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동이 더 맛있었던 이유
한 달 전쯤이었나?
느지막이 퇴근해 버스에서 친구를 만났다.
무얼 먹으면 좋을까 하다 문득, 올해 처음 알게 된 우동 맛집의 우동이 간절히 먹고 싶어 졌다.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한 데다, 메뉴가 메뉴인지라 늦게까지 할까 싶었던 우리는 헛걸음하기 싫어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몇 시까지 하냐고 묻고는, 그럼 갈 수 있겠다! 신이 나서 전화를 끊었다.
매장에 도착했더니 다행히 몇 팀이 식사 중이었고, 우리가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몇 팀인가가 더 들어왔다.
무얼 먹을지 고심하다가 정식 두 개를 시키기로 결정! 지난번에 면이 부족해서, 그래서 시키려 했지만 나오는데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던 사리도 미리 시켰다. 주문을 하고 탱글 쫀득한 우동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사모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여기저기 묻고 다니신다.
혹시, 전화 주셨나요?
새로 오는 팀에도 물으신다.
전화하신 분인가요?
주방 마감을 하기 전, 전화했던 사람이 왔는지 확인하고 싶으신 모양이었다. 전화한 사람(=우리)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것 같아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제가 걸었어요! 양쪽이 멋쩍게 웃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우리는 식사를, 주방은 정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동은 역시나 맛있었고, 먹는 내내 기분도 참 좋았다. 지금도 가끔 이 얘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데, 하면서도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는 그런 전화를 받았어도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전화한 사람이 찾아올까, 늦지 않게 와서 우동을 먹을 수 있을까 기다리는 건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참 피곤하게도 산다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 씀씀이가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부터는 전화할 때 그래서 가겠다, 못 가겠다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랬는데 그날 늦게 도착해서 주방 마감했다고 쫓겨났다면 이 글을 쓰지 못했겠지? :)
Title Photo by Ramille Soare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