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잘 살고 싶으니까
일을 하고 있으면 뛰고 싶어졌다. 일이 지루해지면 퇴근하고 뛸 거리를 체크해 봤다. 비가 오면 뛸 수 없어 슬펐다. 30년이 넘게 살며 이런 적이 처음이었다. 러닝에 쉽게들 중독이 된다던데 나도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러닝을 반년 정도 한 시점에서는 하루에 두 개의 스케줄 이상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하다. 업무에 러닝까지 더하면 이미 스케줄이 두 개였다. 더불어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함께 걷는 친구가 지쳤다는 기색을 표해도 몰랐다가 뒤늦게 깨닫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는 함께 걷는 친구에게 당부했다. 내가 요즘 아무 생각 없이 오래 걸으니, 힘들면 얘기해 달라고.
지나치게 긍정적인 변화였다. 운동을 하는 삶은 이렇구나. 그렇다면 가능한 오래, 평생 하고 싶었다. 러닝을 하는 내 목표는 다이어트도, (그때까지는) 풀코스 마라톤도 아니었다. 체력짱의 삶만 있으면 됐다. 어느 날씨 좋은 주말 아침, 뛰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 운동의 목표는 뭘까.
햇빛이 아름다워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많았다. 대형견들은 산책을 상상 이상으로 해줘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순간 머릿속으로 커다란 보더콜리 한 마리와 그 줄을 잡고 있는 내가 그려졌다.
그래, 은퇴를 하면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야지. 그리고 커다란 개를 키워야지. 당연히 그 개의 산책은 내가 책임져야 할 거다. 보더콜리라면 걷는 것보다 뛰는 걸 좋아하겠지. 보더콜리와 함께 뛰는 할머니가 된 나를 떠올렸다.
너무 멋있었다. 그거면 될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하나가 되었다. 커다란 개와 매일 달리는 허리가 곧은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