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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Sep 24. 2022

[10줄 문학] 시월에 들게 하옵시고

2022년 9월 19일 ~ 9월 23일

1. 매력적인 빌런


최근 쓰는 소설에는 빌런이 나온다. 근데 나름 사연이 있는 빌런이다.


글을 쓰다보면 흔히 '자캐딸'이라는 게 생긴다고 하는데 나는 요새 저 빌런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웹소설에서도 입체적인 인물이 인기를 끌었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 사람들은 단순한 악역과 확실한 권선징악을 추구한다고 한다.


단순히 재미로 보는 웹소설인데 지나치게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올드패션드 웹소설을 쓰는 나는 절대 악이 아닌 입체적인 빌런을 써버리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과의 인식 차이가 상당하다.


댓글마다 독자들이 개새끼라고 욕할 때마다 속으로 '아닌데....우리 누구누구 그런 애 아닌데....사실은 아닌데...'하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작가는 그러면 안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자꾸만 빌런이 안쓰러워지려는 마음을 꾹 참는다.


이렇게 된 이상 스토리로 이 빌런의 조지는 매력을 납득시켜 버리는 수밖에 없다.





2. 브런치북 공모전


소설 <낭만퇴사>로 브런치북 공모전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요새 브런치팀도 열심히 참가를 독려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런저런 팁 영상 같은 걸 올리기도 하고 키트를 만드는 등 꽤 열심이다.


어제는 그들이 민음사에 유료광고를 줘서 올린 민음사TV 영상을 봤는데, 보고 나서 솔직히 좀 좌절했다.


그 영상을 보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아, 내가 지금 쓰는 소설은 적어도 민음사 pick은 아니겠구나'라는 확신 뿐이었기 때문이다.


완결고보다는 기획을 선호한다는 내용과 출판사와 함께 만들어갈 내용을 본다는 편집팀의 인터뷰에 나는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브런치 팀은 브런치북을 홍보할 때 '매거진은 연재, 브런치북은 완결된 이야기'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어째서 정작 브런치북 공모전에선 완결된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 걸까?


브런치북의 취지에 맞게 완결까지 완벽하게 내서 공모전에 접수하는 나의 전략이 오히려 한 군데는 제끼고 가는 길이란 아이러니....


그래도 뭐 나는 어차피 살면서 공모전에서 당선된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그러려니 한다.






3. 시월에 들게 하옵시고


웹소설 유료 연재 심사를 넣게 되었다. 워낙 지표가 심해작이라 꿈도 못 꿔볼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무연 사이트가 하도 죽어서 원고만 괜찮으면 해볼만 하다는 듯 하다.


플랫폼 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10월 까지도 계속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런데 10월에는 브런치북 공모전도 있지 않은가?


난 내 퇴사기념일인 9월 30일에 접수를 할 생각이므로 10월 정도면 아마 그것도 심사에 들어갈 것이다.


시월이 나를 두 번이나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혼자 자유롭게 일하면 적어도 대놓고 남한테 평가는 안 받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매일이 평가의 연속이다.


머리 비우고 계속 쓰기나 해야지. 어차피 결과는 내가 생각한다고 해서 바꿀 수 없으니.







4. 마사지 인간



젖소는 우유를 짜기 위해 항상 임신 상태로 있어야 한다.


하루 3번 5천자 씩 1만 5천자의 작업량을 고수하는 나는 요즘 내가 그런 임신 상태의 젖소가 된 것 같다.


터질듯이 부푼 발상을 짜내고 짜내서 글로 풀어내도 끝이 없다. 한참 남았다는 생각에 막막해지면 난 조용히 요가 매트에 마사지 도구를 들고 눕는다.


손에는 블랙팬서 냥냥펀치 같은 손목 마사지기를, 눈에는 온열안대 마사지기를 끼고 돌리면서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마사지 기기가 다 해준다는 그 미친 수동성이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나의 일은 미친 능동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마사지 기기들이 없었다면 이 모든 걸 해낼 수 없었으리라.


직장인이든 누구든 다 똑같지 않을까.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전부 소진한 듯 지쳤을 때, 마사지 기기를 찾게 되는 우리는 모두 마사지 인간이다.




5. 아 어쩌란 말이냐


집에 있는 스마트 체중계로 가끔 인바디를 하는데, 오늘은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체지방 16프로가 나온 것이다. 솔직히 가정용 체중계라 정확하다고는 생각 안한다. 그냥 근육이 늘고 있나 동향을 보는 정도이지.


그래도 위험 수준이라고 체지방을 증량하라는 그 체중계 어플 말을 들으니까 또 화가 나는 거다.


아 진짜 어쩌란 말이냐?


당뇨전단계 관리법을 보고 운동해서 근육 조져놨더니 이젠 체지방을 늘리라뇨?사실 당뇨를 피하려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도 잘못하면 신장 조지는 거 아니냔 말이다.


이 무슨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도 아니고, 운명이란 놈이 나와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이걸 피해서 저 루트를 타면 또 함정이 있는 식인데 결과는 모두에게 똑같이 죽음인 거.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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