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다 보면 때때로 '헤어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만남을 가지고 헤어진 후 잠자리에 가만히 누워있을 때, 같이 있지 않을 때이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고민하고 싶지만 사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그러니까 좀 애매할 때. 내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모르겠을 때. 그럴 때 이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연애뿐 아니라 모든 관계는 실질적으로 같이 있지 않을 때에도 그 관계성이 서로에게 잘 닿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오래된 관계는 그 시간이 '관계가 잘 닿아있음'을 증명해 준다. 잘 맺고 교류한 관계이기에 그 오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가족이 그렇고, 오래된 벗이 그럴 것이다. (혈연은 다른 경우가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끊긴 혈연도 있지 않은가.)
나는 그래서 연애에 있어, '연락'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이 부분이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연락은 시도 때도 없이 서로의 시간에 집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안부를 묻고, 일상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설사 내가, 상대방이 서로의 하루를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지금의 연애 상대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연락에 관한 것이다. 나는 항상 서운한 쪽이고, 상대는 늘 미안해하는 쪽이다. 지금껏 '잘 들어갔어?'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고(적다 보니 그렇네), '잘 잤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부분은 생활패턴이 다르고, 늘 내가 먼저 일어나니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달라도 건넬 수 있는 말이고, 늦은 기상이라면, "나 이제 일어났어. 잘 잤어?"라고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사람과 연애를 해보자 결심을 했을 때, 이런 문제로 내가 서운할 거라고 생각을 해보질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연애에 있어 디폴트 값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고, 이런 부분으로 고민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난 너를 사랑하고 있어'를 보여주는 가장 쉽고 흔한 모습 아닌가.
분명히 다정한 사람인 것 같은데, 나한테만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얕고 넓게 퍼진 다정함인 걸까. 그래서 내게 오는 다정함이 얕은 거라면, 이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사람인건지, 아니면 나와의 관계에서만 이런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커 버티겠지만, 어느 날 내가 지쳐버리면 나는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사실 점차 자주 느끼는 듯하다. 속 좁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지치면 안 되는데.
깊은 사랑을 받고 싶어. 네가 아니? 넌 평생 모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