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강연에 대한 대답-2
켄 로빈슨의 <학교혁명>에 대한 글입니다.
(강연 링크 : The child-driven education)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저자는 TED 컨퍼런스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며, 강연 자체를 많이 했을 뿐 아니라 TED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육분야에 많은 관여를 하고 있는 듯하다. (교육 주제로 한 세션의 진행자로 나서거나, 교육만을 위해 만들어진 컨퍼런스의 연사로 나서는 등) 그래서인지 책에도 TED 연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4장 도입부에 나오는 Sugata Mitra 박사도 그중 한 명이다.
Sugata Mitra 박사는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 인터넷이 연결된 PC 한 대를 놔뒀더니, 아이들이 자발적 학습을 통해 사용방법을 익히고, 새로운 내용들을 공부해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School in the Cloud'라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Sugata Mitra 박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예전에 각 강연을 소개한 글들이다.
미래 교육의 모습 2013 TED Prize wish
아이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
이러한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제도가 잘 맞지 않을 뿐인데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자신이 별로 똑똑하지 못하다거나, 학습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학습 방법이 잘 맞지 않을 뿐이다. - 139p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하는 지식은 크게 명제적 지식(knowing that : 사실을 아는 것)과 절차적 지식(knowing how : 방법을 아는 것)으로 나눠진다. 유럽의 계몽주의, 과학적 방법론, 산업주의 등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명제적 지식, 즉 학문의 영역만이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도태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을 진행하는 예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받지만, 국가적 커리큘럼에 구속받지 않고 개인맞춤형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영국의 애버튼 프리스쿨이나, 앞에서도 설명했던 스모키로드 중학교 등이다. 또한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열정과 장점을 발견할 여지와 시간을 허용하는, 느린 교육 운동도 소개되어 있다.
'학교'하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교실의 맨 앞부분에서 선생님은 칠판에 무엇인가를 적으며 이야기하고 있고, 학생들은 모두 칠판만을 바라보며 앉아있거나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이다. 3,40명의 학생들에게 한 가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를 바라볼 때 더 나은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CBS news : Teacher Inspires Kids To Love Learning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장이다. 전 세계의 멋진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소개되어 있다. 시작은 LA 코리아타운의 호바트 초등학교 선생님인 레이프 에스퀴스이다. 교사로는 유일하게 미국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월트 디즈니 선정 올해의 교사상,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 페어런츠 잡지의 As You Grow Award, 오프라 윈프리의 Use Your Life Award, 달라이 라마의 Compassion in Action Award 등을 받았다고 한다. 받았다는 상들의 이름도 어마어마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이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다.
슬프게도 어떤 교사들은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제발 포기하지 마라. 가능성의 100만 분의 1도 되지 않는 절망적인 학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교사가 포기하면 그 가능성은 0이 된다. -'당신이 최고의 교사입니다' 中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민자 출신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새벽에 나와 밤늦게 들어가고, 셰익스피어 희곡을 통해 언어, 인물, 역사 등을 가르치고 공연도 함께 한다. 아이들은 TV도 보지 않으며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해낸다. 즐겁게.
저자는 정규 교육의 3대 요소는 커리큘럼, 지도, 평가이고, 표준화운동은 그중 커리큘럼과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라고 이야기한다.
커리큘럼이 얼마나 상세한지, 시험에 얼마나 비용을 들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교육 혁신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지도의 질이다. 교육 개선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학습 의욕을 북돋워주는 것이며, 이는 훌륭한 교사들이 실제로 수행하는 역할이다. -172p
앞서 교육을 농업과 비교한 그는, 농부와 교사의 역할을 유사하게 본다. 농부가 식물들이 자랄 최적을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몰입의 유도 / 학습능력 일깨우기 / 기대 걸어주기 / 주도성 키워주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강연 링크 : Rita Pierson - Every kid needs a champion)
어머니, 할머니도 교사였고, 본인도 40년 넘게 교직에 있는 리타 피어슨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것이 교사의 큰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2013년 TED와 PBS 방송이 공동 기획한 TED Talks education에서 (켄 로빈슨도 연사로 나왔다.) 한 강연에서, 학업 수준이 낮은 학생들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했어요. "나는 위대한 사람이다. 처음 왔을 때도 나는 위대한 사람이었고, 떠날 때 난 더 나은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강력하고, 나는 강인하다. 나는 여기서 교육받을 자격이 있다. 나에겐 할 일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것이며, 가야 할 곳이 있다."
마치 랩처럼 쏟아지는 그녀의 말은, 조그만 모니터를 통해 보고있는 나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 말을 직접 들었을 학생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지,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만들어졌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된다.
멕시코의 초등학교 선생님인 세르지오 후아레스 코레아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해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식을 개선해나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한 여학생이 (그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수학에 큰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고, 그녀는 멕시코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함께 공부한 반 친구들 역시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두면서 말이다.
<Wired : A Radical Way of Unleashing a Generation of Geniuses>
(강연 링크 : Salman Khan - Let's use video to reinvent education)
살만 칸의 칸 아카데미는 이미 너무 유명한 사례이며, 이 책에서도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의 사례로 소개된다. '거꾸로 교실'의 핵심 아이디어는 학생들이 스스로 온라인을 통해 학습을 해오고, 학교에서는 공부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서로서로 가르쳐주는 것이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한 때에 가르쳐줄 수 있게 된다. 칸 아카데미를 실제로 적용한 셸비 해리스 선생님의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이 효과를 잘 보여준다.
영상 링크 : Up close and personal in a Khan Academy classroom
"이 방법의 효과가 믿겨지지 않는다면, 여기에 와서 이 수업의 엄청난 효과를 직접 보라고 말할 거에요. 얼마나 사회적이고, 유대적이며, 열정적인 교육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매일매일 자랑스럽게 여기는지도요." -Shelby Harris
(Salman Khan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강연 링크 : Salman Khan - Let's use video to reinvent education
강연 소개글 : '교육의 미래'를 확인하세요
저서 :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스토어 밴 뮤직(Store Van Music)의 닐 존스턴(Neil Johnston)은 음악을 교육에 활용한다. 그는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하지만 음악수업은 싫어하는 아이들과 함께 아이패드의 Garage Band를 이용하여 'You make me so electric'이라는 곡으로 공연을 펼쳤고, 그 영상은 YouTube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게이우드 초등학교에서는 400명의 아이들과 녹음한 음악은 iTunes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이들은 이 활동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지금도 다양한 음악수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영상 링크 : You make me so electric
We say-Gaywood Primary School)
Asap Science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들을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다양한 그림과 등장인물들, 가끔은 아카펠라 등 공연적인 요소까지 곁들인 다양하고 재미있는 영상들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 中 하나인 'Which came first, chicken or the egg?'의 조회수는 1700만이 넘는다. Asap Science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미치 모피트와 그렉 브라운은 그들이 이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교육제도에서는 항상 흥미로운 내용부터 먼저 배우질 않습니다. 상당히 지식 중심이고 후반부에 가서야 흥미로운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에 착안해 거꾸로 뒤집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자, 여러분이 재미있어할 만한 내용을 통해 원리를 배워봅시다' - 204p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일 걸렸던 문제는 가르치려는 내용이 죄다 학생들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었어요. 저희 채널이 인기를 끄는 한 가지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205p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훌륭한 교사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학습의 촉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북돋워주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사실 이렇게 적어놓는 건 쉽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믿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아이들은 누구나 다 재능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학습해나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샌디에이고 인근의 하이테크하이(High Tech High)는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여러 초, 중, 고등학교를 포함하는 교육 네트워크다. 이 곳 커리큘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프로젝트 기반 교육(Project Based Learning)이다. HTH의 홈페이지에 가면 학생들이 직접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볼 수 있다.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엄청나다. 모든 학생들은 스스로 궁금한 주제를 프로젝트로 만들고, 필요한 내용들을 그룹 수행식 지도, 팀티칭 지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받는다.
"우리 학교는 주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방식을 가르칩니다." -214p
이러한 교육방법은 아이들 스스로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며, 그 결과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그 어떤 시스템보다 존중하게 된다.
"저희는 아이들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속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다들 아주 영리합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도와주기만 하면 됩니다." - 216p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교육은 이렇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커리큘럼이 존재하며, 이것이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성향보다 우선시 된다. 커리큘럼 속에 서열이 존재하고, 대부분 이론적 학습을 중시하고 있다. 저자는 여덟 가지 핵심능력과 과목이 아닌 기본 학과들을 중심으로 하는 커리큘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교육은 지역 공동체 전원이 책임이라는 기치 아래 개인 맞춤형,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을 진행하는 'Big picture learning'과 My World라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프로젝트 중심 학습을 진행하는 Matthew Moss 고등학교는 학생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을 만든 사례로 소개된다.
(Big picture learning homepage)
(Big picture learning의 가치 소개 : 넘나들며 배우기)
(Matthew Moss Highschool Homepage)
Matthew Moss 고등학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We are a Changemaker School'이라는 짧은 동영상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해준다. 심지어 친구들을 상담하는 학생도 있다. 마지막 대사에서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들의 미래에 기대를 품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Let's change ourselves. Let's change society. Let's change the world.
We are a changemaker school.
'전 세계 어디나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라는 걱정도 함께 든 장이다. 여러 사람들의 말을 이용한 대목에서, 시험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험은 모든 사고와 토론과 공동체 활동을 완전히 멈추게 해요. -256p
시험은 중요한 부분의 극히 일부만을, 그것도 아주 편협한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 259p
교과목의 테스트 방법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방법의 모델이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학교가 시험 준비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셈이죠. - 260p
성적은 교사들의 활용 도구였으나 지금은 교사들을 평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 273p
우리나라에서도 준비하는 학생이 많을,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SAT)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 시험은 중요한 것은 하나도 평가하지 않는다. 교육자들과 아이들을 철저히 무기력한 활동에 몰입시키기만 한다. - 263p
결국 2016년부터 대폭 개정할 예정이라고 나왔는데, 뉴스를 찾아보니 얼마 전인 3/5부터 개정된 시험이 시작되었나 보다. 여담으로, 이번 개정 SAT의 연습문제가 앞서 소개된 칸 아카데미에 공개되었고,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칸 아카데미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특히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면 좋겠다. (Wired : Can Khan Academy’s Free SAT Prep Level the Playing Field?) 굳이 여담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겠다. SAT 시험 바로 뒤에 저자는 표준화시험을 통해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거대 교육기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지도와 학습을 위해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동기부여 / 성취도 확인 / 표준화'의 3가지를 만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한 방법의 예시로 러닝 레코드(Learning Record)를 소개한다.
이 책의 소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내용이 바로 이 '러닝 레코드'이다. 이 책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저자가 '러닝 레코드'를 소개했다는 내용들이 적혀있다. 하지만 그런 기사들을 아무리 봐도 이게 무엇인지는 소개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이 책에 적힌 내용을 보고 나서도 이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미국까지 확산되어 나갔으나 미국의 낙오 아동 방지법(NCLBA : No Child Left Behind Act)에 의해 좌초되었다는 이 방법은, 오랜 기간 수집된 자료들과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체계라고 한다. (이것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모르겠다...) Learning Record의 모든 내용들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선생님들께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판 러닝레코드를 만들어 활용하시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왜 굳이 교장의 역할을 다룬 장을 따로 만들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교장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마치 군대의 사열식처럼 운동장에 전교생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으면, 느긋하게 나와 아무도 듣지 않는 훈화 말씀을 한동안 하다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저자가 교장의 역할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바로 훌륭한 관리자의 탁월한 리더십에 의해 학교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학교, 교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 관습이 포함되며, 물리적인 공간으로써의 환경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브루스 마우의 제 3의 교사(The Third Teacher)에서는 학생들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공간과 학습방법, 성취도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79가지 아이디어들이 아래 파일에 카드 형태로 들어있으니, 한 가지씩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아래에 있는 28번이었다. ^^)
A+ 스쿨은 교장의 리더십이 잘 나타난 예이다. 너무나 낙후된 지역의 학교를 맡게 된 진 헨드릭스는 누구나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예술에 기반한 교육 모델인 A+ 스쿨을 도입한다. 기꺼이 변화에 동참하려는 교직원들과 뛰어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그녀는 A+ 스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간다. A+ 스쿨 홈페이지는 아래 문구로 시작한다.
"The A+ Schools Program is the largest, longest running, most successful arts-based whole-school reform effort in the nation."
그 외에도 LEEP 등 더 많은 예시들이 있으나, 특히 이쪽 몇몇 부분은... 책 읽기를 조금 힘들게 만들어줬다.
이 책의 정체성이 가장 확연히 보인 장이다. 이 책의 원제는 'Creative School'이다. 즉 '학교'를 대상으로 모든 내용들이 서술되어 있다. 학부모를 주제로 하는 이 이 장에서도, 학교와 학부모가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작은,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다.
1. 아이를 개인으로 대해야 한다 - 아이를 개인으로써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해해야 한다.
2. 인생은 일직선이 아니다. - 인생은 표준 경로를 따라가지 않는다. 내 경험이 아이에게 맞지 않는다.
3. 부모가 할 수 있는 선택 - 아이들의 교육, 학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간의 시너지를 위하여, 학교가 학부모들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하며, 가정과 학교가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통칭 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리는, 과잉 양육에 대해 경계한다. 아주 특별한 사례처럼 적혀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인 듯 하다. 홈스쿨링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개인맞춤형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홈스쿨링의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보여준다.
마지막 장은 교육을 둘러싼 환경, 특히 정책/정치적 풍토 등에 대한 설명이다. 책 초반에 설명한 것처럼 교육은 기본적으로 복잡성을 띄고 있기에, 정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지역공동체의 의견을 모으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과, 한 개인의 리더십에 의해 환경을 변화시킨 혁신 사례들도 소개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해선 현재 방식을 바꾸지 않으려니 '위험회피', 동양의 순종적 문화나 시장 중심적 사고 등 '문화와 이념', 사립학교 등 '이윤의 영향력', 정치인의 좋은 성과물이 되는 '정치적 야망' 등의 장애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여러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영국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팀 브릭하우스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 387p
고 이야기하며 책을 마친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산으로 가서... 좀 힘들었다... 책 읽은 시간보다 정리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아 최대한 소개를 하려다 보니, 막판엔 겨우 소개만 하고 넘어간 모양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핵심, 즉 아이들은 모두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사실만 기억해도, 이 책을 읽은 의의는 있을 듯하다.
사실 한국에 대한 내용이 아니고, 대학교를 졸업한지도 이제는 시간이 좀 지났기에, 지금 우리나라 학교의 모습이 어떤지 잘 알지는 못한다. 그저 예전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썼으니, 현재의 상황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내가 다닐 때 보다 교육 상황이 훨씬 더 좋아져, 적어놓은 이야기들이 많이 틀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다룬 책도 다음에 다뤄보겠다.
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TED 강연을 소개하는 메일을 거의 매일 보냈었고 (본문에 링크한 TED 강연 소개들이 그 때 보낸 메일 내용이다.), 그중에는 교육을 주제로 한 강연들이 많이 있었다. 강연 소개와 짧은 내 의견들을 더해 보낸 메일들이 계기가 돼, 회사 인재개발원에서 교육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기회도 있었고,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한 커리큘럼을 만드는 활동도 몇 번 진행했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교육'이란 주제는 결코 나와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회사에 오기 전까지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아왔고, 회사에 와서도 조금씩이나마 계속 교육을 받고 있다. 엔지니어로서의 전문지식 습득 및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학습은 끝이 없으며,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다음 세대를 위한 지도는 앞으로 계속해나가게 될 것이다.
누구나 스스로 학습할 수 있으며,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무나 작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 조그만 움직임들이 모인다면, 지금도 살인적인 학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왜곡된 문화가 만들어지는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PISA 성적 1위, 행복도 꼴찌, 자살률 1위는 모두 얼굴 없는 단어다.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은 보지 않고, 그저 점수에 따라 줄만 세우는 교육 현실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명 한 명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많은 선생님들께서 책을 보시고,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와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가능한 변화들을 조금씩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다. 그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최대한 많은 사례들과 링크들을 연결해놨으니, 아무쪼록 활용해주셨으면. 단 한 명의 학생, 한 분의 선생님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