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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Mar 30. 2020

기다림을 배운다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며...


꽃이 피었다.

우리 일상은 정지되어도

시간은 흐르고 봄은 오는 모양이다.


사물은 공간에 속해 있고

사건은 시간에 속해 있으니

뜻밖의 일은 지나갈 것이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이 세상의 순리이고

삶에 무언가 끼어들어

일상을 멈추게 하고

피해를 주고, 받는 것은 사건이다.


순리와 사건.

그러고 보면 세상은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 보다

어찌할 수 없는 일들 속에서 흘러간다.  


그런 세상 속에서 필요한 건

기다림의 능력일 텐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왜 그렇게도 속도만을 가르쳐 왔을까...


이 불안함 속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기다림의 능력은

기대하는 것에 있지 않고

주의 깊게 살피는 것에 있음을


무언가를 바라는 데 있지 않고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음을


힘주어 견디는 것이 아닌

필요한 힘을 기르는 것에 있음을...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이 있는데

난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고요한 마음으로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일수록

보석 같은 의미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순간을 투정과 걱정으로 놓치지 말자


평범했던 일상이 기적이었음을 느끼는 것

뜸했던 지인의 무탈함이 감사로 여겨지는 것

불편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

모든 사건은 지나가는 것임을 믿는 것

이 모두가 기다림의 능력임을 알자


위기는 필요한 능력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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