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동생과 함께 하는 여행 2 day + epilogue
아쉬운 마음으로 일어나 집으로 갈 준비와 함께 마지막 여행할 준비를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태종대. 첫날 갈지 아니면 마지막 날 집에 가기 전에 갈지 갈팡질팡하다 결국 정한 것이 집에 가는 날 아침에 들려서 보기로 했다. 모든 짐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지고 올라가기에 조금 힘들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체크아웃하고 태종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어제보다 조금 맑은 날씨. 간밤에 마신 맥주로 약간의 숙취가 있었지만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태종대에 도착하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언덕에 '이걸 올라가야 한다고?'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동생이 생각을 읽은 듯 '저것보다 한참 올라가야 해. 코끼리 열차 같은 거 타고 올라갈래? 걸어 올라갈래?'라고 물어보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열차 따위 탈 수없지!'라는 생각으로 '걸어올라 가자!!'라고 하고 패기 있게 걷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사람이 얼마 없어 열차 운행이 많지 않았다는 점, 걷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는 점 그리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는 점. 다행히 아니었던 것은 전 날 맥주로 인한 숙취가 조금 있었다는 점과 집에 가기 위해 챙겨운 무거운 짐들을 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올라가기 전 한 상점의 주인아저씨가 한참 올라가야 한다며 짐 맡기라고 하셨었는데 그것을 거절한 우리는 '짐 맡기라고 권유한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한탄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다 보니 보이는 첫 번째 전망대. 여기서 물을 마시며 쉬기로 했다. 숙소에 비치되어있던 물을 가지고 나온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단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벌컥벌컥 마시고 앉아있으니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정말 최고였다. 멀리 보이는 바다 색깔은 정말 말할 수없을 정도로 예뻤고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예뻤다. 거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기분은 최고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진으로는 그런 풍경을 다 담아낼 수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신선바위가 있는 곳으로 다시 출발하였다. 올라가는 내내 오른쪽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셔터를 눌러댔고 동생은 '이미 한번 왔던 곳인데 언니 때문에 내가 사서 고생을 또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전진하는 것에만 힘을 썼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두 번째 전망대에 도착했다. 여기 또한 지나칠 수없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면 배가 너무 많이 떠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전망대에서 보았던 것보다 바다 색깔이 더 확연하게 차이 나게 보였고 '어떻게 바다 색이 저럴 수 있을까!' 감탄 연발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한 전망대에서 내려가면 신선바위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만의 착각이었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이동해서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1차 멘붕이 왔지만 여기까지 와서 신선바위를 포기할 수없다! 생각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불길한 현수막이...'신선바위 출입통제' 일단 전망대에서 전망을 보고 신선바위 쪽으로 이동해서 파악하기로 했다.
전망대로 들어가서 본 바다는 정말 장관이었다. 적당한 구름과 적당한 빛, 조금 센듯한 바람. 이 세 가지가 만나 정말 장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파노라마 첨부.
그렇게 감탄을 하며 보고 난 후 목적지인 신선바위를 향해 다시 나아갔다.
신선바위를 향해 가는 내내 특이한 조형물을 볼 수 있었고 틈틈이 멋있는 풍경들도 볼 수 있었다. 되돌아오는 길은 엄청나게 올라와야겠구나 하는 암울한 생각을 하며 일단 신나게 내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영도 등대.
영도등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어마어마했다. 한쪽 하늘은 구름이 조금 많았지만 다른 쪽 하늘에서는 맑을 하늘이! 그런 풍경이 멋있어 보였는지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영도등대에서 생각지 못한 등대 여권을 획득하였다. 원래 이런 스탬프 찍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닷가에 갈 수 있는 기념이 될 만한 것이라 챙기게 되었다. 언제 어떻게 등대를 갈지 모르는 일이므로.
그러고 나서 신선바위로 내려가는 길. 동생이 예고를 했었다. '이 아래로 내려가는 길부터는 바람이 엄청 세서 바람이 미는 대로 걸어 다녀야 해.' 나는 '에이, 바람이 세봤자 얼마나 세겠어~'라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그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정말 어마 무시했고 신선바위로 내려가는 길은 조금 험했다. 내려가다 보니 어느 부분부터는 공사 장이어서 더 이상 내려갈 수없었다. 출입 통제가 맞는 듯했다. 신선바위까지 내려가서 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파노라마 첨부.
신선바위를 못 보고 다시 올라가는 길. 그렇게 발걸음이 무거울 수가 없다. 올라가면서 여기를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힘겹게 올라 온 후 우리는 전망대까지 오면서 봤던 코끼리 열차를 타고 되돌아 가기로 했다. 중간에 절을 들릴 수 있었지만 시간적 여유도 없고 너무 허기가 져서 되돌아 가기로 했고 보수동 책방 근처의 시장에 유명한 밀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겨우 도착한 밀면 집.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후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주문 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비빔 밀면을 동생은 밀면을 먹었고 서로 다른 매력을 느끼며 순식간에 먹어치웠고 기차에서 먹을 만두도 포장하였다.
늦은 점심 후 보수동 책방 골목으로 이동하였다. 책을 좋아하는 동생과 나로서는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점심을 먹은 후 기차 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선택한 보수동 책방 골목은 입구부터가 옛날의 골목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중고 책 냄새와 함께 정말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만화책이며 여러 책들. 정말 그 앞에서 서성이며 고민을 엄청 했더랬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점포 정리하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중고책이지만 최근에 샀다가 판 듯한 책들도 많았다. 책은 역시 넘기면서 보는 맛인데.. 종이 책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보수동 책방 골목 구경을 끝내고 카페로 들어가 잠시 쉬기로 했다. 기차 시간까지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남아서 기차역 근처에 볼 만한 곳이 있나 검색하던 중 초량 이바구 길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그곳으로 이동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음에도 아저씨조차 어디인지 몰라서 중간에 아무 곳에나 떨궈주셨다. 이럴 거였으면 부산역에서 지도 켜고 걸어올걸 하고 후회했다. 그렇게 헤매다 처음 찾은 이바구 길에 있는 건물 중 하나!
그렇게 하나둘씩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다 어르신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렇게 찾아간 이바구길은 초등학교 근처에 있었다. 아이들이 하교하는 길목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일단 모노레일을 타러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계단이... 하교하는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우리 겨우겨우 기어 올라가고 나서야 보이는 우물과 모노레일. 모노레일 옆으로 펼쳐진 어마 무시한 계단들. 계단은 포기하고 모노레일을 타기로 했다.
계단을 포기하고 탄 모노레일도 그렇게 맘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무서운 모노레일은 처음이었다. 바람이 조금만 세도 넘어갈 듯한 무서움이란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도 무서웠다. 올라가서 내려다본 부산은 역시 뭔가 빼곡하게 들어서있는 건물들, 탁 트인 바다로 인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느낌이었다.
사당까지 가는 길이 제일 가까워 택했는데.... 왜 또 언덕이 거기서 나와? 일단 민하와 낑낑거리며 올라가기. 어르신들 역시 난간 잡고 겨우겨우 올라가는 길. 여긴 눈 오면 미끄러져서 죽겠다 싶다. 사당은 차마 무서워서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부산 역으로 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러 가는 길. 동생과 모노레일도 무서운데 계단으론 죽어도 못 가겠다 싶었다. 시도해보려다 이 곳 주민들도 겨우겨우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빠르게 포기했다. 모노레일이 올라오길 기다리며 포도 존에서 잠시 사진을 찍으며 기다렸다.
잠시 뒤 올라온 모노레일에서 내리는 사람들 曰 : 때려죽여도 이건 두 번 다시는 못 타겠다!
이곳 주민들은 그 소리를 듣고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우리에겐 여행지인 이 곳이 이들에겐 일상이다. 먹고 자고 오르내리고 뛰어다니는 곳. 우리들에게 힘든 일이 이들에겐 일상이다.
이야기 길을 내려오니 보이는 문방구. 예전 학교 앞에서 먹던 불량식품이 생각나 들려본 문방구.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그러다 아파치와 아폴로를 발견해 구매하였다. 예전엔 1 봉지에 100원씩 하던 것들이 이제는 5배가 되어버린 가격이 되어있다. 그러고 나서 역으로 가는 길. 헤매면서 올라온 것이 아닌 다른 지름길을 택해 내려갔다. 벽화마을처럼 되어있었고 우리가 돌아 올라왔던 곳이 아닌 직진 거리로 내려갈 수 있어 훨씬 빠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역. 유명한 빵집이라는 곳에서 빵을 조금 사서 기차를 타러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의 부산행은 끝났다.
우리의 2박 2일(?)은 여유로운 듯 빠듯하게 지나갔다. 나와 동생이 둘 다 직장인 일 때 같이 온 두 번째 여행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을 했고 많은 생각을 했고 부산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 아직도 부산의 많은 곳들을 가보지 못하였고 다음번엔 조금 더 여유로운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다. 정말 많이 걸었던 시원했던 여행이었다.
여행은 경치를 보는 것 이상이다.
여행은 깊고 변함없이 흘러가는
생활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
- 미리엄 브레드 -
*액션캠으로 찍은 영상 및 사진들로 제작한 영상입니다. 영상에 들어간 노래는 윤도현의 "trip"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