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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Feb 04. 2020

두 번의 여섯 시, 제주

 


고요한 새벽,

따뜻한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오름 위로 나타나는 황금빛 광채

어둠 속의 날 발견하곤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너의 오늘을 축복 하노라!'

그리고

감히 어디서 눈을 맞추냐며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 다른 시간,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내게 새로운 삶의 리듬을 준 제주도의 낮과 밤


햇빛은 벽을 타고 스르르 내려와 내 발끝에 닿는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오며 사랑스러운 모양을 만든다.

빨랫대에 나란히 널어놓은 허물에

햇빛이 닿을 때의 든든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빛이 머물다 간 집에 서늘함이 담기면

또 결정적 찰나, 배웅의 시간이 찾아온다.

해 질 녘의 하늘는 우아한 도화를 흩뿌린다.

 


너울에 둘러싸인 해는

내일 아침에 자신을 꼭 마중 나와 달라고

주홍빛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떠나는 아가씨가 된다.

내일 아침엔 츤데레 아저씨로 나타날 거면서...


하루, 두 번의 찰나

놓치면 두 번은 없을 그림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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