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전시를 봤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게 취향이었던 사진전이었다.
맞아, 내가 보던 세상도 이런 세상이었지. 이런 시선을 담고 싶었어. 네모난 세상, 고층 건물 바다의 윤슬.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이 생각이 나는 전시였다.
점심은 엄마가 아가씨시절부터 먹었던 남대문 칼국수 골목의 오래된 한 가게에서 먹었다. 부른 배를 안고 명동을 걸었고, 동네 재래시장에서 십원빵을 사 먹었고, 돌아오는 길 뻥튀기를 사 먹고, 낮잠을 다섯 시간을 잔듯하다.
한가롭고 오감이 배부른 하루였다. 그러나 일상이 아닌 어느 특별한 하루. 운동을 취미로 갖기 전 일상이었던, 서랍 깊숙이 넣어둔 오랜 날을 꺼내 다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