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다오의 발상지 Friends with Benefit
DAO(다오)의 여러 종류 중 소셜 DAO라고 있습니다. 소셜 다오는 같은 목적, 비전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커뮤니티입니다. 물론 다오 자체도 같은 목적,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것이지만 소셜 다오는 이보다도 더 커뮤니티 느낌이 나죠.
소셜 다오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오가 Friends with Benefits DAO, 줄여서 FWB DAO라고 부릅니다.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큰 다오는 아니지만 가장 붐비는 다오'라길래, 소셜 다오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 FWB이길래,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하는 생각에 찾아봤습니다.
(이 글은 DAO웨 웹3 스터디를 위한 콘텐츠로, 투자추천은 아닙니다!)
FWB는 협력자(collaborator)들의 네트워크 커뮤니티입니다. 커뮤니티들의 커뮤니티라고도 하죠. 크립토와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서로 돕는 커뮤니티입니다. 3000명 이상이 FWB 멤버이며 아티스트, 개발자, 창작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FWB는 탈중앙화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입니다. 이들은 무언가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실험합니다. FWB 안에는 또 여러 개의 커뮤니티로 나눠져 있어서 현재 16개의 소규모 커뮤니티가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웹3에 관련된 글을 쓰는 커뮤니티, FWB가 활동하는데 유용한 앱을 만드는 커뮤니티, FWB 갤러리를 운영하는 커뮤니티 등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 안에서는 $FWB 토큰이 활용됩니다. $FWB이 있어야만 정식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면 인센티브로 $FWB를 받을 수 있고 FWB 다오에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투표권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FWB 토큰은 누구나 얼마든지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오로지 공식 FWB 멤버들만 커뮤니티 참여에 대한 리워드로 $FWB를 받을 수 있습니다. FWB 다오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FWB 멤버가 아닌 사람은 아무리 $FWB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공유받을수 없는 셈이죠.
대부분의 다오가 비전이 있듯이 FWB 다오도 비전이 있습니다.
우선 이들은 웹3가 크리에이터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글로벌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들을 연결하고 지식과 자원을 분산한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웹3의 특징을 실현하는 것이 FWB 다오의 비전이자 목표인 것이죠.
즉 웹3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것입니다.
FWB 커뮤니티가 흥미로워 보이지만, 다른 다오와는 달리 가입하는 절차가 다소 까다롭습니다. 아무나 FWB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FWB으로부터 가입 승인을 받아야 하고 $FWB 토큰을 사아먄 합니다.
가입 프로세스를 보면,
1) FWB 가입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그러면 FWB 위원회에서 신청서를 리뷰하고, 신청자가 FWB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다오 문화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만약 신청자의 가입이 승인된다면 가입 신청자에게 가입 절차에 대한 메일을 보내줍니다. 이 메일엔 $FWB 토큰 구매 방법을 안내해주죠.
2) FWB 가입 승인이 떨어지면 FWB 디스코드 서버에 가입하고 $FWB 토큰을 구매하면 정식 FWB 커뮤니티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FWB 토큰 75개를 구매하면 글로벌 FWB 회원으로, $FWB 5개를 구매하면 로컬 회원이 됩니다.
글로벌 회원이 되면 디스코드의 모든 채널, 콘텐츠, 이벤트 등 FWB 커뮤니티의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죠. FWB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먼저 받거나 구매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고 다오 안에서 투표 권한도 있습니다.
로컬 회원은 FWB의 뉴스레터와 로컬 이벤트 등에만 참여할 수 있죠. 아직까지 로컬 이벤트는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어서, 한국에 살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FWB 커뮤니티 활동은 외부로 공개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뉴욕이나 런던, LA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메타버스 이벤트가 열리기도 합니다. 대부분 디스코드에서 커피챗을 열거나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합니다. 그리고 FWB 갤러리도 가상공간에서 열려 경매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FWB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앱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FWB Gatekeeper’ 앱이 대표적입니다. FWB의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을 때, 초대받은 FWB 회원은 이 앱에 있는 QR코드를 행사장 현장에서 스캔하고 참석 가능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앱을 통해 그동안 어떤 FWB 행사에 참석했는지도 기록할 수 있겠죠.
FWB에 대한 활동 현황은 www.fwb.help/pulse 의 대시보드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현재 FWB안에 어떤 소규모 커뮤니티들이 멤버를 찾는지도 볼 수 있는데요, 제가 확인했을 때는, 에디토리얼 디벨롭먼트, UX에 대해서 연구할 온보딩, UX를 개발할 멤버 디렉토리 멤버를 찾고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FWB를 크립토계의 VIP 클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부분의 DAO 커뮤니티는 토큰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FWB는 아무리 토큰이 있어도 FWB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회원들은 따로 관리하죠. 가입하기 위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죠.
한마디로 커뮤니티의 ‘물관리'를 하겠다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받지 않겠다는 의미, 그리고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눈팅만 하는 회원보다는 적극 활동해서 커뮤니티를 계속 움직이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죠. 사실 많은 수의 커뮤니티가 처음엔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이끌지 못해 조금 시간이 지나면 커뮤니티 활동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는 FWB를 ‘가장 큰 다오는 아니지만 가장 붐비는 다오'라고 표현했나봅니다.
웹3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도 FWB에 투자를 했는데요, 이들은 왜 FWB를 높게 평가했는지 블로그의 글을 조금 가져와봤습니다. (번역한 거라 문장이나 내용이 약간 어색할 수 있습니다)
“베니스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시대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은 거의 그곳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회계에서의)복시부기는 Levant에서 가져왔고, 그걸 가능하게 한 아라비아 숫자는 인도에서 유래된 것이다.
베니스가 가지고 있던 것은 소유권과 정부의 대표성을 가진 상인 계급이었고, 이들은 세계의 자원 중 가장 좋은 것들을 베니스로 모을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 콘셉트, 발명품 등을 조합하고 체계화해 확대하고 때로는 심지어 베니스에서 재창조하기도 했다. 이 결과는 13세기에 폭발했고, 베니스를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도시로 만들었다. 수십번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수백년동안 이러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웹3의) 국경없는 자원의 조합은 DAO가 바텀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확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의 실리콘밸리 포럼인 Homebrew Computer Club과 비교해볼 수 있다. Homebrew Computer Club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포럼으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던 곳이다. 이들은 1976년 첫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다. 사실 파괴적인 혁신은 처음에는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취미에 협력할 때 파괴적인 혁신이 나타난다.초기 현대 유럽의 베니스가 그랬듯이 웹3는 글로벌 인재가 지식을 모으고 함께 일하는 방법을 재정의하고 있다. 웹3 커뮤니티는 마치 1970년대 Homebrew Computer Club처럼, 똑똑하고 열정적인 ‘hobbyists’의 커뮤니티가 포럼에 모여 획기적인 제품과 경험을 구축하기 위해 기본적인 요소들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러한 커뮤니티들은 오늘날 다오를 통해 조직되고 있다.
최근까지 DAO는 주로 DeFi 프로토콜을 보호하는데 사용됐는데, FWB는 새로운 종류의 DAO를 보여준다. FWB는 사실상 성장하는 웹3 크리에이티브의 발상지가 되었다.
FWB 커뮤니티는 $FWB 토큰을 통해 소유권은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있다. 다오의 창조적인 생산물을 향상하기 위해 $FWB 토큰은 커뮤니티의 트레저리를 관리하는 거버넌스 파워도 갖도록 한다. FWB는 차세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빌더들의 이러한 인센티브와 연계해 인터넷의 새로운 진화를 위해 차별화된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한다. FWB는 이들 스스로 FWB 커뮤니티를 디지털 도시로 묘사한다.
FWB는 파티, NFT 갤러리, 웹3 중심의 에디토리얼, 가상 음악 스튜디오, 실시간 커뮤니티 대시보드 등을 출시하면서 웹3의 문화적인 가치를 주도해왔다. FWB 도시는 최초의 IRL 메타버스를 엿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내용이 좀 길지만 요약해보면,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에 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문화가 꽃핀다는 의미입니다. 예전 베니스에서 르네상스가 개화됐던 건 베니스가 새로운 무언가를 처음부터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베니스는 상인 계급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아오는 자금력과 정치력이 있었고, 이를 통해 베니스에 모인 아이디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웹3 다오가 현재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FWB 커뮤니티 회원들이 과거의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과거의 베니스 도시를 지금의 FWB 커뮤니티로 본 것입니다.
예전엔 베니스라는 물리적인 지역에 모두 모였지만,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는 현재는 물리적인 지역에 모두 모일 필요는 없죠. 대신 디스코드에서 모이고, FWB 웹사이트에서 모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FWB 회원들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보다 세분화된 관심사에 따라 FWB 내에서 소규모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죠.
처음 FWB를 접했을 때는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소셜클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글로벌 회원이 되려면 $FWB 토큰 75개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크립토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FWB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현재 FWB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어서 쉽사리 100만원을 선뜻 지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정말 예술가, 문화창작자들만 참여하는 공간이라고 여겨지게 됐죠. 문화에 관심은 있지만,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나지 않고 열정적으로 예술에 심취하지는 못한 저에게는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결국 FWB도 ‘나는 이런 사람들과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야'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위의 상징인가, 라는 생각도 들게 했고요.
하지만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평가를 보고 약간 생각이 바뀌긴 했습니다. FWB가 과거 유럽의 베니스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말이죠.
그때와 지금과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는 ‘베니스의 상인계층’을 위주로 집중화됐다면, 이제는 보다 탈집중화, 탈중앙화로 그러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FWB에서만 베니스의 르네상스가 꽃피는 것이 아니라, FWB와 같은 여러 DAO 들이 생기고, 여러 DAO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이 꽃 피울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