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베를린 일기,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by 최다운 바위풀

전직 잡지 에디터이자 유튜버, 현직 요식업 종사자이기도 한 작가 전성진의 베를린 생활기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를 읽었다.


요즘 스타일(?) 에세이답게 솔직하고, 담백하고, 길게 끌지 않으면서도 재밌다. 작가가 유튜버를 했었다는 건 책을 읽고 난 뒤에 알았는데, 입담이 글담으로까지 이어진 듯하다.


십여 년 전 베를린에 잠시 살았었는데 당시에는 학셴이나 커리부어스트 정도 말고는 음식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한데 얼마 전부터 비엔나에 살면서 이래저래 관심이 생겨서 작가가 군데군데 적어 놓은 요리 레시피나 설명이 제법 도움이 됐다. 몇 달 전 고모님 댁에 갔을 때 해 주신 음식 중 하나가 토스트 하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고모는 독일에서 50년 넘게 사셨다), 내가 베를린 생활 중 몇 안 되게 그리워하는 되너 케밥의 기원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음식을 전공하고, 식당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배운 건지 모르겠지만, 요리 재료나 특성, 기원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이 느껴진다. 덕분에 레시피뿐만 아니라 지나가듯 던지는 설명에서도 비엔나 음식 재료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슈펙(훈제 생고기)을 볶아 국물을 내면 맛있다는데, 잊지 않고 꼭 시도해 볼 생각이다.


나는 베를린에 살 때 작가가 어학원에서 겪었던 인종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그런 일이 있구나 싶다. 더구나 작가가 베를린에 살기 시작한 때는 내가 그곳을 떠난 이후인데도 말이다. 아마 당시 내가 지내던 상황이 조금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우여곡절 끝에 만난 중년 독일인 플랫메이트 요나스와의 시간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베를린 생활기를 풀어가는데, 즐거우면서도 때로 찡한 이야기는 슬픈 애도로 끝난다. 마지막 순간, 요나스의 장례식에서 육개장이 없어 아쉬워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라. 스치듯 내뱉는 사연 많은 과거사는 그가 얼마만큼 힘들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케 하는데, 그러한 모든 상황을 거쳐 지금 모습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성진 작가는 5년을 열심히 일해 독일 영주권을 땄고, 이번이 첫 책이라 했는데 또 좋은 글로 볼 수 있길 바란다.


스크린샷 2025-10-08 오후 7.11.27.png


작가의 이전글세상은 0과 1이 아니다 - 『팩트풀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