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타운센드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역사학자들은 고문헌을 연구한 끝에 아즈텍인들이 테욜리아Teyilia라는 개념을 중시했음을 알아냈습니다. 테욜리아란 가톨릭교의 영혼과 비슷한 개념으로, 나우아틀어로 풀이하면 ‘움직이는 본질’이라는 뜻이지요. 최근 학자들은 16세기에 ‘테욜리아’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면밀히 찾아본 결과 아즈텍인들의 종교관이 때로는 혼란스럽고 모순적이며, 유럽 정복자들의 관점에서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것이었음을 발견했습니다.
-38p, 아즈텍 문화를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
멕시코 아즈텍 문명이 현대 사회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서구 중심적’ 역사관 때문일 것이다. 지리적으로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더 이상 연결되지 않고, 미국이 가로막고 있는데다 역사적으로는 스페인과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인들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자기들 멋대로 차지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중부지방을 호령했던 아즈텍 제국에 집중한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베링 해협을 건너간 민족은 굳이 말하자면 북아시아를 건너와 고조선과 그 주변에 자리잡은 유목민의 친척이나 라이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음악, 그 다음에는 음식, 결정적으로 그들의 신앙을 조금씩 엿볼 기회가 생기면서 오히려 중남미는 스페인보다 고구려와 훨씬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죽은 자들의 날’을 통해 아즈텍인의 저승과 영적 소통을 상상해본다. 마침 최근에 알게 된 ‘라 칼라베라 카트리나’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다 보르자 고문서도 발견했다. 처음엔 못 알아봤는데,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삽화를 통해 아즈텍 문명과 신앙에 보다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핼러윈 파티를 걷어낸, ‘죽은 자들의 날’에 치르는 의식을 보면 한국인의 ‘제사’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샤머니즘, 불교, 유교, 무교를 관통하는 그 의식의 핵심은 멕시코 전통에서도 보인다. 서구세계가 아즈텍 문화를 어려워하는 까닭을 한국인이라면 알 수도 있다.
지금은 미국 역사학자를 통해 전달된 이중 번역을 읽지만, 한국계 학자가 직접 해석한 나우아틀어 신화를 읽어볼 수 있는 미래를 꿈꾸어본다. 저자가 우려하는 ‘오해’조차 우리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지 모른다. 뒤늦게 세계사에 눈을 뜬 사람의 행운이다. 유럽인들이 각색한 정복사가 아닌 원래 있던 (신)세계의 역사를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아즈텍 문명의 이야기꾼은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파괴와 갈등, 분노의 감정, 불상사가 닥쳤을 때 신이 이를 해결하고 나아가는 방식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평화적인 이야기만 전달했다간 동족들이 공격과 재앙에 대비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불화와 다툼, 모질고 고된 운명을 극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85p, 개성 넘치는 다채로운 신들
지상에서의 삶은 나중에 내세에서 얻을 영생의 예비 단계라는 가톨릭 교리를 믿으면서도 땅에서의 삶이 소중하며 그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고 죽은 이들이 계속 살아 있게 하려면 의미 있는 방식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아즈텍 신앙의 중심 사상도 잊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의 전통 신앙이 잘 드러나는 기념일이 바로 ‘죽은 자들의 날’이지요.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멕시코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를 기리며 명복을 빌고 축제를 벌입니다.
-225p, ‘죽은 자들의 날’과 전통을 보호하는 사람들
동양에서는 음양의 조화를 강조하긴 하지만 이원론이라기보단 ‘조화’를 위한 요소로 보는 편이다. 선악이 구별되지 않는 아즈텍 신화도 매력적이다. ‘삶은 영원한 우주로부터 빌려온 것’이기에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며, 죽음을 통해 우리는 더욱 의미있게 기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