이 네덜란드가, 영국이 왔고 이 땅을 차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의 원래 주인들은 대부분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숙소에서 매니저는 백인, 허드렛일은 흑인들이 했고 첫날 점심 때 갔던 레스토랑에서도 손님은 백인, 서빙은 흑인들이 했다. 관리하는 백인과 고용된 흑인, 여유로운 백인과 일하는 흑인. 그 모습이 '흑백처럼' 대조적이었다. 땅주인이 누군데 호사는 백인들이 다 누릴까. 잘 살아 보이는(?!) 흑인을 한번 보고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백인들의 이주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도,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인 백인들을 보는 게 나는 내내 어색했나 보다.


케이프타운 내 한국 음식점에 고용된 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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