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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anii Jun 13. 2017

다람살라 이야기

20170613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는 언제나 과자가 놓여 있다. 초콜릿이나 사탕 혹은 인도에 있을 때 조카가 보내줘서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줬던 말랑카우까지. 자연스레 오가며 하나씩 집어 먹는 나를 발견하고는 늘 "나는 단 거 별로 안 좋아해"라고 말했던 다람살라에서의 시간이 생각났다.

그땐 단 거라곤 일회용 믹스커피를 마시는 게 다였고, 사탕이니 초콜릿을 먹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면서도 사탕을 꼭 가지고 다녀야지 생각하기도 했는데,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딱히 줄 것이 없어서였다. 물론 길에서 마주치는 티베트 아이들은 흔히 우리가 인도나 네팔에서 만나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사탕이나 돈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록빠 탁아소의 아기들을 만날 때, 혹은 록빠 어린이 도서관을 찾는 어린 친구들을 길에서 볼 때 뭐라도 쥐어주고 싶어 져서였다. 그런 마음을 먹어도 언제나 그런 과자를 사는 걸 깜빡하고 말았기 때문에 실천에 옮길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행위에 대해 내 마음 한구석으로는 탐탁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을 떠나 인도와 동남아, 중국, 티베트, 러시아까지 돌아다니던 시절, 전 직장의 동료인 J양과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나선 적이 있다. 그보다 몇 년 전 인도 여행을 길게 한 경험이 있기도 했고, 공정여행이 한참 화두가 되던 시절이라 나는 여행지의 사람들에게 돈이나 물건을 나누어주는 일에 대해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8박 9일의 트레킹을 떠나면서 나는 J양에게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물건이나 돈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미 J양은 연필, 볼펜에 과자까지 만나는 이들마다 나누어 줄 태세가 되어 있었다. 

그러고는 원래도 걸음이 빠른 편이 아닌 그녀는 트레킹 길에 만나는 아이들에게 나 몰래 선물을 나눠주고, 심지어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쓰던 거라 미안하다며 자신의 립글로스를 쥐어주고, 동네 개들과 눈까지 맞추며 알뜰히 살피느라 점점 뒤처지기만 했다. "그렇게 아이들한테 물건을 나눠주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툴툴거린 것이 정말 그런 행위가 어떻게 그들을 관광객들에게 의존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늦어지는 여정에 대한 불편함이었을까. 이제 돌아보니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내 툴툴거림에도 상관없이 트레킹 내내 사람과 동물을 살피던 그녀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돌보는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아준 농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되었다. 그야말로 내가 보지 못한 그런 모습을 알아본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다람살라에서는 선물을 줌으로써 그 사람을 거지로 만든다는 그런 죄책감 없이 무엇을 주어도 좋았다. 그 또한 어쩌면 다시 확신이 없지만, 나는 그때 내가 이방인이거나, 외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들의 생활과 사회에 편입된 일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매일 출퇴근 길에, 휴일 템플에 코라를 돌러 가서, 큰 맘먹고 피자라도 먹으러 다람콧을 찾을 때 그 길에서 나는 내가 동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많은 티베트 어른들과 아이들을 만났다. 어른들이야 그렇다 쳐도 아이들을 만날 때면 아 뭐라도 주고 싶어만 졌던 것이다. 대부분 그런 나의 마음은 마음으로만 그쳤지만, 가끔 과자를 쥐어줬을 때 탁아소 선생님 딸인 빼마나 매니저 캘상의 딸 치미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그러나 조금은 좋아하는 표정으로 받는 모습이 얼마나 좋았던가.

다시 사무실에 놓인 사탕과 초콜릿을 보면서 이것들을 다람살라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글이 왜 내내 확신 없는 말투로 일관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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