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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May 25. 2023

"아직 로스쿨이 꿀인 이유"

* 본 글은 같은 학교 로스쿨 선배이자, 현재는 변호사가 된 박정문 형이 만든 NPO 단체 Herelaws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임.


* 정문이 형 블로그




어떤 제도든 초반에 들어가는 사람은 꿀이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진 의학전문대학원 초기 입학자들이 그랬으며, 2008년 로스쿨 제1회 입학생들이 그랬다.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에 비견할만큼 역사적인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지금도 로스쿨생들 사이에 ‘개 부럽다’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현재는 객관식 105개를 넘겨도 겨우 붙을까 말까 한 시험이 당시에는 36개만 맞고도 합격할 수 있었다.


출처 : 매일경제


하지만 우리는 1회 입학생이 아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열람실에서 많은 로스쿨생들이 ‘1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란 한탄을 내뱉고 있지만 (나도 그 중 하나) 아직까지 로스쿨은 죽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공부를 할 때마다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도록, 로스쿨을 준비하는 입시생들에게 긍정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이 제도가 얼마나 꿀인지 그 희망회로를 보여주고자 한다.

희망회로 가즈아!!


여전히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이 좋은 이유


첫번째, 산술적으로 5번을 계산하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생각보다 높다.


로스쿨의 최대 리스크이자, 학생들 최대 스트레스는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 두려움이 커서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는 것만큼 변호사시험에 광탈하는 꿈을 꾼다. 사실 로스쿨은 이름만 대학원이지 내부 실체는 직업전문학교와 다를바 없다. 학부 때만 해도 교사가 되려는 학생, 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 창업을 하려는 학생 등 각자의 직업적 비전이 달랐고 그에 따라 다양성이라는게 존재했다. 그러나 로스쿨은 요리직업전문학교, 제빵직업전문학교처럼 오로지 단 하나의 ‘직업’ 만을 위해 존재한다. 졸업 후 연구소도 가고, 기업도 가고, 교수도 되는 일반적인 대학원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로스쿨에 들어와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정확하게 몇 프로일까?


올해, 제12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3%다. 제11회 합격률도 53%, 제10회 합격률은 54%로 몇년째 꾸준하게 50% 이상의 합격률이 나오고 있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이 시험을 보는 절반은 떨어진다는 소리다. 하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 거꾸로 말하면 매번 절반 이상은 붙고 있다는 이야기니깐. 변호사시험에 있어 모든 로스쿨생들에게는 평생 총 5번의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변호사시험은 졸업하고 총 5번만 볼 수 있는 오탈제로 운영되고 있는 시험이다. 일본 로스쿨은 졸업하고 3번 밖에 못보는데 한국은 2번이나 기회를 더 준다.)


이 5번을 전부 시험 본다고 가정했을 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산술적으로 다음과 같다.


전제 = 합격률이 50%로 유지된다는 가정


1회 : 50%

2회 : 75% (50% 짜리 확률이 2번 있으므로)

3회 : 87.5% (50% 짜리 확률이 3번 있으므로)

4회 : 93.75% (50% 짜리 확률이 4번 있으므로)

5회 : 96.875% (50% 짜리 확률이 5번 있으므로)


여기에 변수를 고려해준다.

1. 내가 공부를 더럽게 안할 확률 (이게 걸리면 망함. 합격률 0%에 수렴)

2. 남이 공부를 더럽게 안할 확률 (생각보다 별로 없음. 즉 이 시험은 허수가 별로 없는 시험. 그래도 운전면허 필기 시험급인 법조윤리 합격률이 96% 정도 나오는거를 보면 4%는 더럽게 공부를 안한다는 것. 이 4% 허수는 빼준다.)


5번을 모두 응시했을 경우, 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시험 합격 확률은 최종 96.875%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단순 계산한 수치가 과연 현실적인 오탈자 수와 비교했을 때 맞는지를 살펴본다.



위 기사에 따르면 제11회 변호사시험까지 누적된 오탈자 수 1,324명. 이 기간 동안 전체 로스쿨 입학자 수는 23,016명이다. 그 중 제11회 기준으로 5번의 응시기간을 모두 사용한 제7회까지 입학한 인원 수는 14,541명이다. 전체 로스쿨 입학생 인원 수 대비로는 5.75%의 사람들이 오탈했고, 제7회까지의 인원 수 대비로는 9.23%의 사람들이 오탈을 했다.


단순 산술 계산일 때의 오탈 확률은 3.125% (100 - 96.875%)인데 비해 실제로는 9.23%로 6%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다. 그 이유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미응시자와 응시포기자를 빼고 합격률 통계를 내기 때문이다. 이들은 애초 시험본 인원에 포함되지도 않으니 합격률을 내는 전체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런 미응시자와 응시포기자까지 고려하면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5번 다 봤다는 가정하에 91% 정도가 나오게 되고, 여기에 운전면허시험 필기급의 법조윤리를 떨어지는 공부 더럽게 안하는 4%를 고려하면, 내가 5번 다 응시를 했다는 가정하에 대략 94~95%의 최종합격률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1회만 봤을 때는 절반이나 떨어지는 무서운 합격률이지만, 산술적으로 5번 전체에 계산을 모두 하면 합격률은 생각보다 높다. 물론 실제로는 미응시자와 응시포기자, 반수생, 자퇴생 등도 상당히 많아 이 인원까지 모수로 고려하면 변호사가 될 확률은 80%대 까지 오차 범위가 내려갈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모든 수치를 고려한다고 해도 여전히 합격률은 높다.


때문에 여러분이 로스쿨에 입학한다면 이런 합격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만, 진짜 답도 없게 공부를 안해버리면 아무리 합격률이 높아도 나는 여전히 0%에 수렴할테니


1) 법조윤리시험을 한번에 붙을 정도로 열심히는 하는 조건

2) 죽이됐든 밥이 됐든 변호사시험에 죽어라 5번 다 응시는 하는 조건


이 2가지 조건은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이 합격률을 안정적으로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캐시템을 구입하는 것이다. 떨어지자마자 신림동에 있는 변호사시험 스파르타 전문 학원에 간다. 실제 이곳에 다닌 친구의 전언에 의하면 이 학원의 합격률은 50%가 아닌 80%가 넘는다고 한다. 합격률 자체가 바뀌게 되니 몇년을 여기서 구르면 위보다 더 높은 합격률의 수치를 얻게 된다. 스파르타 고시학원 강사들에게 비싼 돈을 갖다바치면 여러분을 변호사로 만들어줄 것이다. 자본주의는 위대하다.


두번째, 설령 저 리스크에 걸려서 오탈을 해도 살 길은 있다.


아무리 합격률이 높다고 해도 투자의 기본은 리스크 헷징이다. 인생을 갈아버릴 수도 있는 투자에 5%의 리스크가 있다? 원래는 절대 하면 안되는 투자다. 하지만 투자에는 헷징이라는게 있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내가 재수없게 5%의 확률에 걸렸어도 다음과 같이 전략이 가능하다. 일단 로스쿨이라는 제도는 1년에 2000명 밖에 뽑지 않는 선별된 인원 수의 사람들만 있는 곳이다. 매년 서울대 입학 정원이 3100~3200명 정도이니 이 인원들보다 적다. 정수기 필터로 걸러진 사람들이기에 설령 저 재수 없는 확률에 걸려서 망해도 일정 부분 살 길은 보장이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금융권 법무팀 변시 오탈자 특채

경찰 7급 변시 오탈자 특채

(오탈자 경사 특채는 반발 여론 심해 흐지부지 되기는 했음)


로스쿨 3년 교육과 변호사시험 5번 응시에서 배우는 법학 지식이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법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든 쓰이는 실용적인 학문이기에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많은 곳에서 수요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 된 이후, 법학부들이 강제로 폐쇄된 현실 속에서 법학석사의 수요는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내 친구들은 다 변호사인데 나 혼자만 오탈자 특채로 들어온 직장인이면 현타가 쎄게오기는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로스쿨이 아니라 법학석사만 따러 일반 대학원에 들어간거다” 라고 스스로 정신승리를 해버리면 된다. (그냥 세뇌 하면 안됨. 무지하게 세뇌해야 함)

정신승리 세뇌!!


세번째, 남들은 석사 학위 따려고 논문도 쓰고 2년 동안 시간을 쏟는다. 그런데 여기는 마트 사은품처럼 1+1으로 석사학위를 준다.


석사 이야기를 한 김에 추가하자면, 로스쿨생들 대부분이 이 석사학위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고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원래 이 학위라는 것이 남들은 이거 받기 위해 2년 동안 시간을 쏟고 논문도 쓰는 그런 영역이다. 법학전문대학원도 원래는 논문을 써야 하는데 특혜로 그냥 학위를 주는 것이고. 이렇게 가방끈이 길어지면 뭐가 좋으냐? 나중에 변호사가 못되어도 회사에서 승진을 할 때 가산점을 얻을 수 있고, 강연을 나갈 때 단가를 높일 수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졸업 후 모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강의료가 학사 학위 보유자는 30만원, 석사 학위 보유자는 50만원이었다. 그 때 나는 학사 학위만 가지고 있어 30만원 밖에 못 받았다.


석사 학위 없어서 강연료 더 못 받았다!!


살면서 내가 강연 할 일이 이번 한번만 있겠는가? 앞으로도 많을텐데 강연료 단가를 높이기 위해 원래라면 2년의 시간을 바쳐 논문을 쓰고 학교에 출석하며 척척석사를 취득해야 한다. 그런데 로스쿨에 오면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옆에 테이프로 사은품이 붙어있듯 무려 서비스로 석사 학위를 준다. 이 얼마나 꿀인가.


네번째, 내가 변호사가 못되어도 어쨌든 내 친구들은 다 변호사다.

5% 확률이기는 하지만 내가 재수가 없어서 변호사가 못된다고 하더라도 나와 함께 로스쿨을 다녔던 내 친구들은 나만큼 재수가 없지는 않을 것이기에 대부분 변호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예전에 슈카월드 유튜브에서 서울대 법대생을 사칭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그 당시 만들어낸 인연으로 미래저축은행 회장까지 올라간 김찬경씨에 대해서 본 적이 있다.


<아래 영상>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면 배우 최민식씨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인연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 사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통찰력 있는 장면인데, 이는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통용된다. 이런 인연을 만들기 위해 좋은 대학에 입학해 훌륭한 집단에 소속되려 노력하는 것이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니깐. 그리고 좋은 사람을 주변인으로 두는 것에 있어 소속과 조직의 힘은 절대적이다. 로스쿨은 필터링을 거쳐 들어온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미래에 변호사가 될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추억을 쌓는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내가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면서 느낀 것이 있다. 어른들이 어릴 적 “기술을 배우라”고 말한 것이 로스쿨 공부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이다. 배관 수리나 자동차 정비 같은 종류만이 기술의 전부가 아니다. 법학을 배워 법 기술자가 되는 것도 자동차 정비 못지 않게 훌륭한 기술이다. 당장 현실세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 그 자체의 학문. 특히나 학자를 만드려는 것이 아닌 변호사를 만드려는 로스쿨 제도 안에서는 실무가를 배양하려는 목적에 맞게 법 기술들을 많이 알려준다. 어디 써먹지도 못하는 뜬구름 잡는 학문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실용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다. 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상기와 같은 이유로 로스쿨은 꿀이다. 이 꿀이 사라지기 전에 될 수 있다면 빨리 입학하는 것이 좋다.


(P.S 로스쿨 입시생들 화이팅! 나도 변호사시험 화이팅!!)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311107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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