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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녕 Oct 22. 2023

사기당하고 싶지 않아, 전세 사기 대처법

세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몇 가지 


요즘 각종 매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전세 사기다. 이 땅을 살아가는 세입자로서 정말 궁금했다. 이런 사기를 막고자 하는 법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 정도 규모의 사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전세로 들어갈 때 대부분 인생을 통해 모은 총액, 거의 모든 목돈을 보증금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 대출을 받아 빚을 갚으며 살아간다. 모르지 않을 텐데.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 수도 있는 이런 류의 사기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래서 집을 구하면서 정말 열심히 알아봤다. 사기꾼들이 법의 안전망 사이사이를 피해 사기를 치려 한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방어해서 내 자산을 지키고 싶었다. 집을 구하며 고민하고 있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전세 사기의 유형과 대처법 


1. 깡통전세 

깡통전세란 쉽게 말해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통상적인 수치 기준으로는 주담대 대출 금액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라 본다. 


깡통전세가 위험한 이유는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기 때문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줄 능력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의 금액 차이가 적은 틈을 노리고 일명 '갭 투자'로 주택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런 사람들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자기 자본을 최소화, 높은 부채 비율로 주택을 취득한다. 


예를 들어, 매매가 3억의 빌라가 전세가가 2억 9천 5백이라면 사실상 500만 원으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좁은 갭을 활용해 주택을 구매하면 좋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만약 추후 전세가가 그보다 더 높아져 3억이 넘어갈 경우, 후속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여윳돈이 없다면 악의적으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How to?

그래서 중요한 건 무조건 절대가가 저렴한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전세를 구하고자 할 때 매매가-전세가 차이가 너무 붙어 있지 않은지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전세가율이 70%를 넘을 경우엔 HUG 전세보증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2. 임대차계약법 활용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의 대항력 & 우선변제권은 '전입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 하루의 간격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전세를 구하면서 이 부분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어 굉장히 신경 쓰이는 게 많아 힘들었었다. 


첫 번째 생길 수 있는 변수 - 전입 당일 집주인 바꿔치기   

전입 당일 소유권을 제3자로 바꿔 보증금을 편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집주인이 매매와 전세를 동시에 열어두고 거래를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전 집주인의 상황은 괜찮았을지 몰라도, 내가 모르는 새로운 집주인의 신용/대출액 등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상 확인했던 내용들이 한순간에 바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집주인 일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을 때 무리하게 받은 대출 내역이 없었고 집에도 별도의 위험한 담보가 잡혀있지 않은 걸로 확인했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 바뀐 B집주인이 무리하게 이 집을 담보 삼아 대출을 바로 실행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How to?

계약 시 아래와 같은 특약 조항을 추가해 두면 좋다. 

- 집주인 명의가 바뀔 경우 세입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하며, 세입자는 전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특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켜지는 경우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힘들더라도 부동산에 확인해서 집주인이 매매/전세를 동시에 놓았는지 한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 집보다는 더 안전한 전셋집을 찾는 게 좋다. 



두 번째 생길 수 있는 변수 - 하루 사이 집주인이 저당 잡고 대출 실행 

앞서 이야기했듯 임차인이 대항력의 효력은 '전입 다음날'부터 발생한다. 이건 주말에 계약할 경우 임대인에게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지게 돼 그 사이 대출을 받아버리면 임차인은 대응할 방법이 없게 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치자. 그럼 세입자는 기관에 전입신고를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으니) 월요일에 할 수 있다. '전입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세입자의 대항력은 신고한 월요일의 다음날인 화요일부터 발생한다. 이 하루를 활용해 월요일에 대출을 받는 집주인이 있을 수 있다. 계약 전 확인했을 때 깨끗했던 등기부등본이 하루사이에 큰 대출이 포함된 내역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How to? 

따라서 이 경우도 아래와 같은 특약 조항을 추가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 전입신고 전(임차인의 대항력이 생기기 전)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지 않는다. 그럴 경우 전세 계약을 해지한다. 



3. 임대인이 체남한 세금을 전세보증금으로 대납한 경우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만약 집주인이 세금 체납 사실을 숨기고 계약을 진행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꼼짝없이 보증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임차인의 대항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우선순위는 '세금'이다. 여기에서 밀리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받을 수가 없다. 


How to? 

계약 시 임대인에게 2가지를 요구한다. 

- 국세완납증명서/ 지방세완납증명서 


만약 집주인이 이걸 거부한다면 다른 집을 알아보는 게 낫다. 대부분의 상식적인 집주인이라면 저것 떼어 주는 것은 자연스럽고 전혀 무리가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걸 거부한다는 건 뭔가 켕기는 게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세 계약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 


전세 계약이 너무 어려운 분들이라면 아래와 같은 사항만큼은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하고 싶다. 


1. 들어가고자 하는 집의 등기부등본 열람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iros.go.kr)


부동산에서만 떼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반인도 위 사이트에서 언제든지 바로 떼어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전셋집을 알아보러 갈 때, 그 집에 들어가기 전 휴대폰 어플로 떼어보고 들어가는 편이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집의 컨디션이 좋더라도 선택하지 않는다. 


등기부등본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것 - 1) 갑구/을구 깨끗 여부, 2) 근저당 여부 

갑구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예를 들면 가압류, 경매신청, 가처분 등의 사항이 표시된다. 여기에 깨끗하지 않은 경매/압류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면, 그런 집은 깨끗이 포기하는 게 낫다. 


을구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예를 들면 전세권/저당권/임차권 등이 표시된다. 통상적으로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은행의 근저당 잡힌 내용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높은 수준으로 잡인 채권최고액 근저당이 있다면, 그런 집은 깨끗이 포기하는 게 낫다. 



2. 집의 전세가율이 70% 이상이라면 전세보증보험 필수로 가입하기 

앞서 말했든 전세가 대비 매매가가 지나치게 낮거나 거의 비슷할 경우, 깡통 전세로서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이럴 땐 HUG 등을 통해 보증보험을 필수로 가입하는 게 필요하다. 


HUG보증보험에 가입 가능한 집인지 어떻게 알지? 

원칙적으로는 등기부등본 을구 융자금 채권최고액 기준 60% 이내라면 가입 가능하다. (일단 이 조건에서 벗어나는 집이라면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저 사이 어딘가 애매한 기준의 집이라면 HUG콜센터 1566-9009 등 전화해서 직접 기관에 확인해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심증으로 애매함을 남겨두지 말고 직접 답변을 듣고 정리해서 확인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3. 전세계약 시 임대인에게 요구할 사항 & 계약 시 특약 조항 

[특약에 포함되면 좋은 조항]  

- 집주인 명의가 바뀔 경우 세입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하며, 세입자는 전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임대인은 전입신고 전(임차인의 대항력이 생기기 전)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지 않는다. 그럴 경우 전세 계약을 해지한다. 

- 임대인은 잔금을 치르는 계약일과 익일에 추가 대출을 받지 않으며, 이 사이 등기부등본상의 어떤 권리도 변동하지 않는다 

- (보증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에 동의 및 협조한다. 만일, 보증보험 반려될 경우 계약은 없는 것으로 한다. 


[임대인에게 요구할 것]

- 국세완납증명서/ 지방세완납증명서 



4. 평일 잔금 계약 & 확정일자/전입신고/실거주 - 효력 발생을 위한 3가지 반드시 하기 

임차인의 대항력은 위 3가지를 모두 진행했을 때 발생한다. 확정일자, 전입신고는 가능하면 계약을 체결한 당일 진행해야 한다. 효력이 '확정일자,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 00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계약의 마무리인 '잔금'의 경우 주말 계약은 피하고 평일에 계약하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집주인이 집에 대한 담보를 잡고 대출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을 수 있다. 



4. 부동산 말만 너무 믿고 의지하지 말고, 직접 이해하고 확인할 것 

부동산 사장님들이 하나하나 다 체크해 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들도 여러 가지 건을 진행하다 보면 일일이 체크해 주시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특히 부동산은 전세 계약 시 임대인과 좀 더 친밀하고, 그 편일 확률일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거나 의지하지 말고 직접 요청하고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 임대인에게 요구하는 사항들과 특약에 넣고 싶은 사항들은 계약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요청한다. 

- 집주인이 매매 & 전세를 동시에 열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네이버부동산/ 그 단지를 다루는 여러 부동산을 통해 확인해 보기) 

- 그 외 계약 전반에 걸쳐 이해되지 않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고민이 풀리지 않을 경우 물어본다. 


임차인의 경우 왠지 권리가 적은 것 같고, 내가 부동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질문도 꺼려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 역시도 그랬는데, 나는 부동산 사장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ㅎ 끝까지 질문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건 왜 ~ 인가요? ~ 의미가 맞나요?"라고 했을 때 대부분 아주 친절히 답변해 주신다. 두려워하지 말자. 그까짓 거, 충분히 알 수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해보자. 인생의 억울한 일이 없도록. 이 땅의 사기꾼들이 더 이상 판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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