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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아홉 @나미비아 빈트후크-세시림

by 알아주다

장을 보고 드디어 빈트후크를 벗어나 다음 목적지인 세시림 캠핑장으로 떠났다. 계획보다 6시간 정도 늦었다. 빈트후크 사람들의 퇴근시간이었고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일몰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웠다. 게다가 세시림 캠핑장의 입장 제한 시간이 있는데 그것도 초과할 것 같았다. 해는 지고 목적지까지는 한참 멀고, 도착해서도 입장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이게 출발 당시의 상황이었다.


핸드폰 데이터도 켜지 않은 채 모르는 길을 달리는 경험. 우리 모두가 이런 오지 여행은 처음이라 어떻게 가나 싶었다. 나미비아의 일반 차량이 우리나라만큼 내비게이션 보급률은 높진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렌터카에는 당연히 내비게이션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없었다. 표지판만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 여기서 똑똑한 지석이가 핸드폰에 맵스미 어플을 준비해 왔고 이를 이용해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맵스미(MAPS.ME)는 데이터 없이 GPS만으로 길을 알려주는 어플이다.) 다들 이곳이 처음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담대하게 해내는지 놀라웠다. 동행들이 많은 의지가 됐다. 이렇게 우리 네 명의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


차 창밖으로 본 나미비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대했다. 상하로 봤을 때 땅이 1, 하늘이 9의 비율로 펼쳐져 있고 좌우로 봤을 때는 땅이 무한대 같았다. 그만큼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서,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한눈에 다 보이는 느낌이었다. 지금 달리는 곳은 맑은데 저 먼 곳은 흐리고, 저 멀리서 친 천둥번개가 이곳에서도 훤히 보였다.


도심인 빈트후크에서 멀어지자 아스팔트 도로가 비포장 도로로 바뀌었다. 차도 거의 없었다. 날은 빠른 속도로 어두워졌다. 낮에 봤던 광활한 대지는 꼭 우리가 밝힌 라이트만큼으로 작아졌다.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걸까.' 의심스러웠다.

'첫날부터 삐걱대는데 나 한국 돌아갈 수 있을까' 좁아진 시야만큼 나는 맘을 졸였다.



보이는 것이 많지 않아 자연스레 위를 올려다봤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하늘은 더욱 커졌고 별은 갈수록 촘촘해졌다. "와... 어떻게 별이 이렇게 많을 수 있지?"

별은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으면 별은 되려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별을 반짝반짝 빛난다고 표현하는구나'

별은 쳐다볼수록 희미해지는 것 같은데 은하수는 갈수록 선명했다. 살아생전 처음 본 은하수였다. 미디어에서 본 그 별무리들이 과장되지도, 합성되지도 않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이날 알게 되었다. 우리는 박정현의 「꿈에」를 엄청 크게 틀고 별을 감상했다. 노랫말에 나오는 '그대'가 밤하늘 전체 같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난 너무 가슴이 떨려서
우리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고 있네요
이건 꿈인 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면
날 안아주네요, 예전 모습처럼
그동안 힘들었지 나를 보며 위로하네요
내 손을 잡네요, 지친 맘 쉬라며
지금도 그대 손은 그때처럼 따뜻하네요



새까만 어둠 속을 달리며 불안했지만 동시에 황홀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말은 이럴 쓰는 말이었구나.

그 비유적인 말의 진위를 눈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달리길 몇 시간…… 어둔 길 위에서 워터홀을 발견했다.




[돌발상황 #08] 세시림 캠핑장 입장 시간을 넘겨 세시림에 도착 가능하다. 예약한 캠핑장에 입장을 못할지도 모른다.


[돌발상황 #09] 길 위에 워터홀이 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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