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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모니블렌더 Dec 01. 2024

01. 어른에게도 ‘갭이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왜 하게 되었냐면요

백수가 된 후,

나의 갭이어를 유튜브에 생생하게 담아보기로 결정했다.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유튜브는 2015년부터 내 숙원 프로젝트였다.

2014~15년은 Jenn Im, 리아유, 싣니 등

1세대에 가까운 글로벌 유튜버들이 활발하게 영상을 업로드 하던 때였다.

서구권에서 먼저 활발해진 유튜브를 보며 난 열심히 영어 쉐도잉을 하곤 했다.

워킹홀리데이를 앞둔 20대 중반의 난 '다른 삶'을

어깨 너머로 생생하게 볼 수 있음에 매료되고 있었다.

블로거 생활에 환멸을 느꼈던 난 블로그를 접은지 2년 만에 다른 채널에 빠져들고 있었다.

페이스북 그 이상, 세계가 한 번 더 허물어짐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난 워홀 때부터 내 일상을 유튜브로 너무 담고 싶었고

미루고 미루거나, 남몰래 취미로만 사부작 거렸던 프로젝트를

7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나서야 제대로 시작하기로 다짐하게 되었다.



둘째. 갭이어라는 명분이 필요했다.

초중고 학생은 방학이 있다.

대학생에겐 휴학이 있다.

그러나 직장인에겐 무슨 명분이 있을까?


직장을 쉬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고 말하면?

하고 싶었던 창업을 준비한다면?

프리랜서를 실험해본다면? 다시 워홀을 떠난다면?


이미 성인이 된 우리는

이 애매한 기간을 정의하지 못해

쪼그라든게 아닐까?


대한민국은

예전보다 더 다름을 포용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타임라인에 맞춰 사는 것만이

정답인 세상을 살고 있다.


끝이 없다.

학교. 직장. 결혼. 육아.

그 자연스러운 흐름들 안에서도

묘하게 전형적인 한국 문화가 존재한다.

빗겨가는 선택을 하면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뒤돌아서 '언제 철드나' 생각하게 되는 그 묘한 지점들.

그렇다면 그 묘한 지점을 다양한 이야기로 채운다면 어떨까?


물론 지금까지의 타임라인은

급속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에 아주 잘 어울리는 최적화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적화란 없다. 어떤 시대에 이 삶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 나라의 역사, 경제, 사회 흐름에 따라 계속 변주한다.


대단한 성과가 나와야만 박수 쳐주는 문화말고,

조금 더 다양한 삶의 레퍼런스를 쌓는 어른들의 과정에 박수를 쳐주고

훗날 다양한 삶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한국을 꿈꾼다.


결론적으로 나는 '갭이어'라는 '명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그 안에서 나의 주체성을 찾고 싶다.

물론 이 주체성 역시 불완전하다.

"나 유튜브하고 싶어" 이 또한 남의 욕망이 내 욕망이 된 사례일 거다.

하지만 조급하게 직장생활을 다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고 생각하고 싶을 때 스스로 제동을 걸어, 갭이어를 스스로 허락하는 것만으로

나에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럴듯하게 '갭이어'로 포장하는 거다.

조금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백수 기간에도 맘편히 쉬지 못하고 꼭 무언가 증명하려는

한국인 특유의 열심에서 나온 생각도 맞다.

(이 '갭이어'라는 이름짓기 행위로 나를 또 한 번 벼랑 끝으로 내몰려는...어쩌구 저쩌구)


그러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정답이 없다.

'하고 싶다면 그냥 하자'


갭이어라는 명분이 필요하면 그냥 갭이어라고 우기자.

3년째 "그냥 쉬었다"고 말하는 청년 백수가 8만 명이라는데..

그들이 정말 집에서 뒹굴며 존재만 하는 것인지.

어떤 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뭐가 고민이고, 뭘 하고 싶어서 '잠깐 멈춤'을 택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이 2가지 이유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지?

백수 선배들이 무얼 하며 지내는지?


갭이어라는 키워드로

나의 마음을 단단히 지탱하고,

재밌게 콘텐츠를 풀어내고 싶다.


내가 꿈꾸는 '갭이어'의 끝점은?


훗날 회사 생활로 돌아가도

나 스스로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는.


하루 10분. 반나절. 연차. 3박 4일 휴가 등

잠깐의 '갭'을 가지더라도 하루하루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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