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커가면서 깨닫는다. 애초에 순수하고 무지한 얼굴로 존재해있던 애정이 점차 덫이란 구조물로 견고하게 가공되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그 구조물 위에 걸린 줄 하나를 위태롭게 밟고 있음을. 휘청거리는 줄에서 떨어질때마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멀어진다. 그들은 그렇게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멀리 있어도 뼛속까지 닿을 정도로 가깝게, 서로를 응시한다.
첫째는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그 줄의 끝에서 획득하기를 갈구하며 다시 줄 위로 오른다. 첫째에게 그것은 사람이 되기 위한 관문과도 같다.
부모는 유독 첫째에게 ‘자기동일시’의 거울을 비춘다. 그 거울은 좀처럼 깨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는다. 첫째는 부모를 통해 자신을 보고, 부모도 첫째를 통해 자신을 본다.
그 빛의 고리를 느슨하게 하려할수록 감정의 파도가 요동친다. 짓누르는 믿음들,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자각, 실망시켰다는 자책감, 나와 타인에 대한 환멸. 그것은 다시 아무런 감정도 없는 곳에서 쉬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한다. 진공 상태처럼 그 어떤 압박감도 없는 상태, 가벼움에 대한 상상,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
첫째는 그런 운명을 타고난다.
끈을 놓쳐버릴 것만 같은, 또는 끈을 끊어버리고 싶은 두 자각 사이에서 맴도는 시간.
그것은 그만큼 그들이 가깝고,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서로를 객관화하여 들여다보기 어렵다. 서로가 이미 풀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엉겨붙은 역사로 살았기 때문에.
첫째와 부모는 평생 서로간의 적절한 거리두기의 방법을 배워가는지 모른다.
그 배움에 완성이란 게 있을까?
다른 형제가 이미 자신만의 자유로운 나라를 찾아, 힘껏 날개짓 하고 있을 때에도 첫째는 머저리처럼 날아가도 되는지, 날개에 흠은 없는지 들여다보며 미적거린다.
머뭇거리고 뒤돌아본다.
결국, 마음에 남기 때문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 빛났던 부모의 사랑이.
누구나 애초에 가지고 있을 그 그리움의 시초가.
첫째의 에너지는 대부분 그 생명이 태어난 영토에 머무른다.
그 관성을 깨고 날개를 펴 멀리 날아갔더라도, 많은 것들이 그 시초가 묻힌 영토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