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보고 넘기며 우리는 무엇을 비우고 채우는가?
가끔은 글을 쓰고자 결심하기까지가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보다 어렵다.
나만의 글감을 다시 나의 언어로써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것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하기까지가 어렵다.
일을 하고 일상을 일구어 나가는 것도 고되다보니, 온전한 쉬는 시간엔 어떤 생각을 하기보다는 최대한
어떤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과 머리를 비우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아니다. 짧은, 재밌는 영상들을 마구 접한다. 인스타그램 쇼츠에 빠지면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한두시간이 지나갈 때도 있다. 마치 중독처럼 마구 다음 영상으로 손을 넘기고 인스타그램은 내가 관심있게 본 영상들과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귀신같이 내보내어 내가 다시 그 영상을 보게 만든다. 영상들을 통해 짧은 재미나 자극, 가끔은 감동을 느낀다. 아주 짧게 맞닥뜨리고 흘려보낸다.
모든 일에 의미와 보람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시간을 발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멍한 표정으로 짧은 자극들만 경험하고 나면 머리가 비워져서 즐겁기보다는, 허망함이 더 크게 남는다. 확실한 것은 이런 허망함이 지속되는 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밤, 이렇게 짧은 자극들로 이루어진 영상들로만 내 휴식 시간을 채우진 말자는 작은 결심을 해봤다.
조금은 그 시작이 어려울지라도, 과정도 조금 더 번거로울지라도, 결과물이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시작과 과정과 끝에서 나를 위해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여가는일을 해보자는 결심.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취미 시간이든, 부족한 것을 배우고자 하는 공부든, 내 몸을 위한 운동이든, 새로운 체험이든. 아니면 온전한 비움의 휴식이든.
쇼츠 영상을 단순하게 보고 넘기는 시간은 사실 어떤 것도 제대로 비워내지도, 채워넣지도 못한다. 뻐근한 목과 어깨만 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