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극초기였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안정기가 된 후 알릴까 했지만, 우리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괜히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았고 한 달 후결혼식이 있기에 어차피 알려야 한다면 빨리 알리자는 생각이었다. 또 지금의 기쁜 감정을 나눌 사람이 제일 먼저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친정 부모님께는 그다음 주 주말에 본가에 방문할 예정이어서 직접 얼굴 보고 말씀드리기로 했고 멀리 계신 시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렸다.
"진짜? 진짜고?? 아유~~ 진짜 잘됐다, 웬일이고~ 진짜 잘됐다이~!"
시어머니의 첫 반응은 대략 이러했다. 전화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리액션과 반응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우리의 상황을 알기에 사실 시부모님도 결혼 후 아기 문제에 관해 거의 말씀하신 적이 없으셨는데 생각지 못하게 결혼식도 전에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덩달아 기분 좋았다.
급기야는 우시면서 좋아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와 남편도 또 한 번 울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남편의 친아버지가 어머니 꿈에 너무나도 단정한 모습으로 나왔다고 하시며 아버지가 보내주신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이제껏 아버님이 어머니 꿈에 나오시면 늘 돌아가셨을 때의 안 좋은 모습으로 나왔다며 며칠 전 꿈에서처럼 깨끗하고 말끔한 얼굴로 나오신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꿈 얘기에 우리의 임신이 더 신기했고 더 축복받은 느낌이었다.
일주일을 더 기다려 친정 부모님께 알렸을 때의 반응도 재밌었다.
초음파 사진을 우리 아기의 띠가 될 토끼가 프린팅 된 작은 상자에 포장해 넣어서 깜짝으로 보여드리려 했는데 우리 엄마가 상자를 보자마자 무심코 열어버려서 서프라이즈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어머 임신했니"하며 놀란 토끼 눈이 된 엄마의 표정에 웃음이 났다.
뒤늦게 집에 오신 아버지한테는 선물이라며 상자를 드리고 서프라이즈에 성공했는데 지금도 "오?!" 하시며 놀라신 표정이 생생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철부지로 같이 부대끼며 살았던 딸이 신혼집을 구해 나가고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임신까지 했다니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까.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제 나도 부모가 되면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내 베프 친구들에게도 비교적 빠르게 알린 편이었다. 베프들 5명에게는 결혼식 전에 알려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베프들 중에는 내가 두 번째로 결혼한 사람이자 첫 번째로 임신한 사람이어서 다들 신기해했고 고맙게도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었다.
남편도 주변에 가장 가까운 일부 지인들에게만 알렸는데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 선배들이 많아서 축하와 더불어 이런저런 조언도 해 주셨다. 확실히 미혼인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다 보니 우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나고 진짜 부모가 된다는 걱정도 부담도 기쁨도 같이 생겼다. 이 생명이 우리에게 온 이상, 어떻게든 어떤 상황이든 잘 키워 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들었다. 이 순간, 남편이 옆에 있어 더없이 감사했고 함께 부모로서의 길을 걸어간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