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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Apr 26. 2020

왜? / 아 왜~ / 또 왜! / 왜...

연애할 때 '왜'라는 말


왜? :  연애를 시작할 때의 '왜'는 감격이다. 


이 놀라운 존재가

어느 길을 통해 내 앞에 도달했는지

견딜 수 없이 궁금하다.

밤 사이 마음속에 가둬둔 질문들이

화산이 폭발하듯 넘쳐흐른다.


그의 대답은 정보를 너머 다짐에 가깝다.

너의 모든 것을 깊이 입력해

운명으로 거듭나겠다는 열정이다.


끌림,

그 형체 없는 무언가에 더 타당하고 명확한 이유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니 내가 좋아하지...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더 달아오르고 싶은 마음이다.



아 왜~ : 연애가 무르익었을 때의 '왜'는 두려움이다. 


혼자 머릿속에서 만든 그와,

진짜 그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 괴리감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정답 이외의 것들이 튀어나와 실망스럽다.

상처에 자꾸 손이 가는 것처럼

그 부분을 자꾸 뒤적이고 싶은 마음이다.   


두려움은 의심을 더욱 확대시켜 보여주고  

그 의심을 가라앉히려 '왜'라는 질문을 만들어보지만

질문을 뱉어냄과 동시에 이미 마음은 바닥이다.


내 가장 내밀한 마음을 들킬까 봐

목소리를 가다듬고 별일 아니듯 시작하는 확인이다.  

만약 이때 '왜'라는 말이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목소리가 커지며 분노로 전환될 수 있다.


왜 전화 안 받았어?

왜 말이 달라져?

왜 화를 내?

아 왜 그래 ~


우리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

그 원인은 내가 아닌 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표하기 위해

대화 중에 '왜'는 도돌이표가 된다.



또 왜! : 연애가 시큰둥해졌을 때의 '왜'는 성가심이다.


많은 전쟁을 치르며 상대를 모두 파악한 후에

예고 없이 던져진 돌멩이의 파동이다.


아프고 예민한 곳을 정확히 찌를 수 있기에

예리한 무기를 꺼내기 전에

입을 틀어막고 싶은 마음이다.


"또 왜!"


'내가 뭘 싫어하는지 그렇게도 티를 냈는데

 넌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이제 대답하기도 귀찮고 널 달래줄 힘도 없어'


라는 마음의 압축이며

너와 당장 헤어져도 상관없다는 순간의 감정이다.

이별의 시그널이다.  



왜... : 연애가 끝날 때의 '왜'는 한숨이다.  


“지친다, 힘들다, 그만하자”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던져보는 힘없는 공격이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성'

스스로 삐뚤 삐뚤 쌓아 올린 벽돌을 기억하면서도

꼭 지금이어야 하냐고 묻는 공허한 물음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어째 보려 하다가

자신의 무능을 사무치게 느끼고

지난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원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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