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오트의 이론적 토대를 공유합니다.
Naioth의 서비스에 지향점과 이론들을 채워넣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창업일기를 쓰기에 앞서 서설격의 관련 글들을 공유합니다.
구상해오던 서비스와 관련된 이론적 토대들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현상 : 전환시대의 논리>는 제가 '플랫폼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연구해 온 내용들에 대한 중간결산 형태의 글입니다. 2020년 1학기 '현대사회의 행정'이란 교양과목에서 일면 다루어지기도 했던 이론인 동시에 지금 진행하는 Naioth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글이기도 합니다. 플랫폼이 단순히 전략이나 이론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그렇기에 그 현상의 '사회적 특성'까지 바라보려고 한 글입니다.
(박사논문 연구계획서에 담긴 내용이기도 한데, 박사논문은 언제쯤 쓸 수 있을까요...)
*슈퍼밴드를 사례로 썼던 글인데 어느덧 슈퍼밴드2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더라고요! 업데이트가 언제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슈퍼밴드2도 흥하리라 기대해봅니다 :)
2015년도에 미국의 IT전문미디어인 CBInsights에서 만든 이 그림은 미국의 대표적인 은행인 웰스파고(Wellspargo)의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웰스파고에서 제공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들과 경쟁하고 있는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들을 매칭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을 '은행의 '해체(Unbundling)' '라고 붙였습니다.
마치 거대한 고래를 작지만 강한 피라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듯한 이 그림은 이후 호텔, 자동차산업, 물류에 이어 의사, 대학에 이르는 많은 영역에서 그려졌고 2020년 현재 지금도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지만 강한 혁신기업들이 기존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미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고 있는 앱들을 보더라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죠.
2010년대 이후 급격하게 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이러한 해체(Unbundling) 현상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배출되는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단순히 산업의 주도권이 한 기업에서 다른 기업으로 바뀐다는 것을 넘어서서 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문화까지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 현상은 비즈니스 영역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고, 보다 강하게 일어날 현상의 전조에 가깝습니다. 가히 '전환시대'라고 부를 만한 시대적 현상인 셈이죠.
이 글은 이러한 전환시대의 논리를 '플랫폼(Platform)'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보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입니다.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승강장을 떠올리기보다 배달의민족, 페이스북, 쿠팡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을 떠올립니다. 그만큼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익숙해진 것이기도 한 것일테고 동시에 플랫폼이란 존재가 실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특히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보편화되었고 그에 따라 플랫폼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였습니다. 이미 시중에는 플랫폼 전략과 관련된 많은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고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사례 분석들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시대가 다가왔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플랫폼이 가지는 의미와 본질은 비즈니스 전략보다 더 큰 개념입니다. 사회의 변화속도와 복잡성,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균일하고 일관성 있는 사회에 적합하게 운영되던 사회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사회의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은 이러한 균열에 대응하는 체제와 논리를 갖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적용되어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실재적인 대안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기존의 시스템을 전환하는 자리까지 도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앞서 살펴본 '해체(Unbundling)'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랫폼의 어떠한 특징이 변화하는 사회의 특성과 맞닿으면서 대안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전환시대의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전환시대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 본질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걸음을 내딛어야 할까요? 이 글이 전환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현 위치를 알려주는 작은 지도이자 방향을 헤아려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플랫폼이 무엇인지에 대해 산업경제학에서 비즈니스에 이르는 논의들을 살펴보면서 그 특성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 특성들을 바탕으로 하나의 '현상'으로서 플랫폼이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서서 사회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플랫폼이 생태계로 진화함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특징에 대해 살펴봅니다.
플랫폼(Platform)이라는 개념은 '승강장'이라는 뜻과 같이 디지털 플랫폼 이전에도 쓰여 오던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전환시대의 논리로서의 플랫폼을 보기 위해서는 산업경제학에서 사용하는 플랫폼 구조(Platform Architecture)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경제학에서 플랫폼 구조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배경 또한 사회의 빠른 변화로 인함 입니다. 소비자의 필요가 빠르게 바뀌면서 필요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비용부담을 느끼는 공장주들은 보다 빠르게 제품변화에 대처하면서도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죠. 이 과정에서 '제품의 기능을 분리해서 생산해보자'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개념이 플랫폼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품의 기능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부분'과 '변화가 느리게 일어나는 부분'으로 나누어서 둘을 결합하는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공정을 바꾸는 겁니다. 그리고 이 중 '변화가 느리게 일어나는 부분'의 공정은 재사용하면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부분'의 공정만을 빠르게 바꾸는 방식인거죠. 이 경우, 공정의 일부만을 변경해도 제품 전체의 특성이 변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위의 그림과 같이 레고의 머리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레고를 만들어낸 효과를 보이는 것과 같이요. 이 중 변화가 느리게 일어나는 부분을 마치 기차는 계속해서 들어왔다가 나가지만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승강장과 같은 모습에서 '플랫폼(Platform)'이라고 이름 붙이게 됩니다.
이러한 플랫폼 구조는 실제 자동차산업 등에서 똑같은 차 구조를 사용하되 바깥의 디자인을 시장환경에 맞춰서 바꾸어 출시하는 방식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제품을 변화 중심으로 나누어서 별도로 생산하고 둘을 결합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굳이 시장의 변화에 대해 모든 부문을 다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죠. 이 방식을 통하면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는 시장에 대한 대응을 최대한 빠르게 하면서도 기존 제품이 가지는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산업경제학에서 빠른 시장변화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플랫폼 구조는 같은 시장환경을 마주하고 있는 비즈니스 전반에 있어서도 큰 인사이트를 제공하게 됩니다. 다만 플랫폼 구조의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부분을 나누어서 각각 별도의 공정으로 생산하고 다시 결합시키는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에 있어서 Hagel과 Singer는 '기업 또한 제품공정과 같이 기능별로 부분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업의 기능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합니다. 고객관계와 제품혁신, 그리고 인프라가 그것이죠.
고객관계의 경우 고객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보들을 수집하고 또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들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확보되는 모든 관계들은 제품의 기획과 생산에 필요한 기반이 되어줍니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고객과 얼마나 깊이 관계맺고 있느냐 라는, 범위(Scope)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제품혁신의 경우 실제 고객들에게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바탕으로 상품화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이 경우 얼마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속도(Speed)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인프라의 경우 제품혁신기능에서 고안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해서 고객에게까지 전달하는 모든 인프라를 나타냅니다. 실제 고안된 제품을 현실화된 물품으로 만들고 전달하는 전 과정이기 때문에 그 과정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가 중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생산규모가 클수록 비용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따라서 규모(Scale)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이러한 세 가지 기능과 각각의 척도에 있어서 고객관계와 인프라의 경우에는 기업의 크기가 클수록 각각 범위와 규모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기에 유리하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반면 제품혁신의 경우에는 시장에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고 변화에 민감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에 유리하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즉 고객관계와 인프라의 기능은 소수의 대형기업이, 제품혁신의 기능은 다수의 소형기업이 전담해서 협력하는 것이 전체 공정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에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이에 따라 기존에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특성이 제품혁신기능에서 소형 기업들보다 불리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외에서 제공받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중 고객관계와 인프라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앞서 살펴보았던 산업경제학의 플랫폼 구조에서 나타난 '변화가 느리게 일어나는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전략(Platform Strategy)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최근까지 화두가 되었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또한 이러한 흐름 위에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해 기업의 기능을 분리하고 각 기능별로 기업들이 특화해서 재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기능을 분리해서 재결합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죠. Hagel과 Singer는 이러한 기업 기능의 분리와 결합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상호작용 비용(Interaction Cost)이 줄어들면서 보다 원활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마치 아이폰의 앱스토어에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업로드해서 사용자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애플과 스타트업의 기업간 결합인 것처럼 말이죠. 즉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플랫폼 전략의 현실적인 토대가 되어준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도 기억해야 할 것은 결국 플랫폼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이유는 시장이 보다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러한 시장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플랫폼 전략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 되어주지만 플랫폼 전략의 발달과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플랫폼 전략이 대응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곧 디지털 기술이 아니더라도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된다면 플랫폼 전략이 기존 산업구조를 대체하는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전략에서 살펴본 기업기능의 분화에 있어 제품혁신기능을 완전히 개방한 형태의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에서는 기업이 직접 공급자가 되어서 고객관계, 제품혁신, 인프라의 과정을 모두 담당해서 고객들과 거래를 진행했다면, 플랫폼 기업은 제품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공급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고객관계와 인프라 기능을 사용하여 제품 혹은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하고 고객들과 거래할 수 있도록 개방합니다.
배달의민족이 스스로 식품기업이 되기보다 음식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마련한 어플리케이션 내의 고객 네트워크(고객관계)와 배달기사분들(인프라)을 이용해서 음식점들의 음식을 보다 원활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음식메뉴를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음식점들(제품혁신)은 음식 경쟁력만 보장된다면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용해서 고객들에게 음식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배달의민족과 음식점 간의 협력은 기존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과 같이 직접 고객관계와 인프라, 제품혁신을 모두 담당하는 기업들보다 더 다양한 메뉴를 유연하게 관리하면서도 음식의 조리에서 배달까지 전 과정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제품혁신'을 담당하는 소형기업들이 플랫폼 기업과 거래하면서 나타나는 한 면의 시장과, 해당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서 소비자들과 거래하면서 나타나는 다른 면의 시장이 모두 존재한다는 점에서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이 양면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플랫폼 기업 자체가 아닌 제품혁신을 담당하는 공급자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공급하고 있느냐에 따라 플랫폼을 평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공급자들은 플랫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넓은가에 따라 플랫폼을 평가하게 되죠. 각 면의 시장이 가진 네트워크의 규모가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효과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side Network Effects)'라고 불립니다.
이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기업이 가지는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네트워크가 가지는 힘을 측정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구성원 수가 한 명 증가할 때마다 그 힘이 배로 증가하는 기하급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이 양면의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그 힘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거죠.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음식점 수가 한 개 늘어날 때 해당 음식점에 호감을 느끼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새로운 고객들 또한 증가하게 되면 그 고객들의 증가한 숫자만큼 음식점들이 배달의민족에 등록하고자 하는 매력도 또한 덩달아 상승하게 되는 선순환인 셈이죠. 이러한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한번 선순환의 궤도에 접어든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의 산업에 속해 있는 공급자들과 소비자들을 빠르게 확보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성장합니다. 그것이 해체(Unbundling)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는 셈이죠.
동시에 플랫폼 기업이 형성한 양면시장 안에서 공급자들은 혁신성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고객관계와 인프라 기능이 플랫폼 기업에 의해 보조되는 환경 안에서 공급자들은 제품혁신기능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과 정보의 제약이 극복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오직 공급자들의 제품이 얼마나 자신의 수요에 맞느냐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시장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공급자들은 고객의 수요에 맞는 제품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공급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플랫폼에 확보되는 혁신적인 제품들은 보다 많아집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급자들의 혁신성을 장려하는 정책을 피고자 합니다. 공급자들이 혁신적인 시도들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또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정보나 지식, 네트워크를 제공합니다. 플랫폼 스스로보다 현장에서 제품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공급자들이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대응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현장의 공급자들이 직접 판단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고객들에게 어떤 메뉴가 선호되는지 파악해서 직접 메뉴를 개발하는 것보다 음식점들로 하여금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고 그런 음식점들이 더 많이 플랫폼에 등록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배달의민족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앞서 언급한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플랫폼에 참여하는 공급자들이 플랫폼의 제품 아이디어(제품혁신기능)를 담당한다.
2.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자들의 네트워크와 혁신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3.공급자의 성장과 플랫폼의 성장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상생관계가 형성된다.
4.공급자의 성장을 위해 플랫폼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성장을 위한 보조자원들을 공급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특징은 과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외주 혹은 하청과는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됨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외주 혹은 하청의 경우, 대기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완성된 기획에 있어 중소기업들이 해당 부분에 대한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느냐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지었고 이에 대한 경쟁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은 생산업체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여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수요를 파악해야 하는 일종의 갑을관계가 형성되게 되었죠.
반면 플랫폼 기업 내에서는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소비자에 대해 제품 기획과 아이디어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이들이 직접 고객과 거래하게 됩니다.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어떠한 제품을 선호하게 될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요건을 충족하는 한 최대한 많은 공급자들이 플랫폼에 참여해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합니다. 또한 공급자들이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제품 기획을 수행할수록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효과적으로 기획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공급자들 간의 네트워크와 시장환경이 보다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일종의 정책입안자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공급자의 활성화가 플랫폼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상생관계가 성립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비즈니스에서의 효과성 혹은 혁신성이라는 측면을 넘어, 플랫폼이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자 전환시대의 논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먼저 플랫폼 구조 혹은 전략이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인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이 비단 시장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도리어 반대로 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환경 또한 같은 속성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이 중 가장 확실한 동력을 가지고 있는 경제영역에서 대안으로서 플랫폼이 가장 빠르게 실험되고 정착되었던 것이죠. 따라서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대처하는 데에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플랫폼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현실가능한 '대안'을 구축하였다는 점에 있어서도 현상의 요건을 갖춥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완벽할 수 없고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당 시스템이 활용되는 이유는 단점이 있을지언정 그 시스템을 통해 사회가 유지되는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제시하는 조직의 기능 구분과 재협력은 기존의 단일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다른 방식인 동시에 현실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모델로 증명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여러 플랫폼 기업 내에 형성된 생태계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플랫폼이 하나의 '경쟁우위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면 사회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플랫폼 현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안시스템의 등장과 그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전환시대'의 주된 '논리'가 된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논리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나타나는 플랫폼의 특성이 가지는 사회적인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서는 플랫폼 '현상'을 바라볼 때에 있어서는 단순히 '경쟁우위전략'의 측면이 아닌, 플랫폼 현상이 가지는 사회적 특성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중심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플랫폼 전략이 시장을 혁신하기에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는 것과 플랫폼 현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는 그 방향성에 있어서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통해 플랫폼 전략과 기업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현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그 현상이 가지는 파급력과 방향성이 기존의 시스템이 담아내지 못하던 어떤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는 '전환시대의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환시대의 논리로서 플랫폼 현상을 JTBC에서 방영되었던 <슈퍼밴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사회적인 영역에서 플랫폼의 방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그 중에서도 <슈퍼밴드>의 사례가 플랫폼 현상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사례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판단이 들게 되었는지는 아래의 두 영상을 시청하시면 조금은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두 영상은 <슈퍼밴드>의 본선 1라운드 공연에서 각각 펼쳐진 무대입니다. 베이스 한명과 기타 3명이서 만들어내는 보컬없는 연주와 현악기와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서 꾸민 Coldplay의 곡은 기존의 음악적 틀 내에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종류의 공연들입니다. 해당 공연들은 각각 2021년 기준 270만 여회와 430만 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실제 조원상팀의 공연은 원작자인 Coldplay가 트위터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그 연주를 극찬하기도 했죠. 이후 진행되었던 공연들에서도 <슈퍼밴드>의 참여자들은 새로운 조합과 실험적인 시도 등을 통해 '혁신적인 공연'들을 꾸밀 수 있었습니다.
<슈퍼밴드>에서 발현된 이러한 공연들은 서로 잘 알지 못하던 뮤지션들이 팀을 이루어서 각자의 잠재성을 발현해낸 공연들이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음악들이 기획되고 생산되는 방식과 다른 결의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JTBC에서 2019년 방영되었던 <슈퍼밴드>는 다양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뮤지션들이 음악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날 수 있는 '판'이라고 설명됩니다. 기존의 음악방송이 사전에 기획되어 있는 음악 혹은 공연을 방송을 통해 전달하고 송출하는 방식을 택했었다면, <슈퍼밴드>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프로그램 내에서 직접 공연 혹은 음악을 기획하고 준비하도록 하고 이 과정들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방식으로 방송이 진행됩니다. 이는 한편으로 음악방송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 제품혁신기능(음악공연콘텐츠)을 방송의 참여자들에게 외주화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플랫폼의 틀로 그려보자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JTBC라는 방송채널이 대중들과 관계 맺을 수 있는 판을 형성하고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이 공연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해주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정해진 틀 내에서 음악과 공연의 기획을 전담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프로그램의 구성방식은 플랫폼형 음악프로그램으로 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이 구성 내에서 <슈퍼밴드>의 흥행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얼마나 잠재성을 극대화한 음악과 공연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게 되고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마음껏 음악과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앞서 설명드렸던 플랫폼의 4가지 특성과도 일치합니다.
1.플랫폼에 참여하는 공급자들이 플랫폼의 제품 아이디어(제품혁신기능)를 담당한다.
2.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자들의 네트워크와 혁신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3.공급자의 성장과 플랫폼의 성장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상생관계가 형성된다.
4.공급자의 성장을 위해 플랫폼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성장을 위한 보조자원들을 공급한다.
<슈퍼밴드> 뿐만 아니라 2009년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10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여러 영역에서 계속해서 흥행을 이끌어오는 것은 기존의 사전기획형 음악프로그램이 채워주지 못하는 수요에 있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는 플랫폼적 특성이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음악프로그램의 제품혁신기능이라 할 수 있는 뮤지션 부문을 외부에 개방하고 방송사 입장에서 불확실성 속에 두는 것이 역으로 보다 다양한 뮤지션들의 참여와 콘텐츠 발굴을 가져오고 그것이 대중들의 반응과 직접 맞닿으면서 매번 다른 흥행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이 중 일반적인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개별 뮤지션 단위에서 기존에 발굴되지 못한 뮤지션들을 방송에 노출시키고 이들이 준비해둔 콘텐츠들을 향유하는 방식이라면, <슈퍼밴드>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참여한 뮤지션들 간의 협업 자체를 프로그램 내에서 진행시키면서 그 혁신성을 극대화시키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영상 중 조원상팀의 'Adventure of A Lifetime' 공연 준비과정에서는 베이스 1명과 기타 3명의 조합이라는 조건 속에서 준비되는 공연이, 하현상팀의 'Viva La Vida' 공연 준비과정에서는 클래식 전공자와 밴드 연주자와의 협업 등에서 일어나는 혁신성이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같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플랫폼 내에서도 그 범위와 정도의 차이에 따라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슈퍼밴드>에서 드러나는 플랫폼 현상의 특징은 그저 매번 다르고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넘어섭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영상들에 적혀 있는 댓글들에서 대중들이 공통적으로 포착하는 것은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연에 '몰입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연의 준비과정에서부터 공연 중에 이르는 전과정 속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뮤지션들을 보면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이에 깊이 몰입하면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의 구조 하에서 참여자들이 '기획(제품혁신)'을 담당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이 소수의 결정권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그 결정의 실행을 위해 일하게 될 때에 소수의 결정권자를 제외한 구성원들은 Why와 How to 사이의 괴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괴리감은 일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면 플랫폼의 구조 하에서는 플랫폼에의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판단 하에 기획을 맡게 되고, 해당 기획의 실행을 돕는 보조역할을 플랫폼이 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스스로가 만든 기획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Why와 How to가 결합됩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이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작업 자체를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죠.
플랫폼의 참여자들은 플랫폼 내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플랫폼 내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역량이 향상되는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중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고 플랫폼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플랫폼 내에서 살아남아 특정한 성취를 이뤄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이러한 성취를 보면서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비슷한 성취를 하고 싶다는 어떠한 공감대를 이루고 이 공감대는 성장이 향하는 방향을 점차 만들어냅니다. 마치 사람들이 계속해서 걷는 곳에 길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이를 서사(Narrative)라고 이야기합니다.
<슈퍼밴드>에서는 14회 분량의 단기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플랫폼 내에서 자체적으로 서사를 만들어내기에 다소 짧지만 대신 밴드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서사를 차용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외국인 프로듀서로 섭외되었던 조한(Joe Hahn) 입니다. 세계적인 그룹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멤버인 조한이 심사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슈퍼밴드>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에게는 조한 앞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드러내고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치를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서사를 공유합니다. 이러한 서사는 각기 다른 특성과 배경을 가졌기에 불확실성이 높은 플랫폼 내에서 구성원들이 공통적인 방향을 바라보면서 활동을 수행하도록 돕는 방향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 세팅된 서사는 이후 구성원들의 결과물들을 통해서 그 방향들이 보다 구체화되고 플랫폼 참여자들만의 서사를 구축하게 됩니다. 다른 팀들이 만들어내는 공연과 공연에 대한 프로듀서들의 평가들은 다른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른 참여자들이 공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밴드 생태계의 보편적인 서사가 아닌 <슈퍼밴드>만이 공유하는 독특한 서사를 참여자들이 공유하게 되죠. 이 서사는 시간을 축으로 보자면 이야기(서사)이지만, 특정시점에서 공간을 축으로 바라보면 <슈퍼밴드>라는 플랫폼에 나타나 있는 '문화'가 될 것이고, 개인을 중심으로 바라보자면 <슈퍼밴드>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획득하게 된 정체성(Identity)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시즌이 거듭해갈수록 해당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가지는 독특성이 부각되고 참여자와 대중 모두가 그 독특성을 기대하고 참여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 Why와 How to를 결합해서 활동하는 참여자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플랫폼의 운영과 확장에 있어서는 플랫폼 내에 어떠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내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해당 서사가 매력적일수록 플랫폼 바깥의 참여자들이 플랫폼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유인이 증가할 것이고, 그것은 곧 플랫폼의 직접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플랫폼 또한 참여자들의 서사가 선명해질 수 있는 보조장치들을 마련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참여자들은 서사와 정체성을 통해 더욱 몰입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앞서 소개드린 <슈퍼밴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플랫폼 구조와 이를 통한 생산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비즈니스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슈퍼밴드>가 음악적 취향에 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했다면, 다른 영역에 있어서도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취향을 중심으로 이를 발현시키고 상호작용을 통해 서사를 구축해가는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앞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없는 사회의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양식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플랫폼과 플랫폼 내의 구성원, 그리고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성장을 거듭하는 모습은 자연에서 보는 생태계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플랫폼의 참여자가 경험하는 플랫폼의 진입에서 퇴출에 이르는 흐름은 생물의 생애주기와 닮아있고 생애주기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들을 상호작용을 통해 공급받는 모습은 플랫폼 내에서 참여자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고 경험하는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실제로 플랫폼이 가장 온전한 형태로 오랜 시간에 걸쳐 구현된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공통된 성공사례들을 학습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서사'를 공유하고 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습니다. 유튜브 플랫폼이 구축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또한 각자만의 서사와 정체성을 통해 고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죠. 여기에 실재적인 자원들이 결합되어서 어떤 물질적인 지원이나 이를 도와주는 구성원들이 결합되게 되면 보다 온전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생태계형 모델은 기존에 조직에 소속되어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고 평가에 따라 승진하는 형태의 모델과 달리 자신에게 맞는 서사에 따라 주어진 자원을 토대로 주도적으로 학습하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구성원들의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플랫폼의 형태가 보편화되어간다면 이러한 사회적인 특성 또한 보다 보편화되어 갈 것입니다. 이것이 곧 '전환시대의 논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는 내가 너무나 작은 사람이고 너무나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는데,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단 몇 시간 만에 환호성을 많이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퀸덤’을 하면서 계속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 알맹이를 찾는 것 같아요.
2019년 여성 아이돌들이 스스로 무대를 프로듀싱해서 경연하는 음악경연 프로그램 <퀸덤>의 2차 경연이 끝난 후 오마이걸의 승희가 남겼다는 이 말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마주했던 창업가들의 반짝이는 눈빛들이 포개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포개어짐은 앞서 소개해드린 <슈퍼밴드>에서 완전하게 몰입해서 연주를 만들어내는 뮤지션들과도 겹쳐졌고, 저는 그것이 어떠한 '전환시대의 논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속에서 연구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이러한 반짝임과 이 반짝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에 대한 하나의 소결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반짝임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사람들 개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앞서 언급한 Why와 How to가 겹쳐지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모습일수도 있고, 또 우리가 아티스트들이나 창의적인 활동가들에게서 엿보았던 어떤 유레카의 모습일수도, 꼭 그런 특별한 순간들이 아니더라도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떤 온전함을 발견하는 자리에서 발견하는 반짝임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발견하는 가능성은 이러한 '반짝임'이 그저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개개인의 반짝임을 독려하고 또 개개인의 성장을 돕고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이 도래했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을 플랫폼 '현상'이라 명명한 것처럼, 현상이라는 것은 중립적이어서 그 현상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이면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반짝임을 돕는 것처럼 보이는 플랫폼과 참여자의 관계도 어긋나는 지점들이 분명하게 생겨날 것이고, 이 지점들을 예측하고 그 가운데에서 상생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경시되어 왔던 개개인의 선호와 가치가 중시되고, 개개인의 성장과 서사, 정체성이 중요시 되는 모습은 충분히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전환시대의 논리'가 우리를 보다 나은 자리로 이끌어가는 있는 동력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플랫폼 현상과 전환시대의 논리가 사회의 모든 영역들에 활성화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발현되어서 모두가 반짝일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