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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영주 Oct 25. 2021

우리가 그토록 찬란하게 즐겼던 여행

모든 요일의 여행_김민철


세계여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태어났던 우리는 불과 2년 만에 당연한 것은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그토록 찬란하게 즐겼던 여행이라는 건 다 허상이 아녔을까?


2년 전 발리에서 이방인으로 살던 나는 진짜 그곳에 있던 게 맞을까?



모든 요일의 여행 _ 김민철


#정직하게 몸을 움직이고, 머리는 잠시 쉬게 만들  있는 일상. 피곤해진  덕분에, 끊임없이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머릿속 덕분에 이른 시간에 잠을 청하게 되고 그리하여 다시 일찍 일어날  있는 일상.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러  곳에서 나는, 비로소 원하던 일상의 리듬을 찾는 중이었다.


#<사물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조르주 페렉의  소설에는 사물에 대한 열망에 인생을 저당 잡힌 남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들에게는 ‘파리 전체가 영원한 유혹이었고, 그들이 집착하는 것은 ‘소유의 기호들을 계속 늘리는 이었다. 사물들에 대해 비슷한 취향을 가졌으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시선과 우리의 속도를 찾자 오늘은 겨우 시작이니까. 시작의 미숙함은 언제나 용서되는 법이니까.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잠을 자자. 내일부터는 여행자가 되어보자. 우연한 행복을 찾아보자. 진짜 여행을 시작해보자.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지상의 양식_앙드레 지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달과 6펜스_윌리엄 서머셋>


#열다섯  정도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세 시간이 넘도록 스테이크를 먹는 프로그램. 테이블보에  ‘속을 비우고 와라. 우리는 조금만 먹을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당당하게 써놓은 식탁에 우리도 드디어 앉았다.


#적당한 방황과 적당한 고생과 적당한 낯섦이 그리워 수시로 끙끙 앓는 마음을 가졌다.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한 것처럼, 열심히 여행하는 순간만이 가득한 여행도 잔인한 것이었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했다.


#찰리 브라운이 말했다. ‘인생이란 책에는 뒷면에 정답이 없다, 정확하게 결론이다. 여행이란 책에도 정답은 없다.  순간,  장소에서 나의 선택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제야 사태는 선명해졌다. 우리는 그의 삶의 관광객이었다. 잠깐 들렸다 멀리 떠나는 관광객. 순간을 영원이라 생각해버리고, 파편을 전부라 착각해버리는 관광객.


#삶은 끝없이 흐르는 거니까. 그 여정 가운데 우리를 만나기도 하고, 우리와 헤어지기도 하고, 우리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우리를 기억하기도 하는 거니까. 그 당연한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줘서 나는 정말 고마웠다.

#나는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사랑한다. 그게 거짓투성이여도 상관없다.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당신을, 나는 당신이라고 부르려 한다.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당신의 진심ㄷ이라고 여기려 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함께 믿고 싶기 때문이다. <시옷의 세계_김소연>


#’ 나의 시간 선택하고 ‘나의 공간 선택하여  둘을 직조하면 비로소 ‘나의 여행 무늬가 드러난다.


#완벽하다고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결점들이지 <A가 X에게_존 버거>


#시선이 머무는 구석구석마다 작지만 확고한 행복들이 손을 들었다.


#때로는 여행을 떠나와 누군가의 일상이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위로가  때가 있다.



... 돌아오는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은 진정으로 의미가 있다고들 한다. 어원 자체가 돌아오다는 뜻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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