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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Mar 25. 2023

'나는 신이다'가 놓친 것

나는 신이다를 봤다. 뒷부분은 보지 않고, JMS 부분만 봤다. 사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내용과 별 다를 것은 없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방영한 이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신이다’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경각심을 주는데 성공했지만, 사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의 본질에 대해서는 간과한 측면이 크다. 왜 사람들은 메시아를 바라는가? 누군가 우리를 이 곳에서 구원해주기를 바라는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정명석이라는 불쾌한 사람을 메시아로 모시게 되었을까?


 나의 뇌피셜을 풀어놓자면, 그는 처음에 어떤 예언이나, 미래를 보는 힘이 있음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 예언이 맞아떨어지고, 정명석이 말했던 사건들이 사실로 일어났음을 확인한 사람들은 그를 믿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미래를 보거나 예언을 하게 되는 일을 아예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항상 그런 것을 얘기하는 사람은 있어왔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더불어 성경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했을 것이고, 그를 믿는 자는 선택받은 자라는 선민 의식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괴로움과 온갖 고난은 그를 믿음으로서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속삭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를 믿고 의존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JMS에 고위층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가진 고위층 인사들은 왜 그를 믿게 되었을까? 권력의 최상층에 가면 경쟁은 더 심해지며, 비교와 질투는 더 강해진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권력의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동료들을 보거나,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뭔가 붙잡고 싶어졌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가진 것을 영속하고 싶었거나.  그 때 그들이 붙잡은 것이 정명석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명석을 우상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정명석에게 신임을 받으면 받을수록 종교 집단내의 지위는 상승했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인정욕구를 정명석은 이용했던 것이다. JMS가 명문대학의 엘리트에 훌륭한 외모를 지닌 학생들만 영입했다는 것만 봐도 그는 처음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확실하다. 정명석이 처음부터 여자들을 성폭행했을까?  정명석은 원래 있던 열등감과 권력욕구가 다른 자들에게 우상화되기 시작하면서 폭발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권력을 가진 인간의 뇌는 변하기 마련이니까.


물론 정명석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명석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정명석에게 착취당할 수 있다. 나는 신이다에 나온 사람들이 특별히 멍청해서, 특별히 의존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나는 신이다’가 우리 사회에 몰고온 사이비에 대한 경각심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왜 사람들이 그런 곳에 빠지게 되었을까?’가 더 궁금한 종류의 인간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은 무아적 존재라고 한다. 나라는 고갱이가 없고, 독단적이고 특별한 나라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실체가 없으며 양자의 춤을 추고 있는 허깨비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허깨비라도  남이 자신을 장악하려 드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나라는 것이 없고, 하느님이, 혹은 온 우주가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하여도,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 내 행동의 결정권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힘들 때 누군가 내민 손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손이 검은 손이며 지옥으로 가는 관문이라 할지라도 그 손을 붙잡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은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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