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드리븐 콘텐츠 첫 걸음: 관찰-기록-패턴발견
스타트업 에디터는 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의 성공 방정식을 발견하고, 먹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 제품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물론 성공하는 콘텐츠를 경험과 감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일이다. 잘나가는 식당이 매출로 성과를 보이는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와 친숙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낯선 일이다. 콘텐츠 조직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의 첫 시작을 어떻게 할지 가이드한다.
콘텐츠는 말 그대로 알맹이다. 이걸 어느 그릇에 넣어 운영할지는 스타트업마다 다르다. 블로그, 뉴스레터, 앱이 기본적이다. 회사에 개발자가 있으면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고, 가용할 수 있는 리소스가 없다면 브런치, 미디엄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그릇마다 볼 수 있는 데이터가 다르고 한계가 있다는 것. 외부 플랫폼은 서비스별로 제공하는 데이터셋이 정해져 있다. 추후 심층 데이터를 보려고 해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자체 개발할 때는 원하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외부 플랫폼은 회원가입 후 콘텐츠 발행을 시작하면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처음부터 데이터 백화점처럼 기깔난 대시보드를 구성하기도, 어떤 데이터가 자사 콘텐츠에 맞는지 알기 어려워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무엇을 쓰든 욕심내지 말고 기초 데이터부터 차근차근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블로그나 앱에 콘텐츠를 올린다면 조회수와 좋아요 개수 등을 측정하면 좋다. 자체 플랫폼을 쓴다면 Google Analytics나 Amplitude 같은 대시보드 툴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제품팀에 문의하면 간단한 사용법을 알려줄 것이다(혹은 연동해줄 것이다). django를 활용해 만든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에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 등을 활용한다면 발행한 콘텐츠나 관리 페이지에서 기초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유입 키워드를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어떤 검색 과정을 통해 발견되는지 알 수 있다.
뉴스레터를 발행한다면 오픈율부터 측정하자. 오픈율만 보더라도 자사 뉴스레터에 꼭 맞는, 먹히는 제목의 비밀을 발견해나갈 수 있다. 좋아요 같은 만족도 데이터를 메일 내부에서 바로 얻기는 어렵지만, 독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설문 폼을 연결해 5점 척도로 만족도를 측정하면 된다.
이렇게만 측정하기 시작해도 우리 회사의 독자(이용자)가 어떤 콘텐츠에 더 반응하는지 감을 얻을 것이다. 잘나가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획을 확장하고, ‘다음 콘텐츠도 비슷하게 하면 지표가 잘 나올까?’ 하고 간단한 가설·검증 방식의 콘텐츠 발행 업무를 꾀할 수 있다.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에 할 일은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다. 콘텐츠 관리 페이지나, 대시보드 툴이나 모두 ‘경향’ 파악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지금 어떤 콘텐츠가 잘나가네’ 같은 식이다. 데이터는 순간순간 바뀌는데 그 흐름을 사람이 모두 기억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달 전의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지만, 현재 데이터와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해야 한다.
기록은 편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 다른 팀원이 함께 봤을 때 알아보기 좋은 정도면 된다. 나는 이전, 현재 회사 모두에서 발행 날짜와 콘텐츠 제목, 조회수 정도로 콘텐츠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록 시점에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회수는 언제 확인해도 상관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특정 시점을 정해 기록해야 같은 기준으로 콘텐츠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Tip: 조회수 데이터를 처음 측정한다면 발행일 기준 D+7 수치와 D+30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이 콘텐츠가 발행 직후에만 반응을 얻는지, 발행 시기가 지난 뒤에도 꾸준히 제 역할을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콘텐츠별 추이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사이트를 메모해두면 어떤 효과 있다. 대시보드는 나무를 보는 데 좋고 스프레드시트는 숲을 보는 데 좋다.
데이터를 기록하면 콘텐츠 현황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을 넘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데이터가 쌓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다. 콘텐츠를 주 3회 이상 발행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데이터가 금방 쌓이겠지만, 주 1회 발행하는 경우라면 D+7 조회수 데이터만 해도 4개 쌓이는 데 한 달이 걸린다. 콘텐츠로 임팩트를 내는 것이 장기전인 이유다.
대시보드에서 경향을 파악하든 기록을 살펴보든, 데이터를 확인한 사람의 머릿속은 바빠진다. 콘텐츠 성과를 여러 각도로 살피면 귀납적으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어서 그렇다.
예를 들어 개별 콘텐츠의 D+7 조회수가 100 내외로 나오는 미디어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던 어느 날 한 콘텐츠의 조회수가 발행 하루 만에 100이 넘었다면? 어떤 원인으로 조회수가 급상승했는지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제목이 좋아 많은 사람이 클릭했는지, 누군가 공유해서 입소문을 탔는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상정해야 한다.
가능성을 리스트업했다면 그중 실제로 영향이 미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100%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떤 원인인지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콘텐츠가 어떤 원인으로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는지 내부 히스토리가 쌓인다.
다른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뉴스레터라면 유독 오픈율이 높은 콘텐츠의 제목의 특징을 파악하고, 블로그라면 좋아요 수가 유독 많은 콘텐츠의 소재를 파악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반응’이 왔다는 점이다. 반응은 미디어 또는 미디어를 활용한 제품이 성장할 동력이 된다. 반응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콘텐츠를 기획할 때 핵심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 다른 팀원과 의견이 충돌할 때 근거로 내세울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다시 관찰-의사결정하는 것이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의 시작이다. 멀리 나아가서는 콘텐츠 전략의 근거가 된다.
처음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화려한 대시보드를 보면서 콘텐츠를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작은 기록 하나도 근거 있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데이터 하나를 알아내기가 힘들다는 것도 깨달았다.
일단 기록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데이터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다른 데이터를 보기 위해 개발팀에게 문의하는 자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엑셀 1개 시트에서 기초 데이터만 기록하던 나날은 과거의 일이 되고, 어느새 6~7개 시트는 거뜬히 채우고 있을 것이다. 화려한 데이터 기록지는 성실함만이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