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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Sep 24. 2022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이유

퇴사했던 회사에서 알고 지냈던 분을 오랜만에 만났다.(이하 A) 퇴사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뵙고 거의 3년 만이었다. A는 멀리서 나를 보자마자 알아봤고 우리는 오랜만임에도 전혀 낯선 기색 없이 반가워했고 밀린 수다를 쏟아냈다.


사실 직장인이었을 당시 직장 동료가 아닌, 갑/을 관계라고 할 수도 있는 인연이었기에 이렇게 다시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퇴사 후 2년간 공부하면서 사회생활로 만난 관계는 거의 끊어졌다. 그런 중, A가 먼저 연락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도 반가웠다.




타 지역에 사시는 분이라 일부러 나를 만나러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오셨다는 소리에 애초에 오늘은 내가 대접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을 더욱 굳혔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평소에도 베트남 요리를 좋아한다는 A의 의견에 따라 주문을 하고 물 흐르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A는 나보다 6살이 어리지만 일찍 자리잡고 성취한 것도 많아 벌써 직업이 3개나 되었다. 그런 A가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나도 그간의 일을 얘기하며 최근에 하고 있는 일 등을 얘기했는데 귀 기울여 듣던 A는 회사에서 일로 만났을 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아 보인다고 편안해 보인다고 얘기했다.


회사 밖에서 사적으로 만난 게 처음이었는데 이제는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가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더 편해졌다.

대화를 하며 서로의 잘된 점을 축하해 주고 응원해주는 관계가 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때 그 시절 잠깐 알았던 사람으로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내가 공부하는 중에도 연락하셔서 선물도 보내주시고 응원도 해주셨던 게 이렇게 이어지니 참 감사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도 좋다는 말이 실감 났다.


흔히들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쓸 때 보통은 성향이나 성격, 취향이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하는 경우를 말하곤 한다.

그런데 꼭 성격, 사회적 위치나 상황이 비슷하지 않아도 대화가 잘되고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를 나는 연락이나 만남, 인연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의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만남에 대한 감정의 결이 비슷한 사람, 이 또한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아닐까.

연락했을 때 단순한 빈말로 끝나는 경우가 아닌 사람, 만나자고 했을 때 좋아요가 바로 나오는 사람, 바로 약속을 잡고 그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A의 소개팅 얘기와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연이라는 게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인연은 애써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노력한 관계는 오래 잘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어떤 인연은 특별히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곤 한다.


물론 서로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는 관계가 기본이어야 한다. 거기에 서로를 자연스럽게 해주는 관계, 부담을 주지 않는 관계, 오래 보지 못해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관계가 좋은 관계의 요소라 생각한다.


A 같은, 또 한 명의 그런 인연이 내게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좋았다.

자주 보지 못해도 오래 볼 수 있는, 그런 은은하고 좋은 관계로 쭉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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