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기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좀비물을 즐겨봤다. 생각을 하지 않고 눈앞의 공격을 피하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해야할 것만 처리해나가는 것이 묘하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시기엔 유난히 생각하고 계획해야하는 일들이 많아서였을까. 퇴근후에는 어떤 생각도 굴려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을 좇는 좀비처럼 저녁마다 재미와 자극을 좇았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좀비물을 밤늦게까지 보고는 좀비같이 비척대며 걷고 빨개진 눈의 나를 보는 것은 사실은, 별로였다.
가끔 생각이 많거나 피곤할 때 좀비물이나 그 외 즉각적인 자극을 두는 영상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잠깐 생각을 내려놓고 비워내며 휴식하는 시간이 아닌, 즉각적인 재미나 자극으로 시간을 때우는 시간으로 채워내는 것은 줄이려 한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내면에 꺼내고픈 생각이나 감성이 있다면 더더욱 이것들을 꺼내는 시간을 갖자. 그 과정은 즉각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 또다른 고단함을 주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행복을 줄 터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아는, 나에게 필요한 생산적인 공부를 하자.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내가 세상에 단단히 설 수 있는 투자가 되는 공부. 이 또한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이라도 해보자. 좀비처럼 흐리멍텅한 눈이 아닌 빛나는 눈빛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나에게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