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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ㅎ Mar 24. 2024

운동을 하면 몸이 아프다

분명 건강해진다고 했잖아요!

몸을 쓰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위험이 있다. 부상은 운동에 딱 붙어 따라오는 단어다. 엥 튼튼해진대서 시작한 운동인데! 처음에는 이런 초보적인 수준의 실력에 무슨 부상인가 했지만 초보라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거다.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는 운동인 클라이밍을 하며, 사실 나는 왼쪽 발목 인대를 두 번이나 해먹었다. 경력이 있어선지 두 번째 부상 때는 놀랍지도 않고 다만 또 당분간 러닝을 하긴 어렵겠다… 라고 생각했다. 사실 클라이밍에서 가장 흔한 부상은 손가락과 어깨 부위다. 나 역시 손가락 힘줄 문제를 겪은 적이 있고 현재는 어깨에 부상이 있다. 물론 클라이머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운동을 한다.

러닝도 늘 부상의 위험과 함께한다. 몸에 익숙지 않은 거리와 페이스로 훈련을 하다보면 발목이며 무릎이 시큰거린다. 긴장된 어깨로 팔을 휘젓다보면 상체에도 무리가 온다. 정강이, 허벅지, 고관절, 허리까지 아파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테니스는 말해 뭐해. 테니스엘보라는 별칭이 붙은 질병도 있다. 손목, 허리, 팔꿈치의 부상을 조심해야한다. 공을 쫓아 뛰어야 하는 운동이니 발목이나 무릎을 아껴줘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발목 뿐 아니라 무릎에 부상이 온 적이 있었다. 뛰는 거리를 늘림과 동시에 클라이밍을 하며 다운클라이밍(홀드를 잡고 벽에서 차근차근 내려오는 것)을 하지 않고 높은데서 그냥 떨어져내렸기 때문에 아파진 것 같았다. 무릎 관절염이 오면 계단을 내려가는 게 힘들다던데, 나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릎이 아팠다.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통증이 심해지기만 했다. 심각한 질병인가 싶어 어느 날의 퇴근길에 집 근처 통증의학과를 찾아갔다.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듣더니 물으셨다. 젊은 분들이 이런 증상으로 오시면 이 질병밖에 없다고, 무슨 운동 하시냐고. 나는 하던 운동을 읊었다. 선생님이 많이 하신다며 웃었다. 나의 병은 무리한 사용으로 허벅지 근육이 단축되며 무릎뼈를 잡아 당겨 생긴 거라고 하셨다. 부딪히지 않아야 할 뼈가 만나서 아픈 거라니. 나는 떨며 물었다. 그럼… 운동을 쉬어야 하나요?(이런 질문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틀려 먹었다) 선생님이 답하셨다. 그러라고해도 하실 거잖아요? 나는 답하고 말았다. 네… 그렇죠… 그럼 운동량을 조금 줄이세요. 우리는 이 정도로 타협을 봤다.

그렇게 운동을 줄여서 하고 물리치료에 도수치료까지 반 년을 받아 무릎을 고쳤다. 물리치료사분은 내게 스트레칭을 많이 해야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안하시면… 뭐 계속 병원 오시는거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었다. 그때부터 운동의 처음과 끝은 스트레칭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는데 실천을 덜 했던 거겠지만. 이후엔 풀 마라톤을 뛰고났더니 장경인대와 허리가 아프기도 했다. 물론 아프지만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


사실 알고 있다. 부상은 잠깐이지만 튼튼함에는 지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부상은 허리 같은 코어 부분이 아니고서야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 상체가 아프면? 하체를 하면 된다. 다리를 다치면… 그건 좀 곤란하긴 하네요(나는 어쩌다보니 운동이 아닌 이유로도 다쳐봤다. 계단을 오르다 발가락이 찢어져 생에 처음 응급실을 가기도 했는데… 그러면 운동이 힘들긴 하더라고). 그래도 나의 부상은 일년에 한 번이면 많은 정도다.


대신에 얻은 게 많다. 바뀌는 횡단보도 신호를 쫓아 뛰어도 숨이 차지 않는 폐활량, 와인 네 병을 백팩에 지고 한강까지 갈 수 있는 능력, 친구들이 무거워하는 물건을 대신 들어 옮길 수 있는 힘에 곧아진 자세까지. 이에 비해 부상 쯤이야. 병원 잘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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