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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젯밤달 김미주 Jan 25. 2018

그림여행 : 어쩌면 당신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

퀘벡 한 달 살기 : 여행 중 찾아온 사랑니

2년 반동안 괜찮았던 치통이 시작됫다. 처음부터 병원을 생각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가기 싫은 치과를 캐나다에서 가고 싶을리가 없었다. 인터넷에 캐나다 치과를 7번정도 검색을 했지만 비싸다거나 생각보다 비싸지 않거나 라는 의견 분분한 이야기들 뿐. 그리고 그들은 거의 토론토나 벤쿠버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쓴 글로 한인 치과를 방문한 후기들 뿐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인 이 곳,  동양인 찾아보기 힘든 퀘벡에 한인 치과가 있을리가 없었다.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한밤 중 이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 다행히 한국에서 혹시나 가지고 온 진통제가 있어 일단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캐나다 치과를 12번정도 검색했다. 5일전부터 시작된 치통이 왠지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여행을 이깟 치통때문에 망칠 순 없었다. 나는 치과에 가야만 한다.


퀘벡 기차역 Gare du palis에 위치한 치과 
퀘벡 기차역 Gare du palis에 위치한 치과


구글맵에 검색해 찾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치과. 

치과는 굉장히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다행히 아는 곳이었다. 치과는 고풍스러운 건물탓에 관광지로 유명한 퀘백 기차역 Gare du palis 건물안에 있었다. 처음 퀘벡에 도착했을 때 처음 발딛은 곳이다. 치과에 들어가자 프랑스어만 할 줄 아는 간호사가 나를 반겼다. 다행히 그녀는 매우 친절했다. 예약이 가득 차있어 두시간 후에 다시 찾아오라는 말과 함께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기본 생활회화만 마스터한 나에게는 도무지 알수 없는 차트였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차트를 완성하고 빈 시간을 보낼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기차역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그저께부터 시작한 비는 오늘 유난히 많이오는 듯했다. 트립어드바이저를 검색해봐도 주변에 갈만한 커피숍이나 시간을 떼울만한 곳이 없었다. 그냥 기차역에 있기로 했다. 일부러 찾아올만큼 기차역은 아름답고, 작은 푸드코트가 있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림을 그리려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따라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매일 가지고 다니던 스케치북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갑자기 눈에 작은 기념품샵에 들어갔다. 작은 구멍가게 같은 샵이라 그다지 구경할 건 없었다. 계획에 없던 엽서 2장을 사고, 푸드코트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림을 그렸다. 


퀘벡 기차역 Gare du palis
퀘벡 기차역 Gare du palis


시간에 맞춰 다시 치과로 돌아갔다. 엑스레이부터 찍고 자리에 앉아 의사를 기다렸다. 한숨만 푹푹 나왔다. 한국에서도 안가는 치과를 왜 여기까지 와서 오게 된 것인지, 오기전에 미리 치아를 체크하고 올 걸 후회가 막심했다. 치과는 한국에 비해 기계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때나 썼을 것 같은 장비와 의자였다. 의사에게 간단히 증상을 설명했다.어려운 의학용어때문에 의사소통이 쉬울리 없었다. 의사는 바디랭귀지를 사용해가며 매우 쉽고 친절하게 치통의 원인을 설명해주었다. 다행히 충치는 아니고 예상했던데로 역시 사랑니가 문제였다. 임시방편으로 아랫쪽 사랑니 주변 잇몸을 누르고 있는 윗니를 살짝 갈아주는 듯 하였다. 그는 앞으로 2달정도는 아마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사랑니를 꼭 발치해야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사람들은 보통 18살정도에 모두 사랑니를 발치한다고 말했다. 

나도 내가 서른이 넘어서 사랑니가 날줄은 몰랐지.


퀘벡 치과에서 처방받은 약


진료가 끝나고 손수 써준 처방전을 받았다. 가까운 약국에 가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는 내가 걱정이 된건지 의사와 간호사 2명이 모두 나에게 붙어서 약국의 위치와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설명해줬다. 약을 다 먹으면 다시 한 번 치과를 와야 했는데 나의 여행일정에 맞추어서 원래있던 예약까지 조절해가며 다음 예약을 잡아주었다. 친절했다.

진료비용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지 않았다. 엑스레이, 진료, 윗니를 갈아내는 비용까지 해서 98$, 약국에서 약(10일분)은 53.40$가 나왔다. 캐나다의 치과비용은 한국에 돌아가는 왕복 비행기값보다 비싸다는 글을 봤는데 전혀 아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사랑니를 빼야하는데도 치과를 나서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친절한 의사와 간호사들, 심지어 약국마저 나에게 이해했는지를 계속 물으며 내가 혹시라도 잘못 알아먹은게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약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왜 하필 캐나다까지 와서 치통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아침까지만 해도 짜증이 양껏 났지만, 이상하게 집에가는 길이 즐거워졌다. 


생각해보면 원래 여행은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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