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젯밤달 김미주 Nov 11. 2017

그림여행 : 여행에도 쉬어가는 날이 필요하다

퀘벡 한 달 살기 : 휴식이 가져다준 깨달음


여행을 시작하고 지금껏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퀘벡을 돌아다녔다. 한국에선 집 앞 나가기도 귀찮아 하는 편인데 요 며칠 무리를 했더니 몸에 조금씩 무리가 가는 모양이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닌데 몸이 무겁고 나른하기 시작했다. 오늘만큼은 무척이나 쉬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숙소에 있기엔 시간이 아까워 산책이라도 할 겸 길을 나섰다. 


퀘벡 노트르담대성당 앞 광장



추울 줄 알고 털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나갔는데 의외로 햇빛이 매우 따뜻했다. 광합성도 할 겸 하여 숙소 앞 광장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요즘 며칠은 밖에서 그림을 그리면 손이 시려 다 완성을 못하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햇볕이 따뜻해 그림 그리기 딱 좋은 날씨다. 


한참 그림을 그리다 깨달은 건데 내가 그리고 있던 건물은 유명한 관광지인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현지에 사는 것처럼 여행할 거라고 관광 책 같은 건 보지 않아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 가지고 퀘벡에 와 세세하게 이 곳 저곳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그냥 발길 닿는 데로 걷고, 앉고 싶으면 앉고, 그리고 싶으면 그릴 뿐이었다. 



퀘벡 노트르담대성당, Notre-Dame Basilica of Quebec City



한참 그림을 그리던 중, 귀엽게 생긴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말괄량이 같은 얼굴에 하이디 같은 귀여운 체크 치마를 입은 소녀는 나에게 어색한 영어로 인스타그램 주소를 물었다. 아까 전부터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고 했다. 프랑스인인 그녀 역시 그림을 즐겨 그리는 앳된 소녀였다. 낯선 곳에서 모습도 언어도 다른 사람에게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림을 마무리하고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갔다. 성당은 압도적이었다. 성당 내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멈춘듯한 공기와 압도적인 화려함은 무교인 나에게도 경건함을 느끼게 했다.

왠지 모르게 오늘 하루는 느리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 그간의 여행의 기억들을 더듬고,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나는 무교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다 같으니까.



퀘벡 노트르담대성당 내부
화려한 제단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성당을 나서는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가벼웠다. 왠지 숙소에서 나올 때의 무거움과 나른함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아까 만났던 프랑스 소녀부터, 오늘 같은 날 마침 들어가게 된 성당과 따뜻한 날씨까지. 모든 것이 적절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적당함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나는 여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어가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휴식과 쉼을 바라고 온 곳에서 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기대해 스스로에게 부담감을 줬을지도 모른다. 그림여행을 하면 행복할 거야, 라는 나의 막연한 기대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잘 그려야겠다는 압박을 주었다. 무언가 행동을 하면 꼭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태도가 문제였던 것이다.  여기는 직장이 아니다. 그리고 일이 아니다. 

부끄럽게도 이 당연한 사실을 몸이 힘들어 한 숨 쉬어가는 날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여행에도 쉬어가는 날이 필요하다.




Information


                                

Notre-Dame Basilica of Quebec City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

북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

퀘벡시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소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화려하고 예술적인 내부가 압도적이다. 

오픈 시간  : weekdays 7am~4pm  / SAT 7am~6pm / SUN 8am~5pm (서머타임에는 매일 ~7pm)

주소 :  16 Rue de baude, villa de quebec, QC, CANADA

                                                                                                                                                                                                                                     





이전 08화 그림여행 : 우리는 서로의 룰을 이해해야 하기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