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한 달 살기 : 퀘벡에서 만난 고양이 카페
어젯밤부터 비가 내렸다. 새벽 내내 불어온 거센 바람으로 인한 퀘벡 오래된 집들의 창문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로 밤새 잠을 잘 못 이루었다. 4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일어났다. 피곤해서 다시 잠을 청해보려고 했지만 뒤척이기만 할 뿐 한번 깨버린 잠을 다시 들기는 어려웠다.
침대에 누워 구글맵을 켜고 오늘은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오늘만큼은 왠지 정말이지 걷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한참을 어딜 가야 하나 고민했다. 이상하게 올드 퀘벡에는 카페가 별로 없다. 한참을 고민하다 처음 숙소에 들어왔을 때 호스트 frederick이 건네준 추천 가게들이 적힌 a4용지 여러 장을 뒤적뒤적 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적거리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친절한 스탭과 아늑한 공간, 그리고 고양이들과 놀 수 있는 곳.이라고 적혀있는 이 곳은 숙소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카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들어가자마자 스탭이 나와 손청결제와 함께 몇 가지 룰이 적힌 리스트를 건네주었다. 리스트에는 손님이 지켜야 할 열 가지 주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1. 카페에 처음 들어올 때, 화장실을 다녀올 때, 밖에 잠시 나갔다 왔을 땐 입구의 손청결제를 사용해주세요.
2. 간식이나 고양이를 데려오지 마세요,
3. 고양이를 방해하지 마세요
4. 잠자는 고양이를 깨우지 마세요
5. 고양이들이 스스로 당신에게 다가갈 거예요, 그들을 억지로 잡지 마세요
6. 아이들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
7. 크게 말하지 마세요, 고양이가 스트레스받아요
8. 고양이에게 사람의 음식을 나누어 주지 마세요.
9. 사진은 찍어도 좋지만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아주세요
10. 고양이를 손으로 최대한 만지지 말아주세요
내가 본 9마리의 고양이들은 낮잠을 자거나, 사료를 먹거나, 자유롭게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손님들에게는 불친절하지만 고양이가 지내기엔 완벽한 공간이었다.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은 수다를 많이 떨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조용히 고양이를 지긋이 바라본다. 혹시라도 큰 소리가 날라고 치면 쉿-을 외치며 고양이가 놀라지 않도록 살금살금 천천히 움직인다. 우리가 침범한 고양이의 공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거나 사색의 시간을 보낸다.
사실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공간에 침범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름의 룰과 예의를 지키며 서로 침범하는 공간들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 그 룰이 어긋나서 싸우고 힘들고 스트레스받고 그러며 살고 있는 거겠지. 모두의 룰이 완벽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룰을 이해해가며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Information
아홉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퀘벡 시티의 특색 있는 카페, 커피와 간단한 케이크와 빵을 판매한다.
친절한 직원들과 깨끗하고 잘 꾸며진 실내가 편안한 아늑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퀘벡 기차역 Gare du Palais 건너편에 위치하여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주소 : 307 Rue Saing-Paul, Ville de Quebec, QC, C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