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왜'라는 말
이 놀라운 존재가
어느 길을 통해 내 앞에 도달했는지
견딜 수 없이 궁금하다.
밤 사이 마음속에 가둬둔 질문들이
화산이 폭발하듯 넘쳐흐른다.
그의 대답은 정보를 너머 다짐에 가깝다.
너의 모든 것을 깊이 입력해
운명으로 거듭나겠다는 열정이다.
끌림,
그 형체 없는 무언가에 더 타당하고 명확한 이유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니 내가 좋아하지...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더 달아오르고 싶은 마음이다.
혼자 머릿속에서 만든 그와,
진짜 그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 괴리감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정답 이외의 것들이 튀어나와 실망스럽다.
상처에 자꾸 손이 가는 것처럼
그 부분을 자꾸 뒤적이고 싶은 마음이다.
두려움은 의심을 더욱 확대시켜 보여주고
그 의심을 가라앉히려 '왜'라는 질문을 만들어보지만
질문을 뱉어냄과 동시에 이미 마음은 바닥이다.
내 가장 내밀한 마음을 들킬까 봐
목소리를 가다듬고 별일 아니듯 시작하는 확인이다.
만약 이때 '왜'라는 말이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목소리가 커지며 분노로 전환될 수 있다.
왜 전화 안 받았어?
왜 말이 달라져?
왜 화를 내?
아 왜 그래 ~
우리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
그 원인은 내가 아닌 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표하기 위해
대화 중에 '왜'는 도돌이표가 된다.
많은 전쟁을 치르며 상대를 모두 파악한 후에
예고 없이 던져진 돌멩이의 파동이다.
아프고 예민한 곳을 정확히 찌를 수 있기에
예리한 무기를 꺼내기 전에
입을 틀어막고 싶은 마음이다.
"또 왜!"
'내가 뭘 싫어하는지 그렇게도 티를 냈는데
넌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이제 대답하기도 귀찮고 널 달래줄 힘도 없어'
라는 마음의 압축이며
너와 당장 헤어져도 상관없다는 순간의 감정이다.
이별의 시그널이다.
“지친다, 힘들다, 그만하자”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던져보는 힘없는 공격이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성'
스스로 삐뚤 삐뚤 쌓아 올린 벽돌을 기억하면서도
꼭 지금이어야 하냐고 묻는 공허한 물음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을 어째 보려 하다가
자신의 무능을 사무치게 느끼고
지난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원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