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내 글 끼워넣기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 김 훈 -
정원을 갖게 된 후로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계절과 계절 사이가
영원처럼 느껴진다.
흙에서 펼쳐지는 고귀한 마법을 관찰한다.
아무래도 '신'은 진짜 있는 것 같다.
주문한 적 없는 햇빛과 빗줄기와 바람이
돌아가며 이 신비로움을 만드는데
그걸 누가 만들었겠는가.
- 양재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