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막상막하 교육과정 비교
※ 외국인으로서 바라보고, 짧은 기간 얕은 소견으로 적은 내용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여행을 다녀오면 나의 삶의 터전이 새롭게 보인다.
종종 한국은 너무 많은 것을 타인과 비교해서 탈이지만, 때때로 비교 대상이 있다는 것은 나를, 그리고 상대를 또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한다.
우간다 몇 학교와 수업을 둘러보다 보니 한국의 학교, 수업과 자꾸 견주어 생각하게 된다.
학교 수업은,
나라에서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이러이러한 내용을 가르치세요.' 하고 내려보내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니,
수업 이야기를 하기 전에 '국가수준 교육과정'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이하 교육과정이라 부르겠다.)
상상해보았다!
한국 교육과정과 우간다 교육과정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이 대결의 승자는?!?!
한 때 오바마대통령이 우리나라 교육을 극찬한 것이 화제였다.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과 선행학습, 극성 교육열은 문제가 맞지만, 뒤집어 본다면, 웬만한 한국 학생들은 국가에서 적어도 이것만은 익히라고 지정한 교육과정 내용은 모두 이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간다에 와서 보니 더욱 극명해졌다.
우간다 선생님은 학교에 오고 싶지 않으면 안 나오신다. 돈벌이도 별로 안 되고, 안 가도 그만이다. 학생들은 집안 농사를 도우면 좋은 일손이 될 터인데, 부모는 이를 포기하고 공부하라고 학교에 보내지만, 띄엄띄엄 오는 교사 아래 몇 년을 다녀도 별로 배워오는 게 없다. 집에서는 '그러느니 학교 가지 말고 일이나 해라' 하니. 학생도 학교에 안 온다. 학생도 안 나오는데 뭘, 교사도 학교에 안 온다. 이런 악순환이 벌어지며, 교육과정 목표수준에 도달하는 학생들은 더욱 적어진다.
더불어 상당히 수준이 높은 우간다 교육과정도 목표 성취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P7은 우간다 초등학교 최고 학년으로,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들은 수학시간에 좌표평면을 활용해 평행사변형을 그리고, 그 넓이를 구하는 법을 공부한다.
수학 교육과정 난이도로는 내로라하는 우리나라 뺨친다. 게다가 우간다는 4학년 때부터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니, 각종 수학 용어를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익혀야 한다는 이중부담이 주어진다.
영어 교육과정은 어떻고. 우리나라 초등 영어는 그저 즐겁게 흥미롭게만 배우면 된다를 골자로 한다면, 우간다는 고학년부터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해야 하는 데다가, 영어 수업 자체의 내용도 토론, 단어 선택도 job이 아닌 occupation. 등 그 수준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실상은 favourite을 읽고 쓰는 것도 어렵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학교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우리는 교육과정에 나온 내용은 부진아 지도를 해서라도 다 가르치고,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달성하지 않는가.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으로 적어도 거의 모든 이가 일정 수준의 기초 소양을 갖추지 않는가. 이런 것이 당연하게 가능한 우리 교육이 존경스러웠다.
↑ 과학수업 - 가축 소의 수정방법이라는 주제로 다음 주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 지 협의하기 위해 막 모이던 교과팀 모습이다.
이 수업은 그 다음 주에 참관했는데, 수업에서 우리는 소의 수정시기를 어떠한 증상을 보고 알 수 있는 지, 수정에는 크게 인공수정과 자연수정이 있는데 각각의 방법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소를 키우는 집집에 꼭 필요한 내용이다.
이것을 비롯해 수업을 꾸준히 참관하는 현지팀은 이제 닭의 각~종 질병에 대해 꿰뚫고 있다고 했다. 작물 베기를 배울 때에는 정말 나와서 직접 풀들을 벤다고 한다. 과학시간 수업 내용들. 이건 그냥 그들의 삶 자체였다.
한국 교육과정은? 수석선생님께서 컨설팅을 해주실 때면, 그래서 이게 우리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데?를 꼭 염두에 두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네 선생님들이 교과서를 넘어서서 이러저러한 프로젝트 학습들을 진행하는 이유는, 교육과정에는 부족한 삶과의 연관성을 현장에서 채우시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중국은 컴퓨터 발전과정에서 CD-ROM의 역사는 매우 짧고, 바로 USB로 넘어왔다는 카더라 통신! 뒤늦게 시작한 발전의 장점은, 이전의 발전 단계를 하나 하나 답습할 필요 없이 바로 최상의 수준으로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이다. 우간다 교육과정 역시 유럽에서 역수입되면서, 역량중심 교육과정이 이미 정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학교 4학년 시절, 교수님께서 주제중심 교과서 개발을 위해 이전부터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이제 현실화를 꿈꾼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빨리 주제중심 교육과정이 학교에 들어오길 고대했다. 그러고 나서 1, 2학년에 계절 교과서가 들어오기까지, 꼬박 3년이 더 걸렸다. 이미 유구한 교육과정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란, 참 쉽지 않아 보였다. 역량중심이라는 흐름도 어떻게든 우리 교육과정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우간다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에 따라서, 분절된 교과 목표가 아니라 역량과 주제 중심으로 학습 내용들이 묶여있는 것 같았다. 훨씬 더 맥락이 있고, 유의미한 구성으로 보였다. 이것이 얼마나 교육현장에서 실현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서도 말이다.
싸우면 안 돼. 거짓말하면 안 돼.
그러다 넌 감옥에 갈 거고, 고통에 빠지겠지
-우간다 수업시간에 배우던 시의 일부
4학년 영어 시간. 교사가 제시한 시의 일부다. 학급긍정훈육법을 비롯해 어떻게든 좋은 점,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들을 이끌어가려는 우리네 기류에서 봤을 때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교사 개인의 선택이었나... 했는데, 다른 학교 교구 제작 프로젝트에서 10년은 갈법한 튼튼한 재료에 이 감옥 간다는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스레 적어놓은 것을 보니, 우간다에서 꽤나 유명한 시인가 보다.
우간다 3일 차 일기에 적어놓았었다. '외국인의 시선이지만 3일 차지만, 사람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 보인다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이'라고. 워낙 행복한 사람들이라 부정적인 담화는 별로 거슬리지 않는 지, 교과서에도 부정적인 내용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 오토바이 택시에 치여서 다치는 이야기. 은행에 강도가 드는 이야기. 꼭 이렇게 부정적인 내용이어야 했을까? 더불어 교과서에 실린 글들 중 문학적인 이야기 요소를 갖춘 글이 거의 없었다. 대중 없고 뜬금 없는 이야기들. 너무 아쉽다.
그러나 이런 교과서일지라도 참 귀하다. 학교에 몇 권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 한 권을 보려면 족히 열 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부가 하고 싶어도 책이 없어서 못 한다.
어디에서는 당연한 것이 다른 곳에서는 시급한 것이고,
여기서는 문제인 것이 저기에서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우간다도
각각의 자리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 좋겠다.
더 나은 교육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