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우리 일상은 정지되어도
시간은 흐르고 봄은 오는 모양이다.
사물은 공간에 속해 있고
사건은 시간에 속해 있으니
뜻밖의 일은 지나갈 것이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이 세상의 순리이고
삶에 무언가 끼어들어
일상을 멈추게 하고
피해를 주고, 받는 것은 사건이다.
순리와 사건.
그러고 보면 세상은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 보다
어찌할 수 없는 일들 속에서 흘러간다.
그런 세상 속에서 필요한 건
기다림의 능력일 텐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왜 그렇게도 속도만을 가르쳐 왔을까...
이 불안함 속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기다림의 능력은
기대하는 것에 있지 않고
주의 깊게 살피는 것에 있음을
무언가를 바라는 데 있지 않고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음을
힘주어 견디는 것이 아닌
필요한 힘을 기르는 것에 있음을...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이 있는데
난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고요한 마음으로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일수록
보석 같은 의미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순간을 투정과 걱정으로 놓치지 말자
평범했던 일상이 기적이었음을 느끼는 것
뜸했던 지인의 무탈함이 감사로 여겨지는 것
불편을 견디는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
모든 사건은 지나가는 것임을 믿는 것
이 모두가 기다림의 능력임을 알자
위기는 필요한 능력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