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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Nov 13. 2018

인간을 대신한 기계의 이면

#에어라이언 추락사건 #JT610편 #Automation #자동화

*이 글은 사고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정황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사건으로부터 연상된 주제를 다루므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Air Lion 소속 Boeing 737MAX. 17년 5월부터 인도되기 시작한 최신 기종이다.

생산된 지 3달이 채 안된 에어라이언(air lion) 소속의 이 비행기는 2주 전인 10월 29일, 인도네시아 자바 앞바다에 추락했다. 날아오르기 위해 아등바등한 흔적도 없이, 그대로 해수면에 내리꽂혔고 생존자는 없었다. 바다 위 떠다니는 잔해에서 회수된 핸드폰 속 사진 한 장. 이제는 망자가 된 사진 속 승객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사고기는 사고가 나기 직전 3-4 차례 비행에서 받음각(AOA-angle of attack) 센서 오류로 인한 종합적인 계기 이상 증상을 보였고 정비를 마친 상태였다. aoa센서는 항공기가 바람에 대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기수를 들고 비행하는 지 알려주는 센서로, 비행기의 속도, 고도변화를 측정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무엇보다도, 받음각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양력을 한순간 모두 잃어버릴 수 있어 매우 위험한데, aoa 센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단서를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센서가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항공기들은 받음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수를 적당히 아래로 눌러주도록 설계된다.


한편 해당 기종 제조사인 미국 보잉은 AOA 센서의 오작동으로 조종사의 명령과는 관계없이 항공기가 자동적으로 기수를 급격히 내려버리는 오류가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 인정했다. 받음각이 너무 크다는 정보가 들어오면 항공기가 자동으로 기수를 내려버리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가 설계된 것. 이에 미국의 연방항공청(FAA)은 매뉴얼 수정을 요청하는 긴급 감항성 개선명령(airworthiness directive)을 전세계 해당 기종을 운항하는 모든 항공사에 최근 공식적으로 내린 모양이다.


긴급 감항성 개선명령 (Emergency Airworthiness Directives)


아직 수사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고 블랙박스도 며칠 전 건져올렸다. 하지만 사고기가 해당 센서 관련 문제를 겪고 있었고 사고 직후 보잉과 항공청이 긴급매뉴얼 시정을 명령하였다는 소식은 모두가 이 사태의 원인을 짐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짐작이 맞을 경우, 센서 고장으로 인한 추락은 어쩌면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과 조종사 간의, 즉 기계와 사람 간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사고로 해석될 수 있다.


기계는 오감 '밖에' 없는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하고 연산하여 최적의 제어를 진행한다. 사람은 남는 여력을 이용해 인간 특유의 학습력과 직관을 사용해 고차원적인 계획 수립과 관리 작업에 투입된다. 여기까지는 연산과 데이터 처리에 강한 기계와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고 고차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간의 훌륭한 콜라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동화는 기계와 인간의 콜라보를 표방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기계와 인간의 단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계에게 숙주기계(여기서는 비행기)의 조종권을 위임함으로써 인간은 기계가 하는 일을, 기계가 조종하고 있는 숙주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조종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처리하던 기계가 갑자기 말썽을 부린다. 원인은 센서 고장으로 인해 기계가 오류를 일으킨 것. 하지만 기계가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르던 인간이 갑자기 기계가 버리고 간 조종간을 넘겨받는다면 어떻겠는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비행기가 고꾸라지고 있다는 것 뿐. 그 것이 전부다. 이런 경우 보통 조종사의 판단 실수가 사고를 일으키는 마지막 연결고리가 되곤 한다. 상황을 잘못 파악하니 엉뚱한 대응을 하게 되는 것. 과연 자동화의 잘못인가, 조종사의 조종미숙인가.




JT610편의 엔진 잔해 / voanews


태평양 상공에서 엔진이 고장난 채로 오토파일럿을 해제하여 추락 직전까지 갔던 중화항공 006편, 에어쇼에서 기동을 선보이다 조종사와 제어컴퓨터의 의도 해석 차이로 숲속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296편, 이번 사고와 비슷한 과정으로 역시나 추락 직전에서 살아나온 콴타스 항공 72편. 자동화 시스템과 조종사의 낮은 상황 인지도가 엮인 경우는 수 차례 있어왔다.

위 사건이 발생한 지 길게는 33년 넘게 지난 오늘날, 또다른 항공기가 어쩌면 비슷한 현상이 재난의 한 축을 차지한 사건에 휘말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홈, 주차보조시스템, 나아가 자율주행차까지. 자동화 시스템 속에 더 가까워지고 기계에 우리의 안전을 의지하고 있는 일상을 마주한 우리도 충분히 주목해볼 만한 사건이겠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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