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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Jun 29. 2020

월요일,

한 주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것들

  한 주 밀려서 쓰고 있기는 하지만 마침 월요일을 맞이하는 새벽이다. 장마 동안에는 조금 쌀쌀한가 싶더니 거짓말 처럼 후끈한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새벽. 사실 올 한 해 시간 개념이 없이 방탕하고 무력하게 보내고 있다보니 남들처럼 주말이 끝난다는 비명도 새로운 주에 대한 기대나 부담도 그다지 없는 편이다.

  조금 놀림 당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얼마 전에 신점이라는 걸 봤다. 꽤 기대되는 면접을 앞두고 여러 복잡한 마음에 시도해본 기분전환이라고 할까. 나는 올해까지가 삼재라고, 참 힘들었을 법 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냥 이런 말도 꽤 도움이 된다. 사실 우리가 겪는 여러 고통이나 험한 일들에 우리 자신의 의사나 명명백백한 잘못이 있는 경우는 적고, 그저 우주와 별의 흐름에 따라 그랬어야 할 시기라고 하는 그 무력한 진단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하면 우스운 일인가? 그러나 그 말에 따르자면 이 시기는 언젠간 또 지나가는 시기가 된다는 이야기니까 나는 나 좋게 받아먹기로 마음 먹었다.

  요 몇개월 동안은 정말 게임 하나에 완전히 사로잡혀 지내고 있다. 처음엔 말이 많은 신작 게임이라 시작했는데 취향에도 맞았고 마음에 닿는 스토리도 좋았다. 정신없이 몰두하면서 이 게임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스테이지까지 깨고 나니 새로운 스토리가 업데이트 되고, 다른 유저들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컨텐츠도 생겼다.

  사실 최종 스테이지를 깨고서는 내가 이 게임을 그만두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몰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그런데 업데이트 된 스토리가 정말 좋았다. 마음을 위로해주는 말들도 많이 얻었고 거기 공감하는 다른 유저들과 감상을 공유하다 보니 레이드 컨텐츠가 업데이트 되었다. 이걸 대비해서 여러 연합을 전전하다가 그냥 나를 포함해 나와 비슷한 결의 유저들이 편하게 즐길만한 연합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직접 하나를 만들었는데, 게임 얘기나 건조하게 오가리라고 생각했던 이 연합 오픈 카톡방이 너무 재미있다. 불편한 발언을 하는 사람도 없고 공통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끊임없이 대화거리가 나온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이 레이드는 매주 토요일에 마감을 해 월요일에 새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던전 마일리지도 매주 초에 갱신이 된다. 그러니까 요즘은 이걸 기다리는 마음으로 월요일을 맞이한다. 좋아하는 웹소설이 주간 연재일 때는 주말을 맞이하는 게 지루할 지경이더니, 좋아하는 게임 컨텐츠 덕에 월요일을 고대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지내다보니 생활 시간이 겹치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서 가족들이 일찍 잠들고 금방 출근할 월요일 넘는 새벽에는 고요를 최대한 즐기기 위해 무리해 밤을 새고는 했는데 오늘은 목적이 있어서 늦게까지 깨어있기는 하지만 요즈음의 월요일은 내일 일어나면 종알종알 괴수가 어떻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단톡방과 열심히 빡겜(...)을 한 덕에 제법 그럴듯한 결과를 내는 내 계정 고대하면서 잠들고는 한다.

  시시한 결론이지만 월요일을 즐겁게 맞이하는 법이든 무기력하고 늘어지는 일상에서 기쁠 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든 비슷한 일 같다. 게임이나 한다고 자책하는 대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즐거운 일상이 하나 추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요즘은 자책도 불평도 너무 지겹고 아무거나 좋아하고 아무거나 즐거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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