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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영 Dec 31. 2019

안녕 2019년

만나서 괴로웠고 다시는 보지말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이렇게 간절하게 한 해를 빨리 떠나보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죽기 전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꼭 2019년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전한 정신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일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왔던 한 해였다. 

살아있는 생물체라면 뺨이라도 한 대 치고 멱살을 잡아 패대기를 쳐도 시원치 않은 날들이었다. 


올 해 나를 괴롭고 슬프게했던 문제들은 모두 정답이 없었고 일정 부분은 내가 원인이었으며 어떤 위로의 말도 힘이 되지 못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가까운 이의 아픔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괴로웠고 그 와중에도 내 눈의 티끌만 아파하는 나 자신에 대한 환멸감이 차올랐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날아가버리고, 때로는 단편적인 기록들만 남아 남아있는 기억을 왜곡해버리기도 한다.

괴롭고 고되어 뱉어듯이 쓰던 일기들은 핸드폰에, 수첩에, 노트북에 조각조각으로 저장되어 있고 임시저장된 글들을 불러와 한 편으로 완성시키기엔 아직 날것의 감정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때때로 웃었고 위로받았으며 행복했다. 슬픔이 가득한 날들 중에도 전화를 받고 밥을 먹었으며 메일을 보냈고 계약서를 썼다. 시계는 잘도도네 돌아가네. 


요가를 하고 밥을 지어먹고 빨래를 개키며 부지런히 보냈던 연말의 하루하루들 덕분에 두 발로 서있을 수 있는 정신 상태가 되었다.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수련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다. 여전히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 불쑥불쑥 나타나지만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만 한다. 아는 것은 늘 괴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매 순간 나는 알고싶고 배우고 싶기에, 거기서 오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싶다. 나의 슬픔과 고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평안을 빌어준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말자. 말 한 마디의 온기로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신이주신 망각이라는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했던 한 해였다. 결국 닳고 닳은 말 중 하나였던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는 말 한마디 잡고 올해를 견뎌온 내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밤이다. 2020년은 내가 빚진 사랑을 갚으며 지낼 수 있는 한 해로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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