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작공작 Mar 19. 2024

ch1. 여행의 시작

퇴사를 앞두고, 바뻣고, 심신이 지쳤다.

무엇을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그러나, 내겐 올해 소멸된다는 마일리지가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또?


퇴사자로서, 뭐라도 해야된다는 일념으로,

처음엔 '내일로'가 나이제한이 없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대구-부산-대전 여행 경로를 생각했었는데,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장소는 치앙마이로 변경되었고, 치앙마이는 갑자기 시카고로 튀어버렸다. 국내-치앙마이-시카고로의 변주라니..


미국의 모든 도시는 아니지만, 여행지로 가는 도시를 많이 다녔고 그 중에 시애틀과 시카고를 가지 않았었다. 늘 한켠에 미련이 있었다. 시애틀은 작년에 다녀왔다. 마치 도장깨기 하듯, 나의 목적지는 시카고로 정해졌다.


시카고를 검색해본다. '매일 살인사건이 뉴스에 난다'고 한다. ‘아, 가지말자..', 시애틀에서 노숙자,약에 취한 사람, 거리에선 마리화나 냄새로 그다지 좋지 않았고, 미국에 있는 친구도 치안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길래.. '안 가야지' 했다.


그러나 또 시카고여행을 검색해보면 잘 다니는 후기들이 꽤 있다.


해가 바뀌는 것이, 내가 삶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니 새해 목표 따위도 없긴 하지만, 2024년이 되면서 목표한 것은 단 하나 '즐겁게 살기'였다.

마치 분당을 벗어나면 큰일나기라도 한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즐겁게 살아야지,가 목표이자 마치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되는 듯 싶다.

그래 가자, 이제 장거리 잘 안 갈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가자, 잘 다닌 사람들 많은데 뭐,

그렇게 시카고 행을 결정했다.


오래전부터, 시카고에서 시카고피자를 먹어 보고, 밀레니엄 빈이 가고 싶었다.

시카고에서 무엇을 할거냐는 친한 동생의 말에 당당히 시카고 피자 먹고, 밀레니엄 빈을 보러간다 했다.

밀레니엄 빈이 무엇이냐는 말에 사진찍어 보여주겠다 했다.


시카고를 검색하며 알았는데, 내가 당당히 말한 밀레니엄 빈은 밀레니엄 공원에 있는 클라우드 게이트이며, 클라우드빈이라고도 불린다. 내멋대로 밀레니엄 빈이라니..


잠깐, 시카고서 피자먹고 빈보고 또 뭘하지? 그다지 할 게 없네.


난 마치 집하고 나사이에 자석이 붙은 듯이, 집을 떠나는 일이 쉽지 않다. 밖에서 숙박을 하더라도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싫다.그러나 시카고까지 갔는데, 2-3일 있다가 올 수는 없지 않은가..

거기까지 간 김에.. 그럼 뉴욕을 가자.  안그래도 덤보와 베슬이 가고 싶었는데..


일단, 시카고인, 뉴욕 아웃으로 비행기표를 샀다.

시카고에서 뉴욕까지의 거리는 알아보지도 않았고, 시카고가 동부가까이 있다고만 착각했다.


나는 해외 여행을 가면, 일단 목적지까지 타는 비행기는 괜찮지만(어쩔 수 없이 경유를 해야 하는 경우 경유도 하지만, 직항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외에 도시간 이동에 비행기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체크인부터, 수속, 비행기 탑승, 이륙과 착륙, 짐찾기.. 이 번거로운 절차들을 참으로 질색한다. 또 비행기 안이 너무 답답하다. 비행기는 딱 한국 출국과 입국에만.. 유럽에서는 기차가 좋기도 했고, 진짜 먼 거리를 기차로 이동하기도 했다. 라오스에서는 루앙프라방 가는 것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시카고에서 뉴욕까지도 버스나 기차가 있겠지 했는데.. 시카고에서 뉴욕은 머나먼 거리였다. 아.... 아.... 비행기표를 샀다.


비행기표를 사면서도 난 내가 '비행기표'를 산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지,어차피 이동하는 날은 뭘하지도 못하니 아침에 가자, 9시 비행기표를 샀다.

10분전쯤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뉴욕에는 12:13분 도착인데, 뉴욕에 있는 친구에게는 1시쯤이면 호텔에 가지 않을까. 했다.


내가 산 것은 기차표도, 버스표도 아니다.

공항에는 2시간 전에는 가야 하고, 뉴욕공항에서도 비행기에서 내리고 짐찾고 해야 한다.

7시까지 공항에 가려면 6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해도 안뜬 어두컴컴한 시간에 다니는 것 질색하는데...

그리고 검색을 하다 보니, 새벽에 시카고에서 우버가 잘 안잡힌다 했다.


어떤 예약을 해도, 취소불가 예약을 안하는데, 난 또 어쩐일인지 시카고-뉴욕 비행기표는 취소불가 예약을 했다. 뉴욕에서 한국을 와야 하니, 뉴욕은 반드시 가야만 해서 그랬나보다 .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일이 내내 신경이 쓰였고, 시카고에 있는 동안에도 늘 나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년, 시애틀을 가면서 미국의 호텔값을 체감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만만치 않다.

일단 적당한 수준의 호텔들은 예약을 했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출발.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