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몰랐던 암의 종류와 치료 방법들
길었던 2주가 지나고 최종 암 검진결과를 듣기위해 병원에 갔다. 불안한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 선생님은 매우 건조한 목소리로 식상한 대사를 읊었다.
“좋은 소식과 안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엄마의 암이 표적치료가 가능한 암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번에 알게된 것인데 유방암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 암세포가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인 암을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라고 한다. 유방암 환자의 60~65% 수준. 항암 치료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작용하는 타목시펜 또는 에스트로겐 생성을 줄이는 아로마타제 저해제를 사용한다.
허투(HER2) 양성 유방암 : HER2는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의 약자로, 인간상피 성장인자 수용체라고도 한다. HER2는 유방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인데 유방암 환자에서 HER2 양성 판정은 HER2가 과발현된다는 의미다. 유방암 환자 중 약 20~30% 비율.
삼중 음성 유방암 : : 호르몬 수용체가 음성이면서 HER2도 음성인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경우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국내 환자 중 약 10%의 환자가 삼중 음성 유방암이다.
같은 유방암이라 해도 이렇게 종류가 많은줄은 미처 몰랐었다. 암 종류와 크기, 전이 여부에 따라 치료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의 기나긴 검사를 거쳤어야만 했던 것이다.
안좋은 소식은 암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장기에는 전이되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을까봐 마음졸였는데 한 줄기 빛과같은 판정이었다. 암의 크기가 크지만 표적 치료가 가능하고 타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엄마는 허투(HER2) 양성 유방암 3기로 최종 판정받았다.
허투 양성 유방암은 그간 다른 유방암과 비교했을 때 재발이 빠르고 생존 기간이 짧아 난치성 유방암으로 분류되던 암이었다. 그러던 중 2000년도경 ‘허셉틴’이라는 HER2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치료의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암이었어서 연구는 더 활발하게 일어났고, 덕분에 암환자들에게는 여러 기회가 생겼다.
검사 결과 엄마는 암의 크기가 커서 곧바로 수술하지 못하고 먼저 항암치료 후 수술, 이후 방사선 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치료 방식이 정해지면서 외과에서 혈액종양내과로 담당 선생님이 바뀌었다.
보통 허투 양성 유방암의 경우 허셉틴과 퍼제타 라는 약을 조합해 항암을 진행한다. 여기서 비용부담의 이슈가 발생한다. 본인부담금 5%만 내도 되는 허셉틴과는 달리 퍼제타는 수술 전 항암치료때만 30%를 부담하고, 이후 사용 시 100% 본인이 치료비용을 부담해야한다. 그나마도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선별급여 적용이 되기 시작한 것도 2019년 5월이니 우리는 다행히 보험급여 혜택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이전의 환자들은 좋은 치료방법이 있는 것을 알아도 높은 비용때문에 차마 선택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허셉틴, 퍼제타 조합의 치료도 급여 적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6회 기준 약 70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금액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상당할 것이라서 의사 선생님은 매우 조심스럽게 치료 방법에 대해 권했다. 이 단계에서 돈의 문제로 좌절한 가족은 얼마나 많았을까. 암 치료 신약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급여 적용이 될 수 있게끔 여러 방면에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들의 간절한 호소와 주장으로 만들어진 터전 위에서 우리는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