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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둥 Apr 08. 2016

테슬라, 애플과 샤오미를 엿보다

"Cool"이라는 욕망의 자극

3월 31일 앨런 머스크가 모델 3을 발표한 후, 전 세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으로 선주문이 가능해진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SNS에는 모델 3의 선주문을 했다는 사람들의 글들과 선주문 방법 등을 알려주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또한, 여러 매체들도 정부 보조금(결과적으론 모델 3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걸로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과 유명인들의 선주문 등을 기사화하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도 했다.


Tesla Model 3


테슬라의 입장에서 보면 선주문의 결과는 놀라운 성적이다.

24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에 25만 명 이상이 1,000달러의 선주문 예약금을 내고 주문을 넣은 것이다. 하루 동안 테슬라의 호주머니에 2억 5천만 달러 이상이 들어갔다는 얘기고 모델 3의 가격을 3만 5천 달러로 계산해도 2017년까지 테슬라는 80억 달러의 예상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2015년 테슬라의 성적은 5만 대가 조금 넘는 수준의 전기 자동차를 출고했다. 일 년 전체의 출고량보다 이날 하루 예약된 차량의 규모가 무려 5배나 된 것이다. (일주일 동안 테슬라는 32만 5천 명의 선주문을 받았다)


시승도 못해보고 자동차의 디자인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고 사양이나 성능은 테슬라가 발표한 자료가 전부다. 아직 어떤 승차 기나 성능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 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에서 얻고 있는 반응처럼...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우선, 애플의 " Cool"이라는 전형적인 브랜드 마케팅과 이미지 마케팅을 엿볼 수 있다.


테슬라라는 브랜드와 앨런 머스크라는 인물은 이미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아니 스티브 잡스 사후 Tech에서의 혁신가가 필요한 사람들은 앨런 머스크를 그 자리에 올려주었다. 혁신적인 이미지, "Cool"한 이미지를 테슬라는 자신들의 브랜드와 제품, 그리고 앨런 머스크에 지속적으로 매칭 시켰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테슬라와 "Cool"함을 하나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테슬라의 제품을 사용에 따라 테슬라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기술을 "Cool"하게 받아들이는 얼리어댑터의 이미지와 기존과는 다른 미래의 혁신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의 환상을 함께 사게 되는 것이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모델 S가 나오기 전까지 전기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느린 속도와 짧은 주행 거리, 그리고 배터리 교체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런 전기자동차에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입혔다. 한마디로 고리타분한 이미지에 자동차 중 가장 "Cool"한 이미지인 스포츠카를 입히고 그에 걸맞은 수준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또한 거기에 혁신을 더했다. 사람들은 이런 테슬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Cool"함에 같이 동참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된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언급했던 "Cool"함의 지위를 얻기 위해선 기존 틀에 대한 "Liberation(해방)"이 필수적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적용된 것이다.



여기에 선주문과 SNS를 통한 온라인/소셜 마케팅과 Affordable price 전략을 적용했다.


바로 샤오미가 레드오션이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나 화웨이 같은 기존 거인들과 경쟁했던 방법이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었던 전략을 테슬라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2013년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삼성과 애플을 비롯한 수많은 업체들이 이미 확고한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시장에 샤오미는 깔끔한 디자인에 좋은 성능을 가진 "홍미"라는 제품을 799위안, 한국 돈으로 15만 원 정도에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Affordable price segmentation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또한, 온라인 예약과 함께 단시간(1분, 5분 등)에 완판이라는 "헝거 마케팅"을 함께 펼쳤다. 사람들의 소유에 대한 심리와 남들과의 동질감을 추구하는 집단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테슬라도 비슷했다. 차이는 샤오미는 15만 원이라는 부담이 적은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했지만 테슬라는 선주문과 함께 환불이 가능하다는 전략을 쓴 게 차이라면 차이일까? 테슬라 역시, 하루 예약자가 25만 명이 넘는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사람들의 소유와 남들과 동질감을 추구하는 심리를 자극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온라인 SNS를 타고 사람들에서 널리 전달됐다. 그럴 거 같진 않지만 만약에 테슬라가 수일 내 예약을 마감한다고 하던가 30만 대든 50만 대든 일정 숫자를 정해두고 여기에 도달해 가는 숫자를 보여줬다면 아마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이 테슬라 모델 3 구매에 나섰을지 모른다.


결국 테슬라는 앨런 머스크가 2006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던 전략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차라는 새로운 장르의 성공을 위해선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해선 그만한 크기의 시장이 형성돼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전기차에 대한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한 이유도 결국 테슬라 혼자만의 전기차 시장은 영원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샤오미처럼 테슬라는 Affordable price seg.라는 새로운 시장을 모델 3을 통해 만들기 시작했다.

앨런 머스크가 2006년 블로그에 올린 테슬라의 전략


테슬라의 모델 3은 다른 걸 다 떠나 그 자체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전기차다. 성능이나 디자인도 그렇지만 기존 테슬라 모델 대비 2/3에서 절반 수준의 가격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게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35,000 달러 이상을 이렇게 쉽게 지갑에서 열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은 테슬라의 제품뿐만 아니라 "Cool", "Innovative", "Futuristic"과 같은 이미지를 같이 구매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 2년이라는 기다림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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