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생각 관찰하기
금요일에 내 기준 장거리를 달렸기 때문에 토요일은 러닝을 쉬고 자유수영을 갔다.
원정 수영을 간 수영장에는 체온조절실이라는 이름의 작은 사우나가 있어서 지친 발목과 하체 근육을 풀기 좋다. 사실 거리를 한번에 5분씩만 늘리기로 했는데 삘받아서 15분이나 늘린 두 시간 달리기로 점프를 해버렸기 때문에 혹시나 근육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역시 몸의 회복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깝치다간 부상을 입기 십상이니 오늘은 천천히 한시간만 달렸다. 날이 추워지니 심박수가 급격히 치솟는다. 평소와 비슷한 속도인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몸이 차가워지고 굳어있으니 심장은 피를 말단까지 보내기 위해서 열일을 해야 해서 그런 것 같다.
한시간 쯤 가까워오자 기분도 좋아지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고 마무리했다. 산스장의 철봉에 매달려 행잉레그레이즈 10×3세트를 깔짝 해주고 햄스트링을 꼼꼼히 풀어준다음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니 이곳이 극락이다.
폰 없이, 음악없이 달리기를 하면 머릿속의 생각이 흐르는 곳을 천천히 관찰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생각, 과거에 대한 후회. 상상속 선택지에 대한 공상. 그런 것들이 흘러다닌다. 그러고는 사라진다. 같은 패턴을 지닌 놈들이 아닌척 이랬다 저랬다한다. 그러나 생각으로 미래를 상상해본들 막상 닥친 오늘은 생각과 다르고, 순간은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