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후지 X Half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을지로 골목길을 한 바퀴 돌았다. 좁은 골목과 세운상가의 독특한 풍경은 하프 카메라의 매력을 탐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였다. 이번 촬영에서는 필름 시뮬레이션 프로비아를 사용하고, 그레인을 끄고 촬영하며 다양한 설정을 테스트해봤다. 아래는 그 여정에서 느낀 점과 사진에 담긴 순간들이다.
후지의 대표 슬라이드 필름인 프로비아는 선명한 색재현과 고운 입자로 사랑받는 필름이다. 필름 시절 자주 애용했던 이 감성을 후지 X Half로 재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후지 X 시리즈에서 디폴트 색감으로 설정된 프로비아는 실제 필름의 깊은 맛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슬라이드 필름 특유의 강렬한 발색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깔끔하고 선명한 결과물로 을지로의 생동감을 담아내기엔 충분했다.
을지로의 좁은 골목을 오가며 2in1 프레임으로 진입과 퇴장 순간을 기록했다. 한 장에 두 장면을 담는 이 방식은 필름 시절부터 이어진 습관이다. 골목 어귀에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골목 안의 디테일을 한 프레임에 담으니, 을지로의 다층적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다. 2in1은 하프 카메라의 독특한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전 테스트에서는 그레인을 약하게 설정했지만, 확대해서 보면 거슬리는 느낌이 있었다. 이번엔 그레인을 완전히 끄고 촬영했더니 결과물이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 후지 X Half의 작은 센서는 암부 표현은 준수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쉽게 날아가는 단점이 있다. 그레인을 없애니 골목의 텍스처와 조명이 더 선명하게 살아났다.
을지로 골목에서 딱 맞는 프레임을 잡고, 시차를 달리하며 기다린 끝에 얻은 사진은 큰 만족감을 준다. 사람들의 움직임, 빛의 각도, 골목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포착하는 건 하프 카메라 촬영의 묘미다. 이런 기다림은 디지털 카메라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후지 X Half의 작은 센서 덕분에 한 장에 두 가지 시간을 담을 수 있다. 같은 장면에서 다른 순간을 포착하는 2in1 방식은 을지로의 다이내믹한 매력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골목을 들어서는 사람과 나서는 사람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시간이 겹쳐진 듯한 독특한 이야기가 완성된다.
세운상가를 정면으로 담고, 시선을 낮춰 행인을 포착했다. 같은 장소에서 시선을 달리하며 을지로의 다채로운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하프 카메라의 유연한 프레임은 이런 시선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한 장의 사진에 여러 층의 이야기를 더한다.
골목에서 한참을 바라보시던 어르신의 모습과 그 시선의 방향을 함께 담았다. 어르신의 표정과 골목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따뜻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후지 X Half의 컴팩트한 프레임은 이런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된 도구다.
햇살 좋은 날, 을지로의 철교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인물 사진 포인트로도 훌륭하다. 비 오는 날엔 비를 피하며 촬영하기도 좋은데, 철거 소식에 아쉬움이 크다. 철교의 묵직한 질감과 햇빛의 대비를 하프 카메라로 생생히 기록했다.
하프 카메라로 세로 촬영해 가로로 긴 사진을 얻었다. 2in1의 매력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상반신 인물 사진을 담기에 적합했다. 을지로의 거리에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로 프레임으로 기록하며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탐구했다.
을지로 3가부터 세운상가까지, 후지 X Half로 촬영한 사진들을 모니터로 확인해보니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작은 센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색감과 디테일이 기대 이상으로 잘 표현되었다. 당분간 그레인은 끄고 촬영하는 게 심적으로도 훨씬 편안하다. 후지 X Half는 을지로의 골목길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기록하기에 더없이 좋은 동반자였다.
이 블로그 포스트는 후지 X Half의 설정 테스트와 을지로 골목길의 매력을 기록한 여정이다. 하프 카메라의 독특한 프레임과 필름 시뮬레이션은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음엔 어떤 골목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