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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Feb 08. 2023

비행기 코는 왜 둥글까?

#뾰족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공기시리즈 1편

공기에 대한 이야기는 서사가 꽤 깁니다.
그래서 시리즈로 연재하려고 하는데요, 오늘의 글은 공기시리즈 중 첫 번째 편입니다.




‘빠르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뾰족한 모양이 연상되곤 한다. 빠른 속도를 강조하는 스포츠카는 날렵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고, 활동성을 강조한 의류는 빠른 동물이나 날카로운 모양의 로고를 사용하듯이 말이다. 빠른 걸 떠올리자니 비행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비행기 역시 날렵한 모습을, 그중에서도 뾰족한 코를 당연히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흔히 말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코가 뾰족하면 좋을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탔던 여객기를 떠올려보면 조종실 앞의 코가 상상했던 만큼 뾰족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둥글둥글한 모양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정도. 비행기는 KTX보다 3배는 빠르게 공기를 가르는데 KTX도 갖고 있는 뾰족한 코를 타고나지는 못한 듯하다. 왜 비행기 코는 둥글게 만들게 된 것일까? 공기저항이 제일 적은 모양으로 만드는 게 이득 아닐까?


뭉툭한 코로 빠르게 날아도 괜찮을까?


그렇게 한 건데?

둥근 코가 제일 좋아요


물을 채운 욕조에 손을 넣고 휘저어보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것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물처럼 흐르는 것들 사이를 돌아다니면 이처럼 방해하는 힘, 저항을 마주하게 된다. 공기도 욕조의 물처럼 흐르는 것인 만큼 똑같이 저항을 만들어내는데, 이 힘을 ‘공기저항’이라고 부른다. 비행기가 하늘을 쉽게 가르기 위해서는 이 공기저항을 적게 만드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비행기의 최전방에서 공기를 가르는 것이 비행기 코인만큼, 공기저항이 가장 적은 모양의 코를 정하는 것은 실제로도 중요한 문제였다. 과학자들은 뾰족한 코부터, 반원 모양의 둥근 코, 편평한 코까지 다양한 형태의 코 모형을 만들고 공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웬걸, 실험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랐다. 공기저항이 가장 적은 코는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코도, 반원 모양의 코도, 편평한 코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적당히 둥근’ 코였던 것이다.


도형 아래 적힌 숫자는 공기저항의 크기다. 오히려 뾰족한 코(5번째)가 둥근 코(1번째 2번째) 보다 저항이 컸다.


왜 그런 것일까? 우선 공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상황을 공기 입장에서 상상해 보도록 하자. 공기 중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있는 공기를 밀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기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고 무난하게 잘 비켜나게 할수록 우리는 저항을 덜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편평한 면의 공기저항이 큰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앞에 있는 공기를 옆으로 비켜나게 하지는 않고 내가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그대로 무작정 미는 꼴이기 때문이다. 마치 태풍이 부는 날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 상황이 상상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뾰족한 코는 가장 좋은 선택지처럼 보인다. 뾰족한 코는 공기가 있는 곳을 날카롭게 찌른 뒤, 완만한 경사를 통해 공기를 양 옆으로 밀어낼 것이니까. 접은 우산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들고 있는다면 부채를 든 것 보다도 분명 힘이 덜 들긴 할 거다. 공기가 나를 위해 자리를 잘 비켜주게 만드는 게 공기저항을 줄이는 길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편평한 코보단 각이 있는 뾰족코가 유리하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왜 적당히 둥근 코가 확연히 저항이 작은 것인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쉬면서 생각해 보기 위해 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가본다. 당이 떨어지니 커피에 시럽을 추가해야겠다.


잠깐. 시럽?


끈적한 공기

공기의 점성


꿀이나 시럽에 막대기를 넣고 휘저어보자. 끈적거림이 너무 심해 더 오래 젓다가는 팔이 아플 지경이다. 이렇게 꿀처럼 주변 물체에 달라붙어 흐름을 방해하는 성질을 점성이라고 한다. 공기가 끈적이는 게 사실 잘 상상되지는 않지만, 점성이 매우 약해서 잘 못 느낄 뿐 공기도 약하게나마 점성을 갖고 있다.


공기의 점성을 느끼긴 힘들어도 그 존재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는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에 묻은 먼지! 손으로 살짝만 만져도 묻어나는 먼지가 유독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떨어지지 않아 결국 세차를 하게 만든다. 이 현상은 공기의 점성 때문에 발생한다. 점성이 있으면 물체와 아주 가까이 있는 공기는 지나가는 물체에 딱 달라붙어 물체와 거의 한 몸처럼 이동하게 된다. 그러면 차체와 맞닿아 있는 바로 주변 구역에는 사실상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일종의 막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막의 두께보다 작은 먼지는 바람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차에 붙어있을 수 있다.


공돌이의 노트 #1
이처럼 ‘유체의 점성 때문에 물체 주변에 흐름이 느려지는 구역’을 멋진 말로 경계층(boundary layer)이라고 한다.


비행기처럼 거대한 물건이 빠른 속도로 공기를 가르면 점성은 무시할 수 없는 저항을 만들어낸다. 공기가 비행기의 온 표면에 달라붙어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행기의 앞을 가로막는 공기를 밀어내는 데 드는 힘은 생각보다 별로 세지 않아서 점성으로 인한 저항이 공기저항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즉, 이 점성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의 피부가 공기와 맞닿는 면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공기를 잘 밀어내면서도 끈적임의 영향은 덜 받는 딱 그런 모양 없을까?


이제 둥근 코를 사용하게 된 이유에 거의 다 왔다! 예리한 모양으로 비행기의 코를 만든다면 그 모양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코가 길어지게 된다. 예리한 코일 수록 각도가 완만해지니 코끝 부분이 더욱 길어지는 것이다. 길어진 코는 넓은 면적을 갖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공기들이 달라붙어 저항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반면 둥근 코는 뾰족한 코에 비해 ‘짧뚱’하게 만들 수 있어 표면적이 줄어들게 되고 추근대는 공기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또, 둥근 코는 편평한 코에 비해 공기를 밀어내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수월할 테니 가장 이상적인 코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흐르는 것들의 두 가지 저항

형상저항과 점성저항


앞서 ‘공기를 밀어내는 데 드는 힘’과 ‘점성으로 발생하는 힘’을 살펴보며 비행기 코 모양이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저 두 종류의 저항을 이르는 공식 용어가 있으니, 바로 형상저항(form drag)과 점성저항(viscous drag)이다. 이 공식 용어로 멋지게 위 내용을 요약해 보면서 비행기 코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보자.


형상저항은 주변 공기와 부딪히는 물체의 모양에 의해서 발생하는 저항이다. 형상저항 측면에서 본다면 뾰족한 코가 편평한 코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형상저항을 생각해 코를 너무 뾰족하게 만들면 흐르는 공기와 맞닿는 표면적이 넓어지면서 점성저항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편평한 코와 뾰족한 코 사이 어딘가에서 형상저항과 점성저항이 적절히 타협되는 최적의 지점이 존재하게 되고, 이 것이 곧 우리가 보는 둥글둥글 귀여운 여객기의 코가 되시겠다.


적당히 둥근 비행기의 코
공돌이의 노트 #2
비행기를 이루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딱 한 가지뿐인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온갖 이유들이 복잡하게 얽혀 타협을 이루는 지점에서 우리가 보는 모양의 비행기가 탄생하게 된다. 비행기 코도 마찬가지다. 여객기 코모양을 선정할 때는 공기저항뿐 아니라 코가 만들어내는 내부 공간의 크기, 내부 장비와의 간섭, 튼튼함, 무게 등 다양한 것이 고려된다. 이번 이야기는 비행기 코 형태에 영향을 주는 공기저항에 집중했지만, 그 외에 더 많은 요인들이 비행기의 코를 다듬고 있음에 유의하자!


뿌듯하게 둥근 코 이야기를 마치니

문득 드는 궁금증 하나…


전투기 코는 왜 뾰족한 걸까..?

그건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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